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인텔의 '실버쏜(Silverthorne)' 칩을 다수 제품에 도입한다고 결정함으로써 기술 퇴보에 대한 우려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애플인사이더는 14일(미국시간), 인텔의 최신 저출력 실버쏜 칩을 2008년 출시가 예정되어 있는 다수의 제품에 도입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특히 모바일 부문에 실버쏜 도입을 집중시킬 계획이다.
실버쏜을 도입할 가장 유력한 후보로는 3G 아이폰과 애플인사이더가 연초에 소개했던 뉴턴(Newton)과 비슷한 형태의 태블릿 컴퓨터로 꼽힌다. 실버쏜에 대해 지금까지 수집된 지식을 종합해 보았을 때, 태블릿 컴퓨터에 실버쏜을 도입하는 것은 설득력 있어 보인다. 하지만 아이폰으로 가면 얘기는 조금 달라진다.
인텔은 내년 2월 세계 반도체 학회에서 실버쏜에 대해 보다 자세한 이야기를 쏟아낼 예정이다. 하지만 이전 버전들을 통해 유추하고, 또 실버쏜에 대한 인텔의 작년 발언들을 종합해 볼 때, 실버쏜은 2004년 펜티엄 M 프로세서 수준의 사양을 보유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다만 오늘날 인텔의 코어 2 듀오 노트북 프로세서들이 사용하는 35와트 보다는 훨씬 적은 전력이 들 것이다.
하지만 사실 그마저도 휴대폰 용으로는 충분치 않다. 아이폰을 분해해본 결과 애플은 현재 삼성 S3C6400 또는 이와 비슷한 사양의 자체 부품을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 칩은 ARM1176를 기반으로 하는데, 620MHz에서 불과 279밀리와트의 전력만을 소모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기기의 모든 기능을 풀 가동했을 때 소비되는 전력이고, 실제로 사용할 때는 이보다 훨씬 더 적은 양의 전력을 소비하게 된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실버쏜을 사용할 경우, 아무 기능도 가동하지 않은 상태에서 최소 500밀리와트 이상의 전력을 소비하게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정도 수치가 핸드폰에 적합하다고 볼 수는 없다. 특히 애플 폰의 경우에는 더욱 그렇다. 만약 애플이 진정 전력 소비에 대해 걱정하고, 충분히 효율적인 전력 소모 수치가 보장될 때까지 3G아이폰의 출시를 연기한 것이라면 말이다.
이 정도의 전력 효율은 휴대폰이 아니라 ‘뉴턴의 부활’이라고도 불리는(소문에만 나돌고 있는) 강력한 휴대용 기기 정도에 적합한 수준이다. 실제로 작년에 인텔이 소개한 실버쏜 기반 기기의 디자인을 살펴보면, 휴대폰이라고 하기 보다는 UMPC나 소니의 PSP와 흡사한 개념의 기기로 생각되었다.
애플 CEO, 스티브 잡스와 인텔 CEO, 폴 오텔리니의 긴밀한 관계 그리고 오텔리니의 저출력 디자인에 대한 굳은 의지 등을 보았을 때, 애플과 인텔이 차세대 모바일 폰 또는 모바일 컴퓨터 개발에서 상호 협력 관계를 구축하더라도 전혀 이상하지 않다.
하지만 가시적인 결과물은 적어도 2009년 ARM 디자인의 전력 효율 수준을 따라올 수 있는 무어스타운(Moorestown) 칩이 개발되기 전까지는 기대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무어스타운 칩을 적용할 것이라고 밝히며 인텔 측에서 소개한 몇몇 기기의 디자인이 아이폰과 매우 흡사한 형태라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지금까지 애플은 아이폰과 아이팟 터치의 OS X 운영 체제를 ARM 명령어 집합에 맞게 설계해야 했다. 이보다 더 현실적인 옵션이 없었기 때문이다. 애플은 소프트웨어(아이라이프(iLife), 아이워크(iWork), 거라지밴드(GarageBand)) 등을 포트하기 위해 필요한 개발 리소스를 보고, 또 이 작업으로 인해 소요되는 시간과 비용 들을 계산했을 것이다.
만약 인텔이 x86 칩을 ARM 파트너스가 개발한 것과 비슷한 전력 소비 조건 및 성능으로 만들 수 있다면, 인텔은 휴대폰 시장에서 주도권을 가질 가능성이 높다.
물론 그 때쯤 되면 ARM 파트너는 이미 비슷한 전력 소모량을 유지한 체, 듀어 코어 칩 정도의 단계로 넘어가 있을지도 모른다. 결국 다양한 변수가 도사리고 있는 이 이야기는 계속 이어질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