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열린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 관련 공청회에서는 이동통신 재판매 도입과 관련해 치열한 토론이 벌어졌다.
재판매 제도란 통신망이나 주파수가 없는 사업자도 기존사업자의 설비나 서비스를 도매로 제공받아 유·무선 통신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제도다.
통신사업의 경우 초기투자비용이 많기 때문에 신규사업자가 망을 직접 구축하면서 진입하기가 쉽지 않다. 따라서 신규사업자들이 재판매를 통해 시장에 진출, 경쟁을 촉진시키고 궁극적으로 이용자에게 편익이 제공된다는 장점이 있다.
참석자들은 재판매 제도 도입 자체에는 반대하지 않았으나 각론으로 들어가 ▲도매제공 의무 사업자 선정 기준 ▲90일 이내 협정체결 의무화 ▲사업자간 분쟁 발생 시 사후규제 등에 관한 법조문에 관해 의견 대립을 보였다.
특히 첨예한 대립을 보인 부분은 사업자간 분쟁 발생시 사후규제를 통해 규제하도록 한 부분. 정부는 도매제공에 대한 대가는 정부가 사전에 규제하지 않고 시장에서 자율적으로 결정하도록 하는 개정안을 마련했다.
한국MVNO사업협의회 오치웅 본부장은 일부 패널들은 통신사업자가 난립할까봐 걱정된다는 말을 하는데, 사후규제로 법안이 확정되면 현재 포화상태인 통신시장에서 도전하려는 사업자가 있겠냐며 너무나 많은 진입장벽이 존재한다고 토로했다.
정부가 사전에 규제하지 않을 경우 결국 도매대가는 올라갈 수 밖에 없고 그러면 시장 진입 자체가 힘들어 질 수 밖에 없다는 것. 이에 따라 정부는, 재판매사업자가 협정을 요청할 경우 도매제공 의무사업자는 90일 이내 협정을 체결하도록 하는 사후규제를 도입했다.
오 본부장은 정부가 나서서 도입한 재판매 제도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사후규제보다 사전규제를 통해 진입장벽을 낮추고 소비자 편익과 경쟁 활성화를 도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 김희수 경쟁정책그룹장은 도매대가를 사전에 규제하지 않는 것이 전반적으로 맞는 방향이라고 생각하지만 적어도 공정한 협정 체결을 위해서 도매 협정에 관한 가이드라인이 필요할 것 같다는 의견을 냈다.
법무법인태평양의 이상직 변호사는 재판매 사업자는 결국 설비를 보유하지 않는 사업자들일 가능성이 많은데, 이들이 시장이 난립했을 때에 대비한 보완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제도적인 보완에 대한 필요성을 강조했다.
■시장지배적 사업자, 도매제공 의무사업자 선정 기준에 불만
도매제공 의무사업자 선정 기준에 대한 사업자들의 불만도 쏟아졌다.
KT 사업협력실 박대수 상무는 도매제공 의무사업자 선정과 관련해 매출액과 시장점유율 수치를 가지고 선정하는데, 이것도 중요한 수치이지만 다른 것들도 고려해야 하지 않냐고 운을 뗐다.
박 상무는 KT의 경우 현재 시내전화의 경우 2007년 기준으로 원가 보상률이 100% 이하로 수익성이 떨어진 상황이라며 시장점유율도 중요하지만 시장 상황과 공익기여도 등 종합적으로 검토해서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KT나 SK텔레콤이 자신들의 망을 도매로 임대해주고, 이를 가지고 소매 장사를 할 사업자들을 환영할 리가 없다. 정책에 따라 의무적으로 임대해줘야 하지만 어떻게든 상황을 유리하게 만들고 싶은 것.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 김희수 경쟁정책그룹장도 도매제공 의무 사업자 선정 기준을 '경쟁상황평가'와 연계해 지정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의견을 냈다.
SK텔레콤 CR전략실 하성호 상무는 사업자를 늘려서 경쟁을 활성화시킨다는 제도의 취지에 동의하지만 특정사업자에게 의무화하거나 사후적이긴 하지만 도매대가에 대한 규제가 도입된 것은 사업자로서 부담이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방통위 통신경쟁정책과 이항재 사무관은 도매대가의 사전 규제나 사후규제에 관해 고민을 많이 했다면서 시행령이나 기준을 만들 때 대가 부분에 있어서 예측 가능한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방법에 대해 고려해 보겠다고 말했다.
이 사무관은 이어 재판매와 관련해서 시장 모니터링을 항상 수행하는데, 재판매 규제와 관련해 취약한 부분을 많이 보완하고 사후적으로 최대한 조치해 규제토록 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