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명의 라이벌 안철수연구소(안랩)와 시만텍이 또 한번 외나무다리에서 만났다. 이번에는 주종목인 백신 보다는 종합 PC관리 시장을 두고 한판 대결을 벌인다.
두 회사가 말하는 ‘PC관리’란 사용자 PC에 일어난 장애를 온라인상에서 원격으로 지원해준다는게 골자. 인터넷 및 윈도 환경 최적화나 오피스 오류 등 보안과 크게 관련이 없는 문제도 해결해주는게 특징이다.
먼저 포문을 연 것은 안랩이다. 안랩은 올해 4월 ‘V3 365 클리닉’이라는 PC관리 서비스를 출시하고 시장 공략에 한창이다. V3 ‘유료 사용자’의 PC민원을 웹과 전화로 지원하는 이 서비스는 무료백신에 맞선 안랩발 위기극복 프로젝트의 선봉을 맡고 있다.
90년대 V3가 일으킨 반향을 ‘V3 365 클리닉’으로 다시 한번 일으키겠다는 것이다. 김홍선 안랩 대표는 최근 간담회서 “‘V3 365 클리닉’을 통해 사용자들이 유료 백신으로 눈을 돌리게 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안랩은 올해 8월에는 기능이 강화된 ‘V3 365 클리닉’ 두번째 버전도 내놓으며 PC관리 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시만텍은 안랩과 같이 유료백신 모델을 고수하면서도, 무료백신에 대항할 특별한 대책은 내놓지 않았었다. 보안업계 일각에서 시만텍이 국내 개인용 백신 사업에 비중을 크게 두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돌았던 이유다.
■ 시만텍, 안랩 대항마 ‘노턴 프리미엄’ 출시
하지만 추측은 빗나갔다. 시만텍은 2일 안랩과 비슷한 개념의 PC관리 서비스 ‘노턴 프리미엄’을 발표, 개인 사용자 시장을 파고들겠다고 선언했다. ‘V3 365 클리닉’에 맞불을 놓으면서 동시에 무료백신에 대항하겠다는 뜻으로 분석된다.
사용자는 ‘노턴 프리미엄’을 신청하는 즉시 시만텍으로부터 웹 주소를 받게 된다. 그리고 PC에 문제가 생길 때마다 이 주소로 접속해 시만텍 엔지니어와 상담할 수 있다.
시만텍의 이 같은 행보를 두고 시장에서는 노골적인 ‘안랩 따라하기’라는 비판의 목소리도 들리지만 사실은 그렇지가 않다. 시만텍은 이미 지난해 7월부터 일본에서 같은 서비스를 제공해왔다. 안랩과는 상관없이 한국에서도 ‘노턴 프리미엄’을 선보일 계획이었다는게 시만텍측 설명이다.
시만텍 이승윤 차장은 “‘노턴 프리미엄’은 일본 사용자들에게서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어 낸 인기상품이다”며 “한국 시장에도 성공적으로 안착할 것으로 확신한다”고 자신했다.
■ ‘상담’ 서비스 질이 승부처
시장은 이제 ‘노턴 프리미엄’이 ‘V3 365 클리닉’를 상대로 어떤 플레이를 펼칠지를 주목하고 있다.
지난 수 개월간 안랩은 ‘V3 365 클리닉’을 대대적으로 홍보하며 시장에 안착시켜나가는 모습이다. 뚜껑을 열어봐야 알겠지만 가격 경쟁에서는 안랩이 다소 유리해 보인다. 안랩은 ‘V3 365 클리닉’ 가격을 서비스 종류에 따라 1년에 3만9천600원, 4만5천100원, 6만7천100으로 나누는 등 유연한 정책을 펴고 있다.
반면 시만텍은 ‘노턴 프리미엄’을 1년에 6만원으로 못 박았다. 단, ‘노턴 프리미엄’은 ‘V3 365 클리닉’에 없는 ‘자녀보호기능’을 탑재했다.
이에 대해 보안업계 관계자는 “PC관리는 고객과의 ‘상담’ 능력이 경쟁력 향상에 있어 핵심이다”며 “이제까지 제품판매를 주력으로 삼은 안랩과 시만텍이 개인 사용자를 대상으로 한 ‘상담’에서 어떤 능력을 발휘할 지를 주목해야 한다”고 밝혔다.
당연한 말이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서비스의 질에 있다는 설명이다.
다른 기업들의 PC관리 서비스들도 안랩과 시만텍의 경쟁에 변수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국내에서는 SK브로드밴드(구 하나로텔레콤)와 KT가 각각 ‘PC 닥터’와 ‘메가패스 PC코디’란 PC관리 서비스를 진행하며 나름 인기를 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