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규제기구들과 마이크로소프트간의 3년에 걸친 법적 분쟁이 17일(미국시간) 내려질 EU 제 1심 법원 판결을 끝으로 마침내 종지부를 찍게 된다. 이번 판결은 소비자, 컴퓨터 제조업체, MS 경쟁업체 그리고 유럽위원회의 IT 회사들에 대한 규제력에 적지 않은 파장을 몰고 올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초미의 관심사는 유럽위원회가 지난 2004년 3월 MS에 내린 시정 명령에서 제기한 2가지 문제에 관해 어떤 판결이 내려질 것인가이다. 유럽위원회는 위 시정명령에서 MS가 갖가지 불공정 경쟁 관행들을 고수해왔다는 결정과 함께 MS에 6억1,300만달러의 벌금을 부과한 바 있다. 관심이 되고 있는 2가지 문제란 MS가 미디어 플레이어를 시장 지배적 운영체계인 윈도우에 포함시킴으로써 공정경쟁을 저해했는지와 경쟁업체들에게 상호운용성 프로토콜에 관한 적절한 수준의 정보를 제공했는지 여부이다. 한편 상호운용성 및 미디어 플레이어 문제를 둘러싸고 유럽위원회에 압도적으로 불리한 판결이 내려질 경우 유럽위원회 기능 자체가 유명무실해질 가능성이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최근 몇 해 동안 유럽위원회는 MS 이외에도 인텔 등의 여타 IT 대기업에 관한 반독점 조사에서 거침없는 행보를 보여줘 왔다. 인텔은 마케팅 달러를 쏟아 부으며 인텔 칩의 독점적 지위를 구축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또 휴대폰 칩 제조업체인 퀄컴을 상대로 3G 칩셋 특허를 둘러싼 반독점 문제를 조사했으며 최근에는 구글이 온라인 광고 회사인 더블클릭을 31억달러에 인수한 사안에 대해서도 반독점 심의를 시작했다. 클리포드 챈스의 반독점 전문 변호사인 토마스 빈지는 유럽위원회가 이번 소송에서 크게 패배하는 경우 그간 공정 경쟁 문제에 관해 IT 대기업들에 보여준 유럽위원회의 대담한 행보의 근거가 "일거에 무너지게 된다"면서 "그렇게 되면 반독점 사안를 다루는 유럽위원회의 의지와 추진력은 자연히 누그러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반대로 소송이 유럽위원회의 깨끗한 승리로 끝난다고 하더라도 유럽 규제기구들이 기세가 등등해진 나머지 당장 경미한 반독점 사안에까지 일일이 규제의 칼날을 들이대지는 않을 것으로 관계자들은 보고 있다. 빈지 변호사는 "위원회가 자칫 패소하는 경우 승소하는 때보다 문제가 훨씬 심각해진다"고 말했다. 또 벌금 문제도 있다. 2004년 3월 시정 명령 시 부과된 6억1,300만달러의 벌금에다가 유럽위원회의 최초 명령에 MS가 불복함에 따라 지난 해 3억5,700만달러의 벌금이 늘어났다. 이 막대한 벌금에 관해서도 결론이 내려질 것이다. 앨런 앤드 오버리의 반독점전문 변호사인 마이클 레이놀즈는 현재 조사가 진행 중인 비스타 등 MS의 여타제품에 관한 위원회의 시각 또한 이번 법원의 판결에 불가피하게 영향을 받지 않겠느냐는 시각이다. MS는 지난 10월 유럽 및 한국의 반독점 규제기구들이 제기한 우려를 받아들여 그에 따라 비스타를 변경했다고 밝힌 바 있다. 레이놀즈 변호사는 "위원회의 개입이 이미 시작된 상태지만 이번 법원 판결이 나온 후 최종 협상에 이르는 게 바람직하다는 생각이 지배적"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주 예정된 법원 판결에 따른 EC의 반독점 사안 접근 방식에서의 변화는 예상될 수 있는 일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게 구글, 인텔, 램버스, 퀄컴 등의 다른 회사들에 어떤 영향을 미칠 확률은 그리 높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클리어리 고트립 스틴 앤드 해밀턴의 반독점 전문 변호사인 모리츠 돌먼즈는 "구글의 시장점유율은 MS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낮을 뿐더러 이용자는 검색 엔진을 언제든 자유롭게 바꿀 수 있다"는 점을 들며 구글과 이번 판결간의 연관성을 부인했다. 아울러 인텔에 관해서도 인텔 칩이 대부분의 컴퓨터에 탑재되어 있다고는 하지만 인텔에게는 AMD라는 경쟁회사가 있고, 또 유럽 지역에서의 착취적 가격 문제는 MS가 직면하고 있는 미디어 플레이어 및 서버 프로토콜 상호운용성 문제와는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고 지적했다. 전세계의 IT 회사들에서부터 법조계, 반독점 단체들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시선들이 초미의 관심 속에서 이번 판결을 주시하고 있다. 윌슨 선시니 굿리치 앤드 로사티의 반독점전문 변호사인 크리스 컴프턴은 "이번 제 1심 법원 판결이 전세계에 미칠 실질적 파급효과가 적지 않을 것"이라며 "이 판결 여하에 따라 한국과 일본은 MS나 인텔 등에 대담하게 어떤 조치를 취할 수도 유보적 태도를 보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판결이 일단 내려지면 이 판결을 둘러싼 법조계 내 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