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무료백신 알약, 기업도 약발 받을까?

기자수첩입력 :2008/01/16 16:58

김태정 기자 기자

무료백신 ‘알약’이 예고한대로 기업시장에 손을 뻗치고 있다. 제약사(?) 이스트소프트는 최근 ‘예약 구매 시 30% 할인’이라는 마케팅 전략을 내놓고 기업고객 잡기에 본격 나섰다. 관련 업계는 알약의 ‘약발’이 기업시장에서도 통할 수 있을지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이다.

이런 가운데 기존 백신 강자들은 대부분 “알약의 기업시장 성공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주장하고 있다. 안 그래도 경쟁이 치열한 백신시장에 껴들은 알약을 두고 고운 소리가 나올 리는 없으나, 자세히 들어보면 나름 논리를 갖추고 있다.

알약은 「사후 서비스」 못한다?

알약 기업공략의 문제는 ‘무료’라는 이점 없이 길게는 수십년간 경험을 쌓아온 경쟁사들과 맞닥뜨렸다는 것이다. 알약의 성능이 아무리 뛰어나다 해도 ‘무료’가 아니었다면 2달만에 ‘150만명 중독자’를 낸 큰 결과는 없었을 것이다.

결국 기업시장에서는 긴급 대응과 같이 고객들이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서비스 부문에서 승부를 내야 한다. 뉴테크웨이브 조재형 이사는 “90% 이상 포화돼 있는 기업백신 시장에서 알약이 고객을 확보할 방법은 높은 서비스 수준을 보여주는 것 뿐”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것이 말처럼 쉽지가 않다. 국내 고객사들 특유의 서비스 요구수준은 해외 어느 곳 보다도 높으면서도 정당한 가격이 오가는 일은 적다. 이는 해외 유명 백신들이 국내에서 고전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때문에 기존 백신 업체들은 ‘신인’ 알약의 성공 가능성을 낮게 평가하는 것이다. 안철수연구소 황미경 차장은 “이미 수년간 긴급 대응 시스템을 운영해온 기존 백신업체들이 알약보다 서비스 수준이 높을 것은 당연하다”며 “알약이 만족할 만큼 고객사를 확보하기 힘들 것”이라고 밝혔다.

또 익명을 요구한 ‘알만한 업체(?)’ 관계자는 “알약은 외산 엔진 비트디펜더를 쓰는데 국내 엔지니어들이 이를 100% 다룰 수 있을지 의문이다”며 “무료 이점 없는 알약은 경쟁상대가 못 된다”고 말했다.

이스트소프트 「긴급대응팀 문제 없다」

이에 대해 이스트소프트는 기자에게 장문의 자료를 보내며 반박했다. 이미 수차례 들어왔던 지적이라 그런지 주요 사항마다 조목조목 깔끔하게 의사표현을 했다.

우선, 알약도 긴급대응 조직이 구축되어 있고 사용자 증가 추이에 따라 전력을 보강할 계획이다. 비트디펜더가 수집하는 바이러스 정보도 업데이트하고 있으며, 베타기간에 국내 유명 백신이 놓친 악성코드도 잡아냈다고 한다.

이스트소프트 김명섭 팀장은 “일부 유료 백신 업체들이 제기하는 주장은 어디까지나 ‘예상’에 불과하다”며 “실전에서 우수한 성능을 증명할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가격 마케팅보다 서비스 강조해야

이렇듯 새로운 경쟁을 앞둔 양 진영에는 다소 미안한 말이지만, 알약의 성공 여부를 지켜보는 것이 ‘관객’들에게는 흥미로운 일일지 모른다.

한 가지 알약에 주제넘은 조언을 한다면, 기자에게 보내온 자료처럼 사후 서비스 부분을 적극 알릴 필요가 있다고 본다. 알약 출시 이후 나온 공식 보도자료 중 사후 서비스를 집중 설명한 것은 아직 없었고, 고객들은 이를 가장 궁금해 하고 있다.

실제로 알약 도입을 생각하고 있지만, 서비스를 잘 몰라 망설여진다는 IT 담당자들의 목소리가 간간히 들려오고 있다. 반면, 30% 예약 할인 판매에 대한 ‘환호’는 아직 ‘글쎄올시다’다.

공격적인 가격 마케팅도 필요하겠지만 부동층 ‘표심’을 잡는 가장 확실한 공략을 부각시키는 것이 우선인 듯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