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피, '천덕꾸러기로 전락하나'…탑재 의무화 해제

일반입력 :2008/12/10 15:58    수정: 2009/01/04 21:34

김효정 기자

방송통신위원회는 10일 국산 모바일 플랫폼 '위피' 탑재를 의무화 제도를 해제하고 이동전화사업자 자율에 맡긴다고 공표했다.

위피(WIPI)는 모바일 게임과 같은 무선인터넷 콘텐츠가 휴대폰에서도 원활하게 동작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모바일 플랫폼이다. 지난 2004년 부터 위피는 국내 모바일 콘텐츠 및 장비 업체를 보호한다는 명목 하에 이동통신 단말기에 탑재 의무화를 강제해 왔지만, 경쟁력 있는 외산 단말기 도입에 제한을 두어 소비자 선택권을 줄이고 내수용-수출용 휴대폰 및 콘텐츠를 별도로 제작해야 하는 등 관련 업계의 이중 부담 등 부작용도 회자되어 왔다.

최근 애플의 아이폰, 구글 안드로이드 폰을 비롯해 오픈소스 환경에서 출시되고 있는 다양한 스마트폰의 국내 진출이 위피 제도 때문에 어려워 지는 등 시장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과도한 규제라는 비판을 받아 왔다.

특히 모바일 플랫폼에서 범용 모바일 OS(운영체계)로 빠르게 전환되고 있는 세계 통신시장의 기술발전 추세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우물 안 개구리 식의 위피 제도는 걸림돌임이 분명하다. 이에 따라 방통위는 '전기통신설비의 상호접속기준' 개정(안)에 따라 오는 2009년 4월 1일부터 국내 이동전화 사업자들은 위피의 탑재 여부를 자율적으로 선택할 수 있게 된다.

원래 위피 탑재 폐지는 업계에서 최근 몇 달 동안 꾸준히 논의돼 왔으며, 이르면 내년 1월부터 7월 사이에서 폐지 시점을 고민해 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위피 폐지에 따르는 3개월 간의 준비 기간을 마련한다는 차원에서 4월 1일로 최종 의결됐다.

이에 따라 이동전화 사업자, 단말기 제조업체, SW업체, CP(콘텐츠 사업자) 등 이해 당사자들은 앞으로 범용 모바일 OS가 탑재되는 전세계의 스마트폰 시장 확대에 적극 대응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소비자들은 범용 모바일OS 기반의 다양한 단말기를 구입해 사용할 수 있고, 장기적으로 단말기 가격 하락이 예상되는 등 이용자 편익향상도 기대된다. 방통위 측은 현재 고가로 판매돼왔던 국내 스마트폰 가격이 외산 저가 단말기 유입으로 경쟁에 따른 가격 하락을 기대하고 있다.

다만 위피가 국내 단말기 시장의 진입장벽 역할을 해왔기 때문에, 이것이 풀리면서 외산 단말기 점유율이 높아질 수 있다는 것은 내수시장 보호 차원에서 단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또한 기존 위피용 콘텐츠를 개발해 왔던 중소 CP들도 단기적으로 적지 않은 손해가 예상된다.

■위피 정책의 성과 및 평가는?

무엇보다 CP들의 콘텐츠 호환성을 확보해 중복투자를 줄이고 국내 이동전화 사업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출범했던 위피는 5년 여 만에 천덕꾸러기로 전락하게 될 위기에 처했다. 업계에서는 위피가 개방형 OS로 발전하기 힘들어 전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범용 모바일 OS와 대치하고 있어 글로벌화 경쟁력을 약화시킨다는 판단을 하고있다.

국내의 경우 무선인터넷을 위한 표준 모바일 플랫폼을 국내 독자 기술로 개발하고, 2008년 9월 현재 국내 전체 단말기의 약 86%에 위피가 탑재되는 등 국내기술로 개발된 위피가 기본 모바일 플랫폼으로 정착되는 성과를 거두었으나, 범용 모바일 OS로의 전환이라는 세계적인 기술발전 추세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중복투자에 대해서, 이동전화사업자는 단말기에 위피 외에도 다른 플랫폼을 중복적으로 탑재하고 관련 콘텐츠를 생산하고 있으며, 각 사업자별로 특화된 위피 버전을 개발․탑재함에 따라 호환되는 콘텐츠는 약 11% 수준으로 중복투자 문제는 지속되고 있다.

또한 위피 조기 확산으로 무선인터넷 콘텐츠 산업 발전에 기여한 측면도 있으나, 호환 가능한 위피 콘텐츠의 수준(약 11%)을 감안할 때 위피로 인해 전체적인 국내 콘텐츠 시장이 활성화되었다고 보기에는 어려운 점이 있었다. 특히 현재까지 위피의 해외 진출은 미미한 수준이고, 국제 표준화의 주도적 실현도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위피, 천덕꾸러기로 전락하나?

최근 범용 모바일 OS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가트너에 따르면 범용 모바일 OS시장은 2011년 세계시장의 33% 이상을 점유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리고 삼성전자는 스마트폰이 단말기 시장에서 유럽의 경우 2010년에, 세계적으로는 2014년에 50% 넘어설 전망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국내외 주요 제조업체, 이동전화사업자, 인터넷검색 사업자 등 메이저 정보통신 기업들은 범용 모바일 OS시장의 선점을 통한 무선인터넷 산업의 주도권 확보를 위해 협력 및 경쟁하고 있는 추세이다.

이 때문에 위피 탑재 의무화가 업계 자율에 맡겨지면서 지속적으로 위피를 탑재하려는 사업자의 의지가 점차 약해질 것으로 전망되며, 결국 국산 기술로 개발된 위피는 그 존폐 여부를 심각하게 고려해야 할 위기에 처하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