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온라인 음악 서비스 시장에선 연간 이용료를 내면 디지털 음악을 마음껏 내려받을 수 있는 가입자 기반 과금 모델(subscription: 서브스크립션)로 성공을 일궈낸 업체가 없다. 이런 가운데 애플이 아이튠즈 음악 서비스에서 적용하는 다운로드당 과금 방식으로 분위기를 주도하고 있다.베스트바이가 최근 인수한 온라인 음악서비스 업체 냅스터 역시 경영 상태가 좋지 않다. 야후도 올초 ‘야후 뮤직 언리미티드’로 불리는 가입자 기반 음악 서비스를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이런 상황에서 세계 최대 온라인 음악 서비스 업체 애플이 가입자 기반 음악 서비스에 관심이 있다는 소문이 끊이지 않고 있는 것이다.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난 3월 애플이 ‘아이팟’이나 ‘아이폰’ 에 추가비용을 지불하는 것을 담보로 사용자가 ‘아이튠즈’ 음악 목록 전체에 접근할 수 있는 서비스를 놓고 대형 음반 업체들과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시간이 갈수록 루머는 증폭됐다. 8월에는 맥 관련 루머를 다루는 여러 사이트에 “애플이 10월에 시작되는 ‘아이튠즈 언리미티드’ 요금을 130달러로 할 계획”이라는 소문이 떠돌기도 했다. 그러나 음악 업계 한 관계자는 “애플이 음반 업체와 가입자 기반 서비스를 협의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 애플은 어느 음반사와도 라이선스 계약을 맺지 않았다”고 밝혔다.애플이 가입자 기반 모델을 고려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애플에만 해당되는 얘기는 아니다. 소니에릭슨은 지난 23일(현지시간) 무제한 음악 다운로드를 표방하는 온라인 음악 서비스 ‘플레이나우 플러스’를 시작한다고 발표했다. 이 같은 행보는 노키아가 꺼내든 ‘컴즈 위드 뮤직(Comes with Music)’에 대항하기 위한 것이다. 노키아는 사용자가 12개월간 세계 4대 음반사 중 EMI를 제외한 소니BMG, 워너뮤직, 유니버설뮤직 음악에 접근할 수 있는 휴대폰을 판매한다고 선언한 상황이다.휴대폰 사용자는 기간이 지나도 음악을 계속 소유할 수는 있지만 서비스를 계속 이용하려면 돈을 내야 한다.■ 부담의 경감노키아, 냅스터, 야후 등 기존 온라인 음악 서비스의 공통점은 음악 업계에 계속적인 이익을 주려한다는 것이다. 이중 노키아는 다른 음악 서비스와 달리 서비스 이용 요금이 휴대전화 요금에 포함시켰다.미국 음반 업체들은 현재 다양한 디지털 사업 모델을 추진하고 있다. 이중 휴대폰 회사와 연계한 서비스에서 가장 큰 고민은 사용자들이 요금을 내지 않으면 지금까지 소유했던 음악이 사라져버리는 방식에 대해 불만을 갖고 있다는 것이었다.그러나 애플은 새로운 무언가를 발견했을 수 있다. 애플은 경쟁사들이 실패한 분야에서 이미 성공을 거둔 경험이 있다. ‘틈새시장’에 불과했던 휴대용 디지털 음악 플레이어 시장이 대중화되는 데 기여한 일등공신은 애플 ‘아이팟’이다.스티브 잡스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9월초 언론을 대상으로 한 아이팟 신제품 발표행사에서 ‘아이튠즈’ 데이터베이스에는 6천500만장의 신용카드가 등록돼 있다고 밝혔다. 애플의 수익 기반은 이미 탄탄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사용자들로 하여금 ‘아이튠즈’ 음악 라이브러리를 이용하기 위해 정액제 방식으로 요금을 지불하게 하기 위해서는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높다.음악 업계에 오래 종사해온 크리스 캐슬 변호사는 가입자 기반 모델은 휴대폰에서 만큼은 시장이 존재한다고 믿고 있다.그는 “고급 홈 오디오 시스템을 갖춘 사용자들은 대량의 콘텐츠를 원하지 않는다”면서 “그들은 곡당 1달러를 지불하고 싶어하지도 않지만 음악 소유하는 것에 대해 일정 요금을 낼 의사는 있다. 문제는 음반사가 그에 대해 무엇을 요구할지, 거래는 어떻게 성립할지 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여전한 리스크하지만 그는 가입자 기반 모델은 여전히 리스크가 높다는 것을 인정한다. 다운로드당 판매든 가입자 기반 모델이든 새로운 음악 서비스는 현재 휴대용 디지털 음악 플레이어 시장에서 1위를 고수하고 있는 ‘아이팟’에 결합된 미국 최대 음악 서비스 ‘아이튠즈’와 경쟁해야 한다. 많은 사용자들은 지금도 가입자 기반 과금 모델로 음악을 듣는 데 큰 관심이 없다. 이에 따라 냅스터나 랩소디는 소비자들에게 이같은 방식의 구조를 알리기 위해 거금을 투자하고 있는 처지다.아마존닷컴 등 일부 다운로드 기반 음악 서비스는 ‘아이팟’에서 재생 가능한 MP3 포맷으로 음악을 판매하고 있지만 가입자 기반 음악 서비스에서는 지금도 디지털저작권관리(DRM)가 적용되기 때문에 해당 곡은 ‘아이팟’에서 재생할 수 없다.가입자 기반 음악 서비스 대부분이 ‘아이팟’과 경쟁하는 디지털 음악 플레이어와의 호환성을 유지해야 한다는 것도 장애물이다. MP3플레이어 제조업체가 펌웨어를 업그레이드할 때마다 야후나 냅스터는 자사 서비스가 해당 기기에서 제대로 돌아가도록 지원해왔다.음반업계의 예상과 달리 휴대폰 요금에 음악 서비스 이용료를 부과하는 방식이 소비자를 유혹할 가능성도 크지 않다. 조사기관 스트래티지어낼리틱스는 지난 18일 응답자의 83%가 휴대폰으로 음악을 듣고는 있지만 모바일스토어에서 곡을 구입한 경우는 6%에 지나지 않았다고 답한 조사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애플이 가입자 기반 온라인 음악 서비스에 참여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는 좀더 두고볼 일이다. 그러나 현시점에서는 섣부르게 도전하기보다는 경쟁업체들의 향방을 관망하는 것이 낫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