'IT블루칩 ' 가상화 시장, 대권레이스 '2라운드'

일반입력 :2009/02/06 17:04    수정: 2009/02/06 17:07

황치규 기자

x86 서버 가상화 시장을 둘러싼 분위기가 확 달라졌다. 지난해와 비교해 우선 수요가 크게 늘었다.

공공, 대기업, 통신은 물론 중견중소기업(SMB)쪽에서도 가상화는 대세론을 탔다. 도입해야할 전략적 IT인프라 리스트에 올라가 있다. 가상화가 이제 캐즘을 넘어 본격적인 성장기로 진입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탄이다.

업체간 경쟁 수위도 높아졌다. '가상화의 대명사' VM웨어에 이어 'SW제국' 한국마이크로소프트(MS)도 지난해 발표한 하이퍼-V를 앞세워 맹공을 퍼붓고 있다.

한국레드햇도 올해 최고의 키워드로 가상화로 꼽는데 주저함이 없다. 한국썬마이크로시스템즈도 상반기 가상화 플랫폼 'xVM' 비즈니스를 본격화한다. 이에 따라 서버 가상화 시장은 올해도 VM웨어 독주시대가 계속될지 아니면 다자간 경쟁 체제로 전환될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달라진 고객 분위기, 고성장 예고

서버 가상화란 버추얼 머신을 이용해 서버 한대를 여러 대를 사용하는 것처럼 돌릴 수 있게 하는 기술이다. 서버 가동률을 크게 끌어올릴 수 있는게 장점인데, 이는 적은 서버를 갖고서도 시스템을 운영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서버를 가상화하게 되면 서버 1대에서 OS 여러개를 돌릴 수 있는 환경으로 전환되는데 이때 애플리케이션은 특정 서버와의 일대일 의존성을 깨고 상황에 따라 다수 OS 사이를 왔다갔다하게 된다. A라는 OS위에서 돌다가 부하가 걸리면 다른 OS로 옮길 수 있는 구조다.

이에 가상화는 비용 절감 효과를 체감할 수 있고 차세대 IT환경으로의 전환이라는 전략적 가치도 함께 제공하는 몇안되는 솔루션중 하나로 꼽힌다. 차세대 데이터센터나 클라우드 컴퓨팅 등에서도 가상화는 핵심 기술로 거론된다.

최근 기자는 서버 구축와 관련해 몇몇 기업들을 인터뷰했다. 만나보니 대부분의 기업들이 가상화를 도입했거나 올해 구축에 들어갈 것이란 로드맵을 내놨다. 가상화 구축 효과도 "체감할만 했다"는 반응이 많았다. 특히 관리가 쉬워졌고 데이터센터 공간이 줄어든데 대해 후한 점수를 주는 분위기였다.

가상화 업체들의 반응도 크게 다르지 않다. 시장 확대에 대한 기대감이 엿보인다. 고무적이란 평가까지 있다.

VM웨어코리아 현태호 사장은 "지난해 대부분의 목표 고객들이 가상화를 도입했거나 검토했다"면서 "테스트와 협상 과정을 통해 가상화에 대한 고객들의 인식 수준이 매우 높아졌다"고 전했다. 현 사장은 또 "최근에는 가상화를 해야 하나 말아야 보다는 어떻게 해야하는지가 많이 논의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하이퍼-V로 세몰이에 나선 한국MS도 요즘 발걸음이 분주해졌다. 고객들의 문의가 쇄도하고 있단다. 한국MS 마케팅 담당자는 "테스트를 해보겠다는 고객들이 크게 늘어 MS와 파트너들이 동시에 대응하기가 쉽지 않을 정도"라며 2009년 가상화 확산을 예고했다.

경쟁시대 개막, VM웨어 독주체제 무너질까

지난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가상화 시장은 관심은 많이 받았지만 보는 재미는 별로였다. 기술에 담긴 메시시지는 화제가 될만 했지만 VM웨어가 북치고 장구치며 원맨쇼를 펼친 탓이다. 경쟁없는 VM웨어의 독주였다.

그러나 지난해 하반기 한국MS가 VM웨어 대항마로 '하이퍼-V'를 공식 발표하면서 분위기는 달라졌다. 이름만으로도 반은 먹고 들어가는 MS가 타도 VM웨어을 외치자 흥행 필수조건중 하나인 '싸움의 코드'가 만들어졌다.

올해들어 '싸움의 코드'는 더욱 짙어졌다. 특히 VM웨어 도입 비용이 상대적으로 비싸다보니 일부 기업들 사에선 가상화 업체들을 경쟁시켜 비용을 절감하려는 사례도 나오는 등 경쟁 수위는 점점 올라가는 모양새다.

현재까지 국내 가상화 무대는 VM웨어와 한국MS간 경쟁구도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VM웨어를 잡겠다는 한국MS의 메시지만 많이 울려퍼졌다면 최근에는 실전에서 붙는 사례가 부쩍 늘었다. 시장에서 실질적인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는 얘기다.

물론 두 회사가 프로젝트를 놓고 장군멍군하는 단계는 아니다. 승률에선 VM웨어가 레이스를 주도하고 있다. 비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VM웨어가 가진 기술적인 프리미엄이 아직까지 먹혀들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한국MS의 추격전에 속도가 붙고 있음을 감안하면 이같은 판세가 계속 유지될지는 미지수.

다른업체보다 비싼 VM웨어의 라이선스 가격을 의식한 고객들이 가상화 업체를 싸움붙여 협상력을 강화하려는 분위기와 VM웨어 대신 MS 하이퍼-V를 써도 된다는 인식이 맞물릴 경우 VM웨어 독주체제는 빠르게 무너질 수 있다. 한국MS가 꿈꾸는 시나리오는 바로 이것이다.

지난해 9월 하이퍼-V를 공식 발표한 한국MS는 12월까지 10여개의 레퍼런스를 확보했다. 한국MS 관계자는 "하이퍼-V가 던진 초반 임팩트는 강력했다"면서 현재까지 성과에 만족하는 모습이다. VM웨어와의 기술 격차에 대해서도 추격이 가능하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VM웨어가 강점으로 내세운 라이브 마이그레션(서비스 중단없이 버추얼 머신이 물리적 서버를 왔다갔다할 수 있도록 해주는 기술) 기능도 앞으로 출시될 하이퍼-V R2에서는 장착될 것임을 분명히 했다.

현재 베타 버전이 나와 있는 하이퍼-V R2 공식 출시 일정은 공개되지 않았다. 윈도7이 나오고 난후 얼마 뒤 '윈도서버2000 R2'와 함께 출시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MS의 하봉문 이사는 지난해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올해말까지 국내에서 가장 많은 서버 가상화 레퍼런스를 확보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매출은 몰라도 고객 숫자만 놓고보면 VM웨어를 잡을 수 있다는 것이었다. 한국MS는 이같은 목표는 아직 변한게 없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VM웨어는 올해도 기술력에 승부를 건다는 전략이다. 다른 가상화 업체와는 급이 다른 기술이란 이미지를 계속 살려 일부 가격 논란을 정면 돌파하겠다는 것이다. 이른바, 페라리 대 자전거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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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감안 VM웨어는 올해 간판 가상화 솔루션 ESX3.5의 대를 이을 업그레이드 제품 ESX4.0 버전을 선보일 계획이다. VM웨어 관계자는 "ESX4.0을 통해 다양한 컴포넌트들이 업그레이드된다"면서 후발 업체들과 기술격차를 더욱 벌리겠다는 자신감을 보였다.

VM웨어 대항마를 꿈꾸는 업체는 한국MS만 있는게 아니다. 한국레드햇, 한국썬, 한국오라클도 가상화에 전력을 전진배치시키고 있다. 특히 한국레드햇의 경우 가상화와 클라우드컴퓨팅을 2009년 육성할 성장 엔진으로 꼽은 상황이어서 향후 행보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