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사 압박, 밀리지 않는 포털

일반입력 :2009/01/02 19:18    수정: 2009/01/05 01:34

김태정 기자

‘아직 샴페인을 터트리긴 이르다. 그러나 상황이 그리 불리하지는 않아 보인다'

2008년 한해 언론계와 줄기차게 대립해 온 인터넷 포털들의 현 상황은 이렇게 표현할 수 있다. 거대 신문사들의 거센 공세도 포털들을 크게 흔들지 못했다. 경기침체와 정부규제라는 장벽에 비하면 언론계는 포털에게 상대적으로 손쉬운(?) 상대였다.

■ “조중동 빈자리 누리꾼이 채웠다”

시작은 포털 진영이 불리해 보였다.

조선·중앙·동아일보(이하 조중동) 등 보수 언론들이 포털 2위 다음커뮤니케이션을 압박할 때만 해도 다음이 밀릴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렸다.

2008년 5월 시작된 촛불정국 속에 다음은 토론방 ‘아고라’로 촛불 누리꾼들의 전폭적 지지를 받았다. 하지만 아고라에서 조중동에 대한 광고 불매운동이 일어나자 다음은 역풍을 맞았다.

7월 조중동은 다음에 일방적인 뉴스공급 중단을 선언했고, 8월에는 매일경제·한국경제·문화일보 등이 뒤를 이었다.

당시만 해도 다음의 위기론이 대두됐다. 뉴스 콘텐츠 부족으로 엄청난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분석이 쏟아졌다. 이에 다음은 뉴스공급 중단 언론사들의 마음을 돌려보려고 접촉을 시도했지만 반응은 차가웠다.

하지만 ‘다음 위기론’은 빗나갔다. 2008년 하반기에도 미디어다음의 입지는 흔들리지 않았다.

코리안클릭에 따르면 2008년 11월 한달 간 미디어다음 페이지뷰는 37억건을 넘겨 같은 기간 27억여건을 기록한 네이버 뉴스를 크게 앞섰다. 31억8천만여건이었던 1월에 비해서도 페이지뷰가 크게 늘었다. 다음에 떨어진 ‘조중동 폭탄’은 불발탄이었던 셈이다.

이같은 결과에 대해 다음은 누리꾼들의 지지가 크게 반영된 것으로 분석한다. 다음 관계자는 “소통의 장 아고라가 단순한 뉴스 전달 이상의 힘을 발휘했다”고 말했다.

블로거들이 직접 참여하는 ‘블로거 뉴스’도 보수언론의 빈자리를 채우는데 한몫했다는 설명도 있다. 10만여명의 블로거들이 참여하는 다음 블로거뉴스에는 하루 4천건이 넘는 콘텐츠가 올라오고 있다.

■ 뉴스캐스트에 언론계 ‘우왕좌왕’

NHN 네이버도 언론과 신경전을 벌였다. 여기서도 언론이 체면을 구긴 결과가 나왔다.

NHN은 2008년 11월 네이버 초기화면을 언론사에 개방하는 ‘뉴스캐스트’ 계획을 발표하면서 논란에 휩싸였다. 참여 언론사를 14개사로 제한, ‘언론 줄세우기’라는 비판을 들었다.

급기야 한국온라인신문협회(이하 온신협)가 지난달 2일 뉴스캐스트 불참을 선언, NHN은 적잖이 당혹했다. 뉴스캐스트가 시작부터 삐그덕 소리를 낼 것이라는 우려가 나왔다. 이에 NHN은 뉴스캐스트 참여 언론사를 36개사로 확대 한다며 진화에 나섰다.

그러나 온신협은 NHN과 계속 대립각을 세웠다. 뉴스캐스트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뜻을 거듭 밝혔고 NHN의 당혹감은 커졌다. 언론 움직임에 포털이 끌려 다니는 형국이었다.

하지만 얼마못가 상황은 급반전됐다. 동아일보・경향신문・한겨례 3개 온신협 회원사가 뉴스캐스트 베타서비스에 덜컥 참여해 버린 것. 온신협은 지난달17일 대표자 회의를 열고 뉴스캐스트 참여 3개사에 징계까지 내렸다.

NHN이 내놓은 ‘네이버 초기화면 트래픽’이란 먹잇감을 놓고 온신협이 자중지란을 일으켰다는 일부 누리꾼들의 관측이 나왔다.

온신협은 이달 1일 시작된 뉴스캐스트 정식 서비스에는 단체로 모습을 드러내며 누리꾼들을 놀라게 했다. 강경했던 자세는 NHN과의 협력모드로 순식간에 바뀌었다. 이에 따라 뜻대로 참여 언론사 확대는 이뤄냈지만 이미지에는 금이 갔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온신협 회원사 관계자는 “NHN과 불편한 관계를 가져가는 것이 실익과 명분 모두 부족하다고 판단, 뉴스캐스트에 참여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 ‘신문사 포털’ 파급력 나올까?

이런 가운데 언론계도 반격 카드를 준비하고 있다. 한국신문협회가 나서 ‘언론사 공동 뉴스포털’을 만들기로 한 것. 네이버나 다음에 맞서 힘을 발휘할 있을 지 여부가 관전 포인트다.

신문협회는 ‘언론사 직접 통제에 의한 인터넷 뉴스 유통’을 목표로 지난달 23일 뉴스포털 계획을 발표했다. 더 이상 기존 포털에 끌려 다니지 않겠다는 의지 표현이다.

신문협회는 이미 추진팀을 구성해 검색, 커뮤니티, 블로그 등을 갖춘 뉴스포털을 준비하고 있으며, 오는 2월을 오픈 시점으로 잡았다.

뚜껑을 열어봐야 알겠지만 뉴스포털이 성공적으로 안착한다면 기존 포털들에게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뉴스를 보러 오는 방문자들을 뺏길 수 있기 때문이다.

포털업계 관계자는 “뉴스포털 행보를 사업적 측면에서 주의 깊게 보고 있다”며 “국내 누리꾼 전체를 대상으로 한 신문협회의 웹사이트 운영능력이 판도에 큰 변수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과연 뉴스포털은 의미있는 파장을 일으킬 수 있을까. 미디어 주도권을 틀어쥐기 위한 포털과 언론계간 힘겨루기가 연초부터 새국면에 접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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