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 실시간 채널을 둘러싸고 마찰을 빚고 있는 지상파 방송사 진영과 케이블TV 측의 공방이 장기화될 전망이다.한국케이블TV방송협회(회장 유세준) 측은 지난 8일, 디지털 케이블TV의 지상파 방송 실시간 재송신을 중단해 달라고 요구한 한국방송협회(회장 엄기영)에 공문을 보내 무료 보편 서비스인 지상파 방송의 중단은 있을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케이블TV 측은 ▲케이블TV가 지상파의 수신확장 기능을 수행하고 있고 ▲지상파도 이에 따른 사회·경제적 이익을 향유했으며 ▲지상파는 무료·보편 서비스이므로 중단 요청은 맞지 않고 ▲시청자의 시청권을 침해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방송협회 측은 케이블TV가 명백하게 저작권법을 위반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소송도 불사하겠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현재 방송협회 측은 케이블TV 측이 사실상 재송신 중단을 거부한 것과 관련해 구체적인 대응 방안에 대해서 협의를 진행 중인 것으로 보인다.방송협회 측이 케이블TV에 문제 삼고 있는 부분은 케이블방송사업자(SO)들이 자신들의 디지털 방송을 영업하는 과정에서 지상파 채널을 고급채널로 분류, 활용하고 있다는 것.시청자들에게는 지상파 방송 프로그램이 매력적일 수 밖에 없고, 이러한 점이 디지털 케이블TV의 고객 확보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면 저작권을 가진 지상파 방송사에게 당연히 저작권료를 지불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케이블TV 측은 지상파 방송을 무기로 고객을 확보한 적이 없으며, 자신들 또한 시청자에게 아무런 대가 없이 지상파 방송을 제공하고 있다고 반론했다.현재 양측의 주장은 한치의 굽힘이 없이 공방전을 거듭하고 있는 양상이다. 지상파 방송사들은 오는 9월 상용화가 예정된 IPTV 서비스와 관련해 사업자들과 지상파 동시 재송신 협상을 진행해야 하는 상황이다.케이블TV의 공방이 제대로 정리되지 않으면, IPTV 사업자들이 형평성 문제를 끌고 나올 수 있다. IPTV의 경우 서비스의 특성상 디지털 케이블TV와 그 맥을 같이 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상파 방송사들은 케이블TV가 디지털 방송을 도입하면서 아날로그 때와 같이 지상파 방송을 송출하고 있는 현 상황을 이참에 어느 정도 정리하고 싶어한다. 어찌됐든 지상파 재송신을 둘러싼 이번 대립이 결국 시청자들의 불편으로 이어지는 상황은 끝까지 막아야 한다는 것이 양측의 입장이다.유세준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장은 "디지털 케이블TV가 유료화되면 그 비용은 고스란히 시청자에게 전이될 수 밖에 없다"면서 "시청자를 볼모로 이야기가 진행되면 곤란하지 않냐"고 말했다.방송협회 측도 "시청자를 볼모로 하는 일은 있을 수 없다"면서 "현재 대응 방안과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