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사는 30대 회사원 조모씨는 최근 케이블TV를 설치하며 함께 제공되는 초고속인터넷에 가입했다. 평상시 온라인 게임이나 동영상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는 편이라 가볍게 인터넷만 사용하기 위해 저렴한 비용의 10메가(Mbps)급 서비스를 신청했지만, 느린 속도 때문에 후회를 하고 있다.
올해 국내 초고속인터넷 가입가구는 전년대비 3.9% 성장해 1,610만 가구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전체 보급률 95%에 달하는 놀라운 수치이다. 우리나라 거의 모든 집집마다 인터넷 서비스를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은 초고속 인프라의 보급률은 우리나라의 통신 고도화를 잘 나타내 주고 있다. 이동통신 가입자는 올해 4,710만명을 넘어서 조만간 보급률 100%를 넘어설 전망이고, 이에 따라 무선인터넷 사용자도 급속히 늘고 있다.
■초고속인터넷 사용자, 100메가급으로 이동 중
전국민의 정보화 수준이 높아짐에 따라 점점 느린 초고속인터넷 서비스는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다. 이 때문에 초고속인터넷 서비스 가입자들은 100메가급 서비스로 속도를 업그레이드 하는 추세이다.
과거 많이 사용됐던 전화선을 이용한 xDSL 방식의 서비스는 10메가부터 20메가, 50메가 등 다양한 속도별 서비스가 제공됐다. 그러나 최근 들어서는 IPTV와 같은 부가서비스가 등장하면서 사업자들은 '고속 아니면 저속' 서비스로 상품을 간소화했다.
KT의 경우 100메가와 50메가 서비스로, LG파워콤은 100메가와 10메가, SK브로드밴드는 100메가, 20메가, 10메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SK브로드밴드의 20메가 서비스는 자사의 100메가 보다 요금이 비싸 그 비중이 줄고 있다. (SK브로드밴드의 20메가 서비스는 초고속인터넷 대역을 타 가입자들과 공유하는 LAN방식 서비스가 아니라 개별 가입자에게 모두 제공하는 방식이라 비싸다.)
또한 고속과 저속 서비스 요금의 차이가 월 3,000~4,000원 밖에 나지 않아서 고속 서비스를 선택하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 SK브로드밴드의 100메가 광랜 가입자는 약 211만가구(2008년 11월 기준)로 전체 가입자의 60% 이상을 차지하고 있고, 같은 기간 LG파워콤의 100메가 광랜 가입자도 124만가구로 전체의 58%를 차지하고 있다. 단, 저속 서비스를 50메가로 제공하는 KT는 50메가 가입자 비중이 100메가 보다 훨씬 많다.
또한 SK브로드밴드와 LG파워콤은 최근 초고속인터넷 최저 보장속도를 실제 제공 속도의 50%로 끌어올려 품질 보장을 확실하게 해주고 있다. 즉 100메가는 50메가의 최저보장속도를, 10메가는 5메가로 상향 조정했다.
KT는 이보다 약한 수준으로 각각 30메가와 5메가를 보장하고 있지만, 가입자 집안까지 인터넷을 직접 연결해 주는 FTTH 증설과 프리미엄망 구축 등 망고도화 작업을 통해 품질을 보장하고 있다.
■케이블인터넷 사용자의 주된 목적은 'TV 시청'
그렇다면 케이블TV 사업자가 제공하는 초고속인터넷(이하 케이블인터넷)은 어떨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케이블인터넷이라고 해서 속도가 느린 것은 아니다.
케이블인터넷은 케이블TV 제공을 위한 HFC망을 통해 초고속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한다. 또 전화선인 xDSL이나 LAN 방식도 사용한다. SK브로드밴드나 LG파워콤도 이 HFC망을 이용하고 있어 물리적으로 시스템이 뒤떨어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케이블인터넷 가입자는 총 278만가구(2008년 11월 기준)로 전체 초고속인터넷 가입자의 약 18%를 차지하고 있다. 케이블인터넷 역시 초고속인터넷 사업자와 마찬가지로 '고속 아니면 저속'으로 서비스가 구분된다. 차이가 있다면 50메가 이상과 이하로 나눈다는 것이다.(실제로 케이블인터넷도 100메가와 10메가 서비스로 구분되고 있는 추세이다)
그러나 케이블인터넷의 사용자 대부분은 TV 시청이 1차 목적이고, 인터넷 사용은 부가적인 용도로 생각하고 있다. 실제 케이블인터넷 사용자는 50메가 이하의 저속 서비스 가입자가 무려 79.2%에 달한다. 쉽게 말해 100메가 급 고속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람이 10명 중 2명 밖에 안 된다는 이야기다.
■케이블인터넷, 품질 경쟁력 앞세워야…
그렇기 때문에 케이블인터넷 가입자들은 스스로 낮은 서비스에 가입했음에도 불구하고 케이블인터넷은 느리다라고 생각한다. 또한 82개 SO(케이블TV사업자)가 초고속인터넷 서비스를 전국에 우후죽순으로 제공하고 있어, 초고속인터넷 사업자처럼 최저속도를 체계적으로 보장해 주지 못하는 등 품질보장 기준도 명확하지 않다는 단점도 있다.
따라서 실제 제공되는 초고속인터넷 서비스 속도가 같다고 해도 이와 같은 소비자 인식과 체계적 품질보장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케이블인터넷은 느리다'는 오명을 벗어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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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오명은 단지 여기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다. 앞으로 IPTV와 디지털케이블TV의 시대를 맞이하게 되면서, 그 근간이 되는 초고속인터넷 가입자를 얼마나 확보하느냐가 생존을 결정하게 된다.
이제 케이블인터넷은 저렴한 가격을 앞세운 '케이블TV+저속인터넷' 경쟁력으로 시장을 수성하기 보다, 'IPTV+고속인터넷'을 앞세워 시장을 공략하는 통신사업자에 적극 대응해 품질과 서비스를 경쟁력으로 생존 전략을 세워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