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 MB정권은 우리나라의 통신비용이 다른 나라에 비해 월등히 높다며, 서민경제의 안정을 위해서라도 가계통신비 지출을 20% 낮추겠다고 공포했다.
이에 따라 통신업계는 결합상품 출시와 이에 따른 요금 할인상품을 내놓았고, 방송통신위원회는 저소득층 요금감면을 비롯해 ▲인터넷전화 번호이동 ▲와이브로의 음성탑재 ▲통신재판매사업자(MVNO)를 허용한다는 정책을 쏟아 냈다.
우리나라의 가계통신비 지출 비중에서 이동통신 비용이 전체의 6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또한 초고속인터넷과 유선전화는 경쟁심화와 이용률 감소로 적정 요금 수준을 형성하고 있기 때문에, 이동통신 요금을 줄이는 것이 곧 가계통신비를 줄이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이에 따라서 정부의 정책 또한 이동통신사 위주로 집중됐었다. 그러나 이러한 정책들의 실효성은 상당히 낮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저소득층 휴대폰 요금 감면 '큰 효과 없어'
우선 저소득층 이동전화요금 감면을 살펴보면, 감면 대상을 기존 7만3,000여 명에서 425만명으로 늘리고 감면액을 연간 50억원에서 약 5,000억원으로 대폭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지난 10월부터 본격 시행된 이 제도는 홍보 부족과 신청 절차의 번거로움 등으로 당장 효과를 내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최근 경기침체 탓에 저소득층과 월소득 140만원 이하의 차상위계층의 신청건수가 늘긴 했지만, 11월 중순 기준으로 28만여 명이 신청했을 뿐이다.
또한 방통위가 감면 절차의 간소화 방안을 보건복지부 등 관련부처와 협의해 마련하겠다고 했지만 아직 구체화되지 않았다. 여기에 매출 하락을 감수해야 하는 이동통신사의 적극성 부족도 한 몫 하고 있다.
한 이동통신사의 관계자는 "기본료 감면과 통화료의 50%를 감면해 주는 저소득층 요금 감면은 전체 가입자 규모 면에서 매우 미미한 비중이다. 또한 요금을 감면해 주어도 통화량이 오히려 늘기 때문에 이통사 매출 감소에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와이브로 음성탑재 및 MVNO 허용, 시장 상황 충분히 감안 못해…
또한 방통위는 와이브로 음성탑재를 허용하겠다고 공표했다. 그러나 국내 와이브로 사업자인 KT와 SKT는 음성탑재에 대해 적극적이지 않다. 자사의 이동통신 무선 인터넷(KT의 경우 KTF)과 경쟁이 될 수 있는 와이브로 음성탑재가 중복투자와 자기잠식 효과까지 불러올 수 있기 때문이다.
방통위가 올 2011년 주파수 재배치에 맞춰 와이브로 주파수를 신규 배정하겠다고 했지만, 주요 와이브로 사업자의 의지 부족과 초기 투자 부담으로 인한 신규 사업자 진입이 어려운 점을 감안할 때 단기적으로 실효를 거두기는 힘들다.
최근 전기통신사업법을 개정하면서 나온 재판매 도입도 이동통신 요금을 감면하는데 영향이 없기는 마찬가지다. 주파수 배정 및 설비투자 없이 기존 사업자에게 망을 빌려 서비스를 제공하는 MVNO의 실질적인 시장진입이 제도적 결함으로 막혔기 때문이다.
MVNO 도입에 따라 SK텔레콤, KTF, LG텔레콤로 고착된 시장에 제4의 이동통신사를 허용해 경쟁활성화로 인한 자율적인 가격인하가 정부의 목표였다. 그러나 얼마 전 개정된 재판매법에는 망을 빌려주는 '대가규제'를 기존 이동통신사 자율에 맡겨 경쟁자 출현 가능성이 대폭 낮아졌다.
이는 IPTV 사업자 선정시, 초고속인터넷망이 없는 오픈IPTV 진영이 KT, SK브로드밴드, LG파워콤과 같은 망사업자에게 대가산정을 자율에 맡기면서 결국 사업포기를 했던 전례에서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다.
■이통사들 "요금 자체를 인하할 계획 없다"
무엇보다 이동통신 요금 인하를 위한 가장 중요한 문제는 요금의 할인이 아니라 실질적인 요금 인하이다. 요금 인하 정책의 실효성이 의심되는 가운데, 업계에서는 통신결합상품 출시로 할인율인 높아졌음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이로 인해 개별 상품의 요금이 다소 내려갈 수는 있어도 이동전화+초고속인터넷+인터넷전화+IPTV 등 전체적인 가계통신 비용면에서는 인하 효과가 높다고 보기 어렵다.
이동통신 업계에서도 기존 3사 체제를 가능한 유지하면서 시장 점유율에 따라 일정한 수익을 올리자는 분위기가 형성돼 있다. 한 이동통신사 관계자는 "기존의 시장 점유율을 유지해 가면서 안정된 기반에서 수익을 올리는 것이 업계에 형성된 분위기다. 가입자 이탈을 막기 위한 마케팅이 있을 뿐 요금 자체를 인하하는 것을 고려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또 다른 통신업계 관계자는 "국내 통신시장이 포화된 현재 상황에서 정부의 잇따른 정책은 실효성을 기대하기 힘들다. 국민을 위한 요금 인하만 생각한다면 이동통신사의 기본료를 낮추고 가입비를 없애는 등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며 "그러나 산업보호 측면을 고려하면 일방적인 강요도 할 수 없는 상황이다"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