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에서 만난 첨단 로봇에의 열정

일반입력 :2007/10/25 20:41

Stefanie Olsen

가정용 로봇, 무인 자동차 등의 로봇 사업을 추진 중인 실리콘밸리의 한 신생회사가 있다. 그런데 이 회사의 사업 진행 방식은 여타 회사들과 사뭇 다른 데가 있어 관심을 끈다.

캘리포니아 멘로파크 소재 윌로우 거라지(Willow Garage)는 현재 개인용 로봇, 자동 보트 및 무인 자동차에 필요한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 개발 플랫폼을 만들고 있다.

이 회사는 지금으로부터 약 1년 전 이그룹스(eGroups)의 설립자이자 구글 설계자였던 스콧 핫산에 의해 조용히 시작됐다. 이 회사는 로봇 개발자들의 애플리케이션 개발활동을 촉진하려는 취지에서 앞으로 자신이 개발하게 될 로봇 소프트웨어를 오픈소스화할 방침이다.

CEO인 스티브 커즌스는 애초부터 수익을 내야 한다는 압박 없이 시작했으므로 당분간 로봇 관련 씽크탱크에 가까운 역할을 하게 될 것이며, 향후에는 기술 라이선스를 수익 모델로 하는 회사를 지향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전직 IBM 연구직 임원이었던 커즌스는 최근 한 인터뷰에서 우리 사업은 연구 프로젝트 성격이 짙다. 제품에 대한 구체적 계획이 나오면 그때 가서 이를 추진할 회사를 따로 설립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윌로우 거라지의 개인용 로봇 제품 시안. 손을 이용해 물체를 다룰 수 있다.

윌로우 거라지의 무인 자동 차량 테스트에 사용되고 있는 포드의 하이브리드 차량 이스케이프.

윌로우 거라지의 무인 자동 보트.

이 회사는 24일(미국시간) 개인용 로봇에 쓰일 오픈 소스 소프트웨어를 개발 중인 스탠포드 대학의 컴퓨터 과학 연구소에 85만달러를 기증했다고 발표했다. 윌로우 거라지는 현재 스탠포드와 공동으로 연구를 진행 중이며 개인용 로봇 시제품인 PR2 개발 작업을 위해 위 연구소에서 2명의 연구생을 채용했다(이들은 PR1 로봇 제작자이다).

커즌스는 윌로우 거라지에 개인적으로 자금을 대고 있는 사람들이 누구인가는 밝히지 않았다. 그러나 2000년 이그룹스를 야후에 4억1,200만달러를 받고 매각했던 핫산이 자금원인 것으로 추정된다. 핫산은 구글, 아마존닷컴의 알렉사 인터넷, 스탠포드 디지털 라이브러리의 소프트웨어 설계자였다.

윌로우 거라지의 출현은 로봇공학 및 인지 컴퓨팅 분야에 관해 갈수록 높아지고 있는 상업적 관심과 때를 같이 한다. 아이로봇은 바닥 청소용 로봇이 수익성이 있음을 증명했다.

MS 역시 지난해 로봇 개발을 위한 상용 운영 체계인 ‘로보틱스 스튜디오’를 내놓으며 이 같은 움직임에 동참했다. MS는 윌로우 거라지와 마찬가지로 실제 또는 모의 로봇을 개발하는 데 필요한 표준 소프트웨어를 제공함으로써 로봇 산업 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하고자 한다.

윌로우 거라지는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로봇 하드웨어 분야에도 손을 뻗치려 하고 있다. 예컨대 자동 주행 차량용 소프트웨어를 개발한 후 이를 테스트하기 위해 포드의 하이브리드 차량인 이스케이프의 방향 지시 시스템과 센서를 제작했다. 향후에는 차량 자동 주차 등을 위한 애플리케이션 개발로 그 범위를 확대하고자 한다.

물론 자동 주행 차량 분야에서 윌로우 거라지가 선도자 입장이라는 것은 아니다. 조만간 열리게 될 DAPRA 어번 챌린지는 200만 달러가 걸린 로봇 차량에 의한 모의 시가지 주행 대회이다.

커즌스는 윌로우 거라지의 차량은 아직 개발 초기 단계여서 캘리포니아 빅터빌에서 다음달 3일 열리게 될 이 대회에 참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윌로우 거라지는 태양 에너지로 구동되는 자동 보트의 테스트를 앞으로 6주 내에 시작할 방침이다.

전직 해군 대령으로서 윌로우 거라지의 자동 선박 프로그램 책임자인 데이비드 메이어는 이 보트를 기후 변화 측정이나 해양 지도 제작 등 무인 해양 조사용 선박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태양 에너지를 이용하기 때문에 바다에서 1년은 문제없이 견딜 수 있다. 이 자동 선박용 인공 지능 및 충돌 회피 시스템은 현재 개발 중이다.

메이어는 이 자동 선박에 의해 해양 조사 분야의 새 지평이 열리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가정용 로봇 제작을 위한 여러 가지 표준 툴을 준비하고 있다. 윌로우 거라지는 현재 가정용 로봇에 쓰이는 소프트웨어와 로봇 시제품 PR1을 보유하고 있으며, 2개의 팔과 물체를 잡을 수 있는 손을 가진 인간 형상 로봇인 PR2는 조만간 완성될 예정이다.

이 같은 개발 작업을 통해 로봇 지능과 로봇의 기계적 및 전기적 구조에서의 기본적 문제들에 관한 해답을 찾고자 한다. 진정한 가치를 지닌 개발 플랫폼을 개발자들에게 제공하기 위함이다. 한편 이 회사는 내년에 자신이 개발한 소프트웨어 아키텍처를 대학 및 연구단체에 공개할 방침이다.

이는 소프트웨어 분야 종사자들이 여러 아이디어와 공통 로봇 플랫폼을 공유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로봇 분야 발전을 더욱 가속화시켜 줄 것이다.

현재 이 회사에는 12명의 직원이 일하고 있지만 2009년 5월까지 직원 수를 60명 이상으로 늘릴 방침이다.

생커 새스키 U.S 버클리 공과대학장은 윌로우 거라지가 인간형상 로봇의 개발을 추진함으로써 인간이 하는 일을 대신할 로봇이라는 로봇공학의 큰 명제를 이끌어 가는데 일정한 기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이 회사의 장기적 연구 방침 또한 바람직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는 제품을 만들어야 한다는 압박감 없이 보다 유연성 있는 아이디어들을 하나씩 모아가다 보면 좋은 결과에 이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