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에 새로운 변화의 물결이 일고 있다. 애플이 스마트 폰 시장에 얼마만큼 활약할 수 있을지를 가늠해 볼 수 있는 아주 중요한 시점이라 할 수 있다.
지난해 6월 아이폰이 출시된 직후부터 지금까지, 많은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은 아이폰용 애플리케이션들을 비공식적으로 만들어 냈다. 예정했던 계획대로라면 이번 주, 애플은 이들에게 공식적인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할 수 있는 개발 킷을 공개해야 한다.
지난 10월 애플 CEO 스티브 잡스는 서드파티 기업들이 아이폰에서 사용할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을 더욱 쉽게 개발할 수 있도록 공식적인 소프트웨어 개발 킷(SDK: Software Development Kit)을 2월까지 내놓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약속했던 2월의 마지막 주가 시작되었고, 서드파티 개발자들의 아이폰 및 아이팟 터치용 소프트웨어 개발에 관해 애플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지, 또 어떤 결정을 내릴지 사람들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그러나 애플의 발표가 다음 주로 미뤄질 수 있다는 소리도 들린다.
비즈니스 위크지는 애플 SDK의 공개가 3월로 미뤄질 것이라 보도했다. 그리고 25일, 비공식 애플 웹블로그는 SDK를 공개한다 하더라도 알파 또는 베타 버전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완전한 SDK는 올해 말 애플의 월드와이드 개발자 컨퍼런스에서 공개된다는 것이다.
애플 관계자는 25일, SDK의 2월 출시와 관련해서는 더 이상 업데이트 해줄 소식이 없다고 밝혔다.

애플은 보통 화요일에 새로운 소식을 발표하는 것을 선호한다. 더불어 이번 달 공개될 것이라는 루머가 돌았던 나머지 15여 개의 항목들에 대한 소식도 기대해볼 수 있을 듯하다.
사실 SDK의 출시 시기는 논란이 될 만한 큰 문제가 아니다. 중요한 것은 애플이 서드파티 애플리케이션 개발자들을 어떤 시각으로 바라보고, 또 대우할 것이냐는 것. 과연 필요악일까? 아니면 제품의 소비를 촉진시킬 호재일까?
잡스가 SDK에 대해 처음 언급했을 때 개발 시작 시점과 완료 시점에는 적어도 4개월 정도의 갭이 있을 것이라 설명했다.
그 이유는 우리가 정반대의 작업을 동시에 진행해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개발자들을 위한 새롭고 개방된 플랫폼을 제공함과 동시에, 아이폰 유저들을 바이러스, 말웨어, 사생활 침해 문제 등으로부터 보호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고 그는 말했다.
스티브 잡스가 언급한 새롭고 개방된 플랫폼이라는 표현을 애플이 어떻게 정의 내리느냐에 따라 개발자들은 흥분하거나 기분 나빠 하거나 혼란스러워 할 것이다.
애플로서는 몇 가지 옵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데, 우선 아무런 제약 없이 모두가 아이폰용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방법이 하나, 아무나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할 수 있게 하되 애플 측으로부터 반드시 인증을 받게끔 하는 방법이 또 하나, 그리고 마지막으로 애플이 적극적으로 애플리케이션 개발자들을 선택하는 방법이 있다.
각각의 시나리오들 아래에는 다양한 생각들이 깔려 있는데, 애플이 어떤 옵션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애플의 구체적인 의도 및 관점 또한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애플은 최대한 제한적인 성향의 정책을 고수해 왔다. 아이폰에 내장되어 있는 기술들에 대한 완전한 접근을 허용하지 않는 선에서 웹 애플리케이션들을 승인해 온 것이다.
보안 및 신뢰성 문제에 대한 우려가 결국 아이폰 출시 초기 애플로 하여금 보수적인 시각을 유지하게끔 한 주된 요인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애플은 이제 막 성장 가도를 달리고 있는 핵심 주력 제품이 제대로 만들어지지 않은 애플리케이션으로 인해 피해를 보는 일을 막고자 한 것이다.
그러나 아이폰 주변으로 생겨나는 자발적인 개발 움직임들의 도움을 받지 않고서는 아이폰이 소비자들에게 제공할 수 있는 서비스들이 상당히 제한될 수밖에 없다는 사실 또한 애플은 잘 알고 있다. 애플 자체 여력으로 소비자들이 아이폰을 사용하는 데 원하는 모든 종류 및 유형의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해 내리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아이폰 주위에 활기차고 적극적인 서드파티 개발자 커뮤니티가 형성되는 것에 대해 환영하는 입장이다. 이들은 아이폰 유저들에게 수백개의 새로운 아이폰용 애플리케이션들을 만들어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잡스는 지난 10월 한 글을 통해 밝혔다.
잡스는 이 글에서 애플이 스마트폰 업계에서 현재 사용되고 있는 애플리케이션 개발 모델을 채택할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했다.
그는 특별히 노키아를 예로 들었는데, 이들은 설치하려는 애플리케이션이 적정 기준의 보안 및 신뢰성을 보장하는지 기기가 확인할 수 있도록 디지털 인증서를 애플리케이션에 내장하는 방법을 사용하고 있다.
이 시스템을 활용하면, 아이폰에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할 때 아이폰의 OS X 운영체제 시스템에서 애플리케이션 내 해당 디지털 인증서의 존재 유무를 검사한 후 인증서가 없을 경우 설치 자체를 거부하게 된다.
노키아가 다량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세계 최대의 스마트폰 운영 체제 개발 회사인 심비안은 가격, 확산규모, 핵심 운영체제 기술에 대한 접근 정도 등의 조건에 따라 총 3가지 옵션을 애플리케이션 개발자들에게 적용하고 있다.
예를 들어 소규모 개발자일 경우에는 심비안의 운영체제를 적용한 노키아 핸드폰에 애플리케이션을 넣는 데 비용 부담은 들지 않는다. 대신 한정된 개수의 폰에만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할 수 있고, 실제 설치 과정에서 사용자들에게 ‘이 애플리케이션은 심비안에 의해 인증되지 않았음’을 경고하는 문구가 제공되게 된다.
만약 비용적인 부담을 조금 감수한다면, 설치 가능한 휴대폰 개수 제한은 없어지는 대신 애플리케이션의 퀄리티에 대한 검증 작업을 거쳐야 한다. 이 경우 소비자들에게 조금 더 안정적인 애플리케이션으로서의 이미지로 어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휴대폰 생산기업들 또는 통신업체들의 각기 다른 요구조건들을 반영, 윈도우 모바일 스마트 폰에 몇 가지 다른 옵션들을 적용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 측에서 애플리케이션들을 상대로 디지털 인증서를 요구하는 일은 없다. 하지만 대신, 마이크로소프트 로고 인증 과정에 참여하였거나 디지털 인증서를 받기 위한 프로세스에 돌입한 애플리케이션들을 우선 추천해주는 정도의 영향력은 행사하도록 되어 있다.

실리콘 밸리에서는 구글의 안드로이드 SDK가 새삼 모바일 개발자들 사이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안드로이드는 현재 출시된 모바일 폰들 중 가장 오픈된 운영 체제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 받고 있는데, 실제로 디지털 인증서를 요구하지도 않을뿐더러, 애플리케이션을 개발 및 적용하는 데도 아무런 제약이 없다.
물론 안드로이드가 아직 시장에 본격적으로 풀리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이후 무선 통신 회사들이 안드로이드 폰에 손을 대기 시작할 경우 어떤 변화가 생길지는 알 수 없다.
대부분의 무선 통신 회사들은 자사 네트워크와 연결되어 있는 폰들이 오픈 애플리케이션들을 제한 없이 수용하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표명해 왔다.
실제로 버라이존은 그들의 네트워크와 연결되어 있는 거의 모든 소프트웨어들을 통제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버라이존은 최근에서야 이러한 보수적인 정책을 버리고, 네트워크와 연결된 폰에도 외부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할 수 있도록 허용할 것으로 알려졌다.
더불어 3월 중 개최될 개발자 컨퍼런스에서 완화된 규정에 대한 틀을 만들 예정이다. 버라이존은 이러한 정책 기조 변화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은 하지 않았지만, 이들 입장에서는 완전 통제된 정책을 고수하다 갑작스레 개방 지향적인 정책으로 급선회하는 것이 부담스러울 수도 있는 상황이다.
애플이 만약 아이폰 애플리케이션에 대해 일정 기준에 따라 디지털 인증서를 요구하는 정책을 발효할 경우 이는 두 가지 이유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하나는 아이폰에 설치될 애플리케이션들의 퀄리티를 조절하기 위해서이고, 또 하나는 AT&T 측에게 그들이 제공하는 서비스들을 위협할만한 기능을 보유한 애플리케이션들을 사전에 차단 또는 승인할 수 있는 기회를 주기 위해서이다.
그러나 만약 제약 조건이 너무 무거워 진다면 개발자들 사이에서 안 좋은 소리가 튀어 나올 가능성이 높다. 왜냐하면 애플이 SDK를 개발하는 데 진력하는 동안, 아이폰은 거의 오픈 개발 플랫폼이 되어 버렸기 때문이다.
아이폰 출시 초기 화제가 되었던 것 중에 하나가 바로 제일브레이킹(Jailbreaking)이다. 서드파티 애플리케이션을 아이폰에 설치할 수 있도록 해킹하는 것을 의미하는데, 제일브레이킹으로 인해 게임부터, 지도, 카메라 소프트웨어까지 다양한 애플리케이션들이 아이폰을 위해 개발되었다.
실제로 제일브레이킹은 아이폰 사용자들 사이에서 매우 널리 확산되어 있는 상태.
출시 직후부터 아이폰의 잠재력을 최대한 활용하고자 수많은 개발자들이 도전에 도전을 거듭했고, 심지어 비공식적인 소프트웨어 개발 킷까지 등장하기에 이르렀다.
애플은 서드파티 애플리케이션들을 제거하는 펌웨어를 업데이트하고 애플리케이션을 로드하는 방식을 바꾸는 등 이들의 도전을 꺾기 위해 일정 노력을 기울였지만, 항상 승리는 애플이 아닌 개발자들의 몫이었다. 1월 맥월드에 업데이트 된 최신 펌웨어도 이미 크랙된 상태.
새롭게 공개될 SDK가 이들 개발자들을 만족시키지 못할 경우, 아이폰 애플리케이션 개발 유형은 두 가지로 나뉘어질 것으로 보인다.
비교적 큰 규모의 회사들은 애플이 공식적으로 인가한 모델을 따를 확률이 높고, 이미 존재하고 있는 비공식적인 개발 모델은 인증 비용을 부담하길 부담스러워 하는, 그리고 애플의 규정에 동의하지 않는 소규모 개발자들로부터 여전히 사랑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애플은 SDK를 공개함과 동시에 비공식적인 애플리케이션의 설치를 막을 수 있도록 운영체제를 수정하겠지만, 애플이 예상하는 것만큼의 제한 효과를 거둘 수 있을 지는 미지수이다.
아이팟 터치는 그럼 어떻게 할 것인가? 무선 통신 회사들의 우려를 반영한 조금 더 강력한 아이폰 용 SDK, 그리고 와이파이 기능을 가지고 있는 아이팟 터치를 위한 조금 더 오픈된 SDK, 이렇게 두 개의 SDK를 만들 것인가?
강력한 규정을 반영한 SDK를 아이팟 터치에 적용할 경우, 아이팟 터치의 판매량 감소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애플은 상당히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더군다나 애플은 아이팟 터치를 아이팟 라인 업의 미래로 밀고 있는 상황.
아이폰 사용자들의 입장은 어떨까? 강력한 규정을 적용할 경우 기존에 사용하고 있던 편리한 비공식 애플리케이션을 사용할 수 없게 되고, 더 나아가 따로 비용을 지불하고 이와 비슷한 애플리케이션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반면 완화된 규정을 적용할 경우 소비자 입장에서는 자신이 원하는 기능을 모두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보안의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이 있다는 단점이 있다.
애플이 적절히 균형 잡힌 시각을 유지한 선택을 할 경우 아이폰의 사용가치는 더욱 증가할 것이다. 만약 RIM이 아이폰의 애플리케이션으로 들어오기로 결정한다면 아이폰을 통해서도 회사의 블랙베리 이메일 서버를 접근할 수 있게 된다.
더불어 어도비의 지원을 받아 플래시 기반의 웹페이지를 볼 수 있다. 아이폰의 가속도계와 터치 스크린 사용을 극대화 하여 재미있는 게임을 하는데 활용할 수 있다.
애플은 현재 완전 개방과 적절한 통제 사이에서 선택해야만 하는 기로에 서 있다. 완전히 오픈된 환경을 구축하느냐, 아니면 선택된 일부 회사들에게만 애플리케이션 개발 권한을 부여하느냐의 문제라고도 볼 수 있다. 이번 선택의 결과는 애플이 2008년 판매 목표량 달성 여부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더불어 애플, 그리고 아이폰이 통해 진정 모바일 컴퓨팅의 미래를 바꾸어 놓았는지를 다시 한 번 판가름하는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