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 서적이 한동안 주목을 받는 듯했으나 아직까지도 디지털 영역으로 깊숙이 침투하지 못하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괜찮은 성능의 e북 리더기가 없다는 점 때문이다.
물론 대형 출판사들이 e북의 도입을 신중하게 고려하게 되기까지는 극복해야 할 과제들이 많이 남아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e북 시대로의 진입을 위한 핵심적인 첫 단계는 하드웨어다.
그런데 최근 희소식이 들려왔다. 소니 리더(Sony Reader)로 e북 리더기 중 가장 친숙한 이미지를 갖고 있는 소니가 ‘PRS-500 휴대용 리더 시스템(300달러)’을 출시했다는 소식이다.
6.9x4.9x0.5(HxWxD) 사이즈의 이 리더기는 표준 DVD 케이스와 페이퍼백 소설(가죽 커버)의 중간 정도 크기다.
하지만 메탈릭 블루보더에 얇은 스크린 디스플레이가 장착돼 있어 DVD 케이스나 페이퍼백 소설보다 약간 더 무거운 8.8 온스다.
측면의 메모리 카드 확장 슬롯을 따라 전면에 몇 개의 버튼이 배치돼 있다.
600x800 픽셀, 4-그레이스케일의 스크린 사이즈는 약 4.9x3.6 인치이며, 디바이스의 전원을 켜면(전원 플러그를 꽂고 디바이스가 작동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몇 초 정도) 백릿이 없는 하이 콘트라스트 흑백 디스플레이가 나타난다.
이 디스플레이는 기술적으로는 위키피디어가 “적합한 자기장을 이용해 충전된 색소 미립자를 재배열함으로써 시각적 이미지를 형상화하는 정보 디스플레이”라고 정의하고 있는 전기 이동 디스플레이다.
다른 몇몇 전자 종이 제품들과 마찬가지로 소니 리더기도 ‘E 잉크’ 기술을 사용한다. E잉크 기술은 스크린상의 문자와 단어를 마치 인쇄물에서 보는 것처럼 볼 수 있도록 해주는 기술이다.
사이즈(Size) 버튼을 이용하면 폰트 설정(작음, 중간, 대형)을 선택할 수 있지만 최소 사이즈로 설정한다 하더라도 페이지당 라인은 인쇄물보다 적은 편이다.
예를 들어 조지 오웰의 1984를 중간 폰트로 놓으면 인쇄물보다 훨씬 더 많은 767 페이지에 달한다. 인물 모드로 사용하려면 리더를 책이나 막대처럼 자연스럽게 수직으로 들어야 하지만 풍경과 인물 모드간 전환이 가능하다.
텍스트가 스크린에 표현되는 방식은 전체적으로 마음에 들었으며, 책을 읽는 동안 눈에 피로도 느껴지지 않았다.
불이 환하게 밝혀진 방에서 일반 종이 서적을 읽는 것보다 나쁘지 않은 수준이다. 다시 말하면 스크린에 다음 페이지를 가져오기까지 1초 정도가 소요돼 약간 신경이 쓰인다.
‘고스팅’ 효과라고 불리는 이 현상은 E잉크 기술의 근본적인 문제점 때문인 듯하다.
다른 사용자들에게 리더를 보여주자 한결같이 페이지 넘기기가 유연하지 못하다는 점을 가장 먼저 지적했다.
디바이스의 사용자 인터페이스 내비게이션은 매우 직접적이지만 약간 더 개선돼야 할 것 같다. 책, 오디오, 사진, 설정 등 톱 레벨 메뉴로 구성돼 있다. 책은 저자와 날짜로 선택할 수 있으며, 보유하고 있는 책을 콜렉션으로 분류할 수도, 북마크 페이지로 넘길 수도 있다.
메뉴 시스템은 디스플레이 바로 밑에 있는 일련의 숫자 버튼에 대응하는 숫자가 놓인 오른쪽 부분에 배치됐다.
예를 들어 숫자 8을 클릭하면 오디오 기능인 스크린의 여덟 번째 탭으로 이동한다. 책을 읽고 있는 중이라면 숫자 버튼을 이용해 앞뒤로 움직일 수도 있어 수많은 페이지를 건너뛸 수 있다. 이 디바이스는 책의 전체 페이지를 아홉 개의 큰 묶음으로 분류한다.
숫자로 표시된 바로가기 버튼을 이용해 원하는 지점으로 빠르게 이동할 수 있지만 작은 조이스틱 버튼으로 내비게이션을 종료하고 싶은 사람에게는 이 프로세스가 느리게 느껴질 수도 있다.
우리 역시 원하는 곳으로 돌아가는 메뉴 선택을 수차례나 건너뛰었다. 버튼의 크기와 모양도 그다지 인상적이지는 않으며, 전용 ‘메뉴’와 ‘뒤로 가기’ 버튼 또는 언제라도 메인 메뉴로 돌아갈 수 있는 홈 버튼이 있었다면 더 좋았을 것 같다.
예상대로 메뉴 버튼을 클릭하면 멀티레이어 메뉴의 한 단계 뒤로 돌아간다. 마지막으로 페이지 앞뒤 이동 버튼은 2개씩 장착돼 있다.
약간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지만 그 이유를 알 수 있을 것 같다. 손 위에 디바이스를 올려놓는 방법은 기본적으로 두 가지다. 왼쪽 엄지손가락을 디바이스의 왼쪽 버튼 코너에 놓거나 제 2 페이지 넘기기 버튼이 있는 디바이스의 측면보다 약간 윗부분에 놓는 것이다.
내비게이션과 새 페이지 보기에 약간의 문제가 있다는 점 외에는 별다른 문제점이 발견되지 않았다. 물론 가장 중요한 문제는 소니 리더가 실제로 어떤 콘텐츠를 담을 수 있느냐다. 이제야 본론으로 들어가는데 대해서는 미안하게 생각한다.
디바이스를 처음 사용하는 사람이라면 USB를 이용해 윈도우 컴퓨터에서 다양한 콘텐츠(무료)를 디바이스로 옮겨올 수 있다.
물론 이 경우 디바이스의 64MB 내장 메모리(64MB는 전쟁과 평화 같은 책이 아니라면 일반적인 e북 80권 정도를 저장할 수 있는 용량임)에 콘텐츠를 저장하려면 소니의 커넥트 데스크톱 소프트웨어를 사용해야 한다.
콘텐츠에 액세스하는 또 다른 방법은 콘텐츠를 SD 또는 메모리 스틱 카드로 전송한 후 리더의 확장 슬롯에 끼우는 것이다.
그러나 커넥트 데스크톱 소프트웨어를 사용해 커넥트 스토어에서 다운로드할 수 있는 e북은 암호화된 소니 e북 뿐이다. 따라서 맥 사용자라면 이 디바이스를 구매할 이유가 전혀 없다.
커넥트 소프트웨어는 약간 복잡해 전반적으로 사용이 쉽지 않지만 다른 소니 하드웨어와 마찬가지로 일단 익숙해지면 다루기가 쉽다.
리더를 통해 볼 수 있는 파일은 텍스트, RTF, 워드(리더로 전송되면 RTF 파일로 변환됨), BBeB 북 파일, PDF 파일(PDF는 스크린에 맞게 확장되므로 적합한 디스플레이가 굳이 필요하지 않지만) 등이다.
이미지 파일은 JPEG, GIF, PNG 보기가 가능하다. 사진은 단색이며, 실제로 세심한 에칭 방식을 이용한 작품 같은 느낌이 들지만 효과는 상당히 멋지다. 다른 사람들에게 자랑하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리더를 이용해 가족 앨범을 보여줄 수도 있다.
오디오의 경우 MP3와 AAC 파일 재생이 가능하다. 그러나 스피커가 내장돼 있지 않아 오디오 파일을 이용하려면 헤드폰 잭에 헤드폰을 꽂아야 한다.
이상하게도 소니는 청취 가능한 파일 포맷을 지원하지 않으므로 오디오북 매니아들은 아이팟이나 MP3 플레이어를 이용하는 게 더 낫다. 한 가지 희소식은 책을 읽으면서 MP3 음악을 들을 수 있다는 점이다.
소니에 따르면 완전히 충전된 배터리로 7,500페이지까지 책장을 넘길 수 있다. 이를 시간으로 환산하기는 어렵지만 대략 배터리 지속시간이 15~20시간 정도라고 보면 된다.
PDF 또는 워드 파일로 된 무료 장편 e북은 온라인에서 구할 수 있다.
그러나 앞서 언급한 것처럼 반즈앤노블에서 판매하는 최신 서적을 원한다면 소니의 커넥트 e북 온라인 스토어에 접속해야 한다. 소프트웨어를 컴퓨터에 다운로드한 후 계정을 설정하고, 원하는 타이틀을 다운로드 받으면 된다.
물론 모든 타이틀은 저작권 보호가 돼있으며,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이번 리뷰에서는 커넥트 서비스에 대한 비판(원한다면 기존에 게재한 리뷰 링크 클릭)을 생략하겠지만 한 가지만 지적한다면 아마존처럼 풍부한 서적을 보유하고 있지는 않다는 점이다.
커넥트 서비스에서 판매하는 e북은 정확히 말하면 할인된 가격이 아니며, 대부분이 인쇄 버전과 같은 가격이다.
오히려 인쇄 버전이 온라인보다 더 저렴한 경우도 있다. 소니 대표는 “DRM 규정에 따라 구매한 e북은 최대 6개의 디바이스(이중 하나는 반드시 PC여야 함)에서 읽을 수 있다. 다른 사람의 디바이스 및 계정을 통해 자신이 구매한 e북을 공유할 수는 없지만 자신의 계정에 5개의 리더를 등록하는 방식으로 e북을 공유할 수는 있다”고 밝혔다.
소니는 수많은 고전들을 1.99달러에 제공하고 있으며, 리더를 구입하면 50권의 e북 고전을 제공하는 프로모션(최신 e북은 50달러에 제공)도 진행 중이다.
프로모션으로 제공되는 고전은 햄릿부터 모비딕, 위대한 유산까지 다양하다. 꽤 괜찮은 프로모션이지만 모든 e북이 10달러 미만이라는 사실은 다소 짜증이 난다. e북의 적정한 가격은 5달러 미만이다.
이번에 출시된 소니 리더는 소니에게는 e북 리더 분야의 한 단계 전진이다.
e북 마니아라면 소니 리브리에(Librie)를 기억할 것이고, 열렬한 팬이라면 리더보다 크고 가격도 비싼 아이렉스 일리아드(iRex iLiad, 699달러)에 마음이 끌릴 것이다.
아이렉스 일리아드는 출시된 지 얼마 되지 않았으나 유럽에서는 꽤 팔려나가고 있는 제품이다. 일단 현 시점에서 어떤 제품이 궁극적인 e북 리더인가 하는 논쟁은 제쳐두자.
소니 리더는 지금까지 e북 리더기라는 이름으로 발표된 제품들 중 획기적인 전기를 마련한 제품이나 마찬가지다.
물론 좀더 풍부한 생동감, 리더의 인터페이스(커넥트 소프트웨어, 하드웨어 인터페이스 모두) 조정, 커넥트 e북 스토어의 끊임없는 발전은 소니가 지속적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다.
결국에는 소니도 서적 체크인 넷플릭스(a la Netflix)용 가입자 서비스를 시작할 것이다. 하지만 독자들이 이러한 변화를 그대로 수용할지는 의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