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야후 "잊고 싶어라, 2008년"

일반입력 :2008/12/22 16:40

박효정 기자 기자

올해 가장 다사다난한 시기를 보낸 IT기업으로는 단연 야후가 손꼽힌다.마이크로소프트(MS)의 적대적 인수 시도, 억만장자 ‘기업 사냥꾼’ 칼 아이칸과의 위임장 쟁탈전, 구글과의 검색광고 제휴 무산까지 야후는 올해 자고나면 큰일이 터지는 시기를 보냈다. 이 과정에서 실적은 곤두박질쳤고 결국 제리 양 CEO은 사임하기에 이르렀다. 야후에게 2008년은 ‘최악의 해’ 그 자체다.야후의 파란만장한 2008년이 시작된 것은 지난 2월, MS가 446억달러에 인수하겠다는 제안을 발표하면서부터. 당시 19달러 가량이었던 야후 주가는 이 소식에 힘입어 30.25달러까지 솟구쳤다.그러나 2주 뒤 야후는 MS의 제안이 자사를 과소평가했다며 인수 제안을 거부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그 뒤 6주 동안 야후와 MS 경영진은 비공식적인 대화를 이어갔으나 입장 차는 좁혀지지 않았다.야후의 미지근한 태도에 인내심이 바닥난 스티브 발머 MS CEO는 야후 경영진에게 “인수 제안을 받아들일 것인지, 아니면 위임장 쟁탈전을 각오할 것인지, 아니면 거래를 백지화할 것인지 3주 내에 결정하라”는 최후통첩을 보냈다.하지만 야후는 이에 회답을 주지 않았고 제리 양과 발머는 마지막 협상을 벌였다.그 자리에서 발머는 인수가를 주당 33달러로 올리겠다고 제안했으나 제리 양은 37달러를 요구했다. 나아가 MS가 위임장 쟁탈전을 한다면 야후는 구글과 검색광고 제휴를 맺겠다고 맞섰다. 야후 전체 인수와 관련한 두 회사간 협상은 이게 마지막이었다.교섭이 결렬된 지 2주도 안돼 야후 경영진을 위협하는 인물이 또 등장했다. 대주주 칼 아이칸이었다. 그는 MS의 야후 인수를 위해 위임장 쟁탈전을 개시, 야후 이사진에게 퇴임을 요구하겠다고 밝혔다. 실제 많은 야후 주주들이 야후가 MS에 인수되기를 바라고 있었기 때문에 아이칸의 목소리는 커져갔다.며칠 후 다시 MS가 등장한다. 이번에는 야후의 검색사업만을 사들이겠다고 제안했다. 야후는 이 제안도 거부했다. 이후 야후는 MS가 자사 인수를 포기했으며 야후는 구글과 검색광고 제휴를 맺을 것이라고 발표했다. 그러나 시장 반응은 차가웠다. 야후 주가도 급락했다.주식 시장 반응에 힘을 얻은 MS는 한달 뒤 아이칸과 손을 잡고 야후 검색분야 인수를 다시 제안했지만 야후의 고집을 꺾는 데는 실패했다.드라마틱한 사건들이 계속되는 가운데 야후 주주총회가 다가왔다. 아이칸은 주총을 통해 야후 이사진 교체를 위한 행동에 들어갈 생각이었다. 하지만 총회 직전 야후 경영진은 아이칸을 달래는 데 성공했다. 아이칸 측 이사 2명을 받아들이기로 한 것이다. 가까스로 아이칸 문제를 해결한 야후에겐 또 다른 장벽이 기다리고 있었다. 구글과의 검색광고 제휴에 대해 미 사법부가 독점금지법 조사를 시작한 것이다. 야후에 광고를 게재하고 있는 고객 기업들도 전미광고주협회(ANA)를 통해 구글과의 제휴에 반대 의사를 표시하면서 야후를 압박했다.야후와 구글은 계약 내용 변경에 대한 회담을 여러 차례 열면서 해결책을 모색했지만, 11월초에 사법부가 독점금지법 위반으로 제소한다고 발표하자 구글은 백기를 들었다. 결국 야후는 첫해에만 8억달러의 추가매출을 기대하며 추진한 제휴를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11월 중순, 야후는 후임자를 찾는 대로 제리 양이 CEO를 물러난다고 발표했다. 12월 중순 현재 야후는 CEO를 물색중이지만, 전직원의 10% 이상을 구조조정하는 상황에서 쉽게 야후의 선장을 맡겠다는 인물을 찾기는 어려워 보인다.이렇게 야후의 2008년은 ‘없는 것’ 투성이로 끝나게 됐다. MS와의 제휴도 없고, 구글과의 제휴도 없고, 제리 양 CEO도 없어지는 상태. 새해에는 야후의 악몽이 끝날 수 있을지 사람들의 흥미로운 시선이 이어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