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적인 경기침체가 장기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내년 휴대폰 시장은 신흥시장을 중심으로 성패가 판가름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3분기 휴대폰 시장 실적의 경우, 세계 최대 업체인 노키아는 전년동기 대비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각각 5.1%, 21% 줄었다. 소니에릭슨도 전년동기 대비 매출액이 9.7% 하락했다. 모토로라의 경우에도 전년동기 대비 매출이 39%나 줄었고, 영업손실은 41%나 늘어나는 저조한 실적을 기록했다. 삼성전자만이 3분기에 5,180만대의 휴대폰을 판매, 10.7%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하며 글로벌 휴대폰 제조사 중 눈에 띄는 호실적을 기록했다.
문제는 내년까지도 휴대폰 시장 경기가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는 것.
전문가들은 지난 2001년 닷컴버블이 붕괴되면서 한차례 몰아친 적이 있는 휴대폰 시장의 침체가 내년에도 전세계를 강타활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2001년에는 휴대폰 시장이 형성된 이래 처음으로 6%의 매출 감소를 기록, 최악의 실적을 기록했다.
■경기침체 장기화…휴대폰 시장 전망 어두워
최근 몇 년간 전세계 경제성장률은 10% 이상을 기록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내년에 전세계적으로 3%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전통적으로 4분기는 크리스마스 시즌 등이 끼어 있어 한해 매출을 끌어 올리는 데에 결정적인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올 4분기의 경우 시장이 급격한 소비 위축에 시달릴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제조사들은 재고 발생률을 최대한 줄이는 전략으로 위기를 헤쳐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이번 경제 위기가 언제까지 지속될 지 누구도 예측하지 못한다는 것. 상황은 2001년보다 더 나쁘다.
2001년의 경우 휴대폰 보급률이 낮았기 때문에, 휴대폰을 처음 구매하는 소비자들이 어느 정도 시장을 견인했다.
그러나 현재는 유럽이나 북미 등 선진국 시장에서 이미 휴대폰 보급이 포화 상태에 이르렀기 때문에 2001년과 같은 상황은 기대하기 힘들다.
경기침체와 보급률 포화라는 악재가 동시에 겹치면서 휴대폰 제조사들이 지금까지와는 다른 전략으로 실적 저하를 방어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신흥시장 실적이 내년 시장 판가름
시장조사기관인 CCR인사이트의 조프 블라버 애널리스트는 글로벌 경기 침체로 인해 2001년 당시보다 휴대폰 시장의 침체가 더욱 장기화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신흥시장의 경우 엄청난 성장잠재력을 가진 만큼 가격에 많은 것이 달려있다고 말했다.
신흥시장(Emerging Markets)은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아프리카 등 한창 경제성장을 일구고 있는 곳을 의미한다. 이미 지난 2005년 이들 지역에서의 휴대폰 판매량은 선진국을 능가했으며 올해에도 약 3분의 2에 해당하는 휴대폰이 이들 지역에서 판매됐다.
최근 선진국을 중심으로 한 시장에서는 스마트폰 등 고가폰을 중심으로 교체수요가 발생하는 상황. 따라서 이를 통해서는 괄목할 만한 판매량을 기대하기는 힘들다.
글로벌 휴대폰 제조사 가운데 비교적 실적이 좋은 것으로 평가되는 삼성전자의 경우 지난해 초부터 '선진국-고가폰, 신흥시장-저가폰'의 전략을 펼치고 있다.
따라서 내년 휴대폰 시장은 신흥시장에서 저가폰을 중심으로 어느 정도의 수요가 발생할 지가 실적을 판가름 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