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모욕죄는 '인터넷 상의 국가보안법'

일반입력 :2008/11/11 13:07

김효정 기자 기자

최근 정부 여당에서 발의한 사이버모욕죄 입법시도에 대해 228명의 언론 및 법학자 등의 전문가들이 성명서를 내고 이를 철회할 것을 요구했다.

이번 성명서를 발표한 전문가들은 11일 프레스센터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사이버모욕죄가 인터넷 상의 표현의 자유와 민주주의적 가치를 위협한다고 주장했다.

이들 사이버모욕죄에 반대하는 전문가들은 언론학 및 법학을 위주로 정치학, 인문학 분야의 교수 및 변호사, 시민단체 등으로 구성돼 있으며 자발적인 참여로 동참했다.

건국대학교 법학과 한상희 교수는 사이버모욕죄는 한국의 지성에 대한 말살 기도이다. 사이버 공간이든 오프라인에서든 자유로운 토론과 비판을 할 수 있고, 경우에 따라 적나라한 감정 표현을 할 수 있다. 이러한 것은 민주사회라면 가장 중요한 근간이 되는 것이다라며 사이버모욕죄는 이러한 본직을 차단하겠다는 잘못된 권력의지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특히 정부 여당의 사이버모욕죄 입법추진에 힘을 실어준 유명연예인 자살은 이번 사이버모욕죄과 연관성이 떨어진다는 주장도 나왔다.

고려대학교 법학과 박경신 교수는 연예인의 자살은 인터넷 상 허위사실 유포로 인한 충격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문제에 대해서는 사이버 명예훼손 및 허위사실 유포죄 등 기존 법적 도구가 있고, 더구나 이는 '모욕죄'와는 전혀 상관이 없는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사회고위층을 위한 악법, 입법 필요성도 없어…

사이버모욕죄 중 가장 문제가 되는 부분이 바로 친고죄를 폐지하는 것이다. 형법상 모욕죄는 모욕을 당한 피해자가 신고를 해야 수사 및 처벌이 가능한데, 이번 사이버모욕죄는 고소를 하지 않아도 처벌할 수 있도록 하려는 것이 문제다.

박경신 교수는 만약 한 학생이 나한테 '초등학생 같은 발언을 했다'고 댓글을 달면 모욕죄가 될 수 있다. 그러나 내가 학생에게 같은 말을 하면 모욕죄가 해당 안된다. 그러나 내가 경찰서에 가서 학생을 신고하는 것은 더욱 모욕스러울 것이다며 즉 사이버모욕죄는 사회고위층을 위한 것으로 정치적 혹은 권력 유지용으로 악용될 가능성을 마련해 주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 모임에 동참한 이한본 변호사에 따르면, 이번 사이버모욕죄는 법적으로도 하자가 크다고 설명한다. 이미 지난 2001년 정보통신망법을 개정하면서 '사이버명예훼손죄'가 입법돼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당시 이 법안이 입법될 때는 인터넷 상 명예훼손에 대한 법이 없었기에 '처벌 공백'이 있었다는 것. 때문에 입법의 필요성이 증명됐다. 그러나 이번 사이버모욕죄는 처벌 공백도, 필요성도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이한본 변호사는 입법 필요성이 없는 상황에서 이번 사이버모욕죄는 겁을 주겠다는 이유 밖에 없는 것으로 보인다. 협박을 통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실제 선진국 중 형법상 모욕죄가 존재하는 나라는 우리나라를 비롯해 독일과 일본 등 3개국 밖에 없다. 그나마 일본은 모욕죄의 처벌이 경미하다는 것이 법학자들의 중론이고, 독일은 지난 60년대 이후 모욕죄로 유죄 판결을 받은 사람이 한명도 없다.

박경신 교수는 우리나라에 모욕죄 자체가 존재하는 것 자체가 국제적인 모독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만약 친구끼리 자존심에 상처주는 말을 했다면 모욕죄가 성립될 수 있겠지만, 굳이 친구 간에 고소하는 경우는 드물 것이다. 따라서 정말 원할 경우 고소하도록 하는'친고죄'를 적용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이버 상에서 악성댓글에 대해 신고하지 않아도 처벌을 하겠다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며, 정치적 의도로 해석될 요소가 농후하다.

한상희 교수는 인터넷 카페에서 토론하던 중 특정 표현에 대해 수사기관이 꼬투리를 잡으면, 이를 비친고죄인 사이버모욕죄를 들어 전체 카페에 대한 압수수색이 가능해 진다며 그렇게 되면 카페 참가자들은 겁이 나서 토론을 못하게 될 것이다. 즉 사이버모욕죄는 사이버 공간에서의 새로운 국가보안법이라고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