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CEO가 병이 들었다면, 주주는 그것을 알 권리가 있을까.
이것은 애플의 스티브 잡스 CEO를 특집으로 다룬 포춘지가 제기한 문제이지만, 해당 기사에서는 이렇다 할 만한 대답은 없다. 또 이 기사가 나온 4일(미국시간)은 애플의 주총 당일이었다.
기사는 잡스가 2003년 10월 희귀한 종류의 췌장암에 걸렸다는 것을 알았으나 9개월에 걸쳐 극히 일부 관계자 외에는 진단 결과를 계속 숨기면서 외과 수술을 대신할 치료법을 찾아내려 했다고 보도했다.
포춘지에 의하면 잡스와 애플 측근 등은 진단 결과를 주주에게 보고해야 할 것인지를 논의했고, 법률 검토 결과 그럴 의무가 없다고 결론지었다.
잡스는 결국 수술을 결심했고, 수술 다음날인 지난 2004년 8월1일에 애플은 그가 암 수술을 받았다는 내용의 이메일을 잡스의 이름으로 직원들에게 보냈다.
잡스와 애플이 이렇게 긴 기간에 진단 결과를 밝히지 않은 것이 주주를 속인 것일까? 정답은 없다. 경영진의 질병을 발견과 동시에 공표하는 기업도 있고, 그가 일상적으로 집무를 관리할 수 있다면 공표는 삼가는 기업도 있다.
그러나 포춘지의 기사에서 인용한 2명의 기업 관리 전문가들은 잡스가 암 수술을 받을 예정이라는 것을 애플이 분명하게 밝혀야 했다고 지적했다.
웨이스트 매니지먼트(Waste Management)의 전 디렉터인 랄프 화이트워스는 “만약 수술중에 잡스가 죽었다는 소식을 들었다면, 주주들이 어떻게 생각했겠는가”라고 의문을 표시했다. 그는 웨이스트 매니지먼트의 CEO가 뇌종양으로 진단받았을 당시 회사 이사회장이었다.
웨이스트 매니지먼트가 당시 존 드러리 CEO가 뇌수술을 받기 직전에 성명을 발표했던 것처럼, 애플 역시 잡스의 병을 공표해야 했다고 화이트워스는 생각하고 있다. 다만 포춘지가 1999년의 기사에서 전했듯이, 드러리는 수술 3주일 전에 이미 몸상태가 급작히 나빠졌다. 웨이스트 매니지먼트는 혹시 그때 이미 발표를 했어야 했던 것이 아닐까.
이것은 나중에 생각해도 극히 어려운 상황이다. 의사가 환자의 예후에 관해 낙관적이고, 바로 그 환자인 경영진이 공식적으로 건강해 보인다면 굳이 알릴 필요가 있을까.
물론 미국의 우드로 윌슨 전 대통령의 2기째의 재현은 아무도 바라지 않는다. 윌슨 전 대통령은 당시 뇌경색이 발병해 매우 무거운 후유증이 남았지만, 그 사실은 국민은커녕 각료에게도 덮었던 것이다.
그러나 지금 문제삼고 있는 것은 그런 것은 아니다. 잡스가 수술을 받는 날까지, 애플을 완벽하게 관리하고 있었다는 것에 이론은 없다. 또 잡스가 암의 대체 요법을 찾으려 했다고 회사를 인솔하는 능력을 의문시할 것도 없다. 포춘지는 잡스는 암세포가 커지면서 처음의 생각을 바꿔 수술을 선택했다고 전했다.
비록 잡스만큼 유명한 CEO라도, 회사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한 자신의 건강 상태를 비밀로 할 권리가 있다. 어느 시점에서 CEO의 영향력을 약하게 해야 할 것인지를 결정하는 것은 이사회의 일이기 때문이다.
당시 애플도 잡스도 아무런 문제에 직면하지 않았던 것은 분명하고, 그 후로도 매우 잘했다. 그런데도 잡스가 자신의 병을 언제 알았는지가 정말 문제가 될까?
하지만 애플의 이 강박적인 비밀주의가 다시금 회사를 따라다니게 될 것이 틀림없다. 애플에 있어서 잡스의 존재는 160억달러의 시장가치와 동일하다고 계산되므로, 잡스의 병이 재발한다면 회사 주식이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는 애널리스트도 있다.
잡스의 건강에 관한 소문이나 추측은 2004년 이래 난무하고 있다. 애플은 앞으로 이러한 문제에 정말 신중하게 대처해야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