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에서 열린 제78회 제네바 모터쇼는 자동차 업계가 새 모델을 선보이는 화려한 무대인 동시에 미래의 디자인 콘셉트를 제시하는 실험장이기도 하다. 2008년의 쇼에서도, 현실과 동떨어진 콘셉트카가 여러 대 전시됐다.
이탈리아 Pininfarina의 화제의 4도어 콘셉트카 ‘Sintesi’는 멋진 외관과 자동차로서의 기능성의 양립을 노린 모델이다. 차의 윤곽은 차체에 따라, 사이가 없는 라인이 ‘고리’를 그리고 있는 한편, 후부는 딱 잘라낸 것 같은 모양으로 공기 역학의 향상을 목표로 하고 있다. 또 차체 내부에 눈을 옮기면, 일반 승용차에서 보이는 엔진이 없어 차내 공간의 최대화를 도모하고 있다. 대신 바퀴에 가까운 위치에 연료 전지가 4세트 배치되어 있다.
Pininfarina에 의하면 Sintesi의 바디라인은 ‘부드럽고, 흐르는 공간’에 드라이버를 감싸는 내장 이미지와도 호응하는 것이다. Sintesi는 인텔리전스(스스로 생각하는 힘)를 보유한 새로운 통신 시스템이 탑재되어 차 밖의 표지나 정보를 ‘빛이나 색 등의 언어’를 통해 운전자에게 전하게 된다고 디자이너는 설명했다. 또 보다 현실적인 수준에서는 Reicom의 무선 기술을 기반으로 한 자동차 간 통신 시스템도 탑재했다.
Alfa Romeo의 신모델 ‘Spyder’가 전시되고 있는 장소에서 불과 몇미터 떨어진 곳에서 이탈리아의 차량 디자인 회사 Fioravanti가 트랜스 엑슬(transaxle:트랜스미션과 차동 장치를 일체화한 장치)을 채용하고 있던 한때의 Alfa Romeo차에 경의를 표하는 콘셉트카 ‘Vola’를 전시하고 있다. Vola는 회전식으로 개폐하는 경량 루프를 탑재하고 있다. 개폐 조작은 수동 및 자동에서 가능하고, 오픈시에는 루프가 트렁크 상부에 수납된다.
하이브리드 차인 것 같지도 않고, 도요타 제품으로도 도저히 안 보인다. 그러나 리어엔진의 4륜구동차 ‘Quaranta’는 프리우스에도 사용되고 있는 도요타의 ‘하이브리드 시너지 드라이브’ 시스템을 채용하고 있다. 새로운 환경 배려로 루프에는 태양 전지판을 장착해 차내의 전자기기가 사용하는 전력을 조달하고 배터리를 충전한다. 문은 전방 경첩 지점에 전체가 자동으로 부상하는 구조로, 그야말로 콘셉트카 스타일이다.
‘LigHT’의 수동 격납식 루프는 폴리우레탄으로 만든 루프 패널과 폴리카보네이트(polycarbonate)로 만든 리어 윈도우로 구성되어 있다.
‘Hidra’는 4도어의 ‘다목적 쿠페’로 구동계에 대체 연료를 이용하는 것으로 설계됐다. Fioravanti에 의하면 Hidra의 중심부에는 수소 연료 탱크나 배터리를 배치하기 위한 공간이 준비돼 있다. 프런트 글래스에 와이퍼가 붙어 있는 것도 의도적이다. 특허 취득이 끝난 ‘Geyser’라는 셀프 클리닝 시스템을 채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Geyser는 물이나 먼지를 튕겨 접근하지 못하게 하는 4계단의 나노 층과 끈기가 있는 먼지 등을 세정하는 여러 분출구로 구성되어 있다.
이탈리아의 자동차 메이커 Maserati의 설계자 자리를 신세대 디자이너들이 노리고 있다. Instituto Europeo di Design(IED, 유럽 디자인 학원)의 학생의 습작 ‘Chicane’에는 이러한 메시지가 담겨 있다. Chicane는 전방 2명, 후방 2인승 쿠페의 전면적 모델로 영화 ‘배트맨’에서 나오는 자동차를 생각하게 하는 펜더, 또 곡선을 강조한 차체에는 Maserati의 세련된 스타일과는 이질적인 샤프한 라인이 새겨졌다. 그런데도 우아함은 사라지지 않았다.
개폐식 루프는 소프트톱이 좋을까 그렇지 않으면 꺾어 접는 것이 가능한 하드톱이 좋을까? 컨버터블 타입의 차를 사는 사람의 대부분이 이 고민을 한다. Webasto는 콘셉트카 ‘LigHT’로 그 고민의 중간을 취하려 하고 있다(LigHT의 ‘HT’는 하이브리드 톱(hybrid top)의 머릿글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