팜(Palm)은 스마트폰의 선구자이다. 그러나 소문대로라면 트레오(Treo) 제조사인 팜이 스스로 생존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팜은 자사가 개발한 스마트폰의 진열 위치가 고객의 눈에 가장 잘 띄는 곳에서 눈에 잘 안 띄는 곳으로 옮겨지는 것을 지켜봐야 할 처지다.
캘리포니아 써니베일에 위치한 팜은 최근 매각설이 나돌면서 실버 레이크 파트너스(Silver Lake Partners)와 텍사스 퍼시픽 그룹(Texas Pacific Group) 등 사모펀드 회사와 노키아, 모토로라 등 휴대폰 제조사에 이르기까지 업계의 입방아에 오르내리고 있다.
22일(미국시간) 팜의 3분기 실적과 함께 매각협상이 발표된다는 소문도 돌았다.
성장속도 면에서 구글만큼은 못하지만 팜은 여전히 성장하고 있다. 대다수 애널리스트들은 최신 모델인 Treo 750 출시가 지연된 이후 팜이 전분기 대비 다소 부진을 겪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며 이번 3분기 이익은 전년 같은 기간 대비 3억8,900만달러가 증가한 4억~4억1,000만달러에 이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팜은 특히 2006년 마지막 분기에서 트레오 스마트폰에 대한 적극적인 판촉활동을 전개했다. 2005년 팜 스마트폰의 전세계 출하량은 200만대, 2006년도 출하량은 20% 늘어난 240만대였다. 미국의 주요 이동통신사들은 꾸준히 팜 OS와 트레오 윈도우 버전을 탑재하고 있다.
이들 이동통신사들이 2006년 마지막 분기에 구매한 트레오 구매량은 전년대비 42% 늘어난 61만7,000대로 사상 최대치이다.
이 말은 맞다. 전후관계를 좀 더 살펴볼 필요가 있다. 가트너에 따르면 스마트폰 시장은 동기간 50% 증가한 7,390만대로 성장한 반면 팜의 시장점유율은 고작 3.2%다.
그런데 왜 팜 스마트폰과 시장과의 단절현상이 나타날까? 트레오의 디자인이 볼품없다는 의견도 있다.
가트너 애널리스트 토드 코트는 “팜 제품이 비교적 노후한데다 2003년 9월 트레오 600 출시 이후 디자인 측면에서 크게 달라진 게 없다는 게 문제라며 업계는 슬림화, 저렴화로 급속히 진행하고 있는데 트레오는 비싸고 두껍고 무거워 보인다고 덧붙였다.
팜의 운명은 이제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게 코트의 말이다. 그는 또한 앞으로 6개월 정도는 상황이 팜에게 상당히 유리하게 돌아갈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하드웨어 문제, 운영체제 문제 때문에 궁지에 몰릴 것이라며 상황이 끝나기 전에 팜이 인수후보를 찾고 있는 것도 바로 그런 연유 때문이라고 말했다.
오랜 소문, 새로운 사실
팜 매각설은 주기적으로 흘러나왔지만 최근 소문에 대한 내용은 자세한 편이다. 보도에 따르면 팜은 지난달 인수후보를 물색하고 있었다. 그 후 월스트리트 저널은 2주일 전 보고서에서 팜이 모건 스탠리에게 합병 또는 매각 가능성을 검토할 것을 의뢰했다고 밝혔다.
테크놀러지 블로그인 언스트렁(Unstrung)은 19일 익명의 출처를 인용해 매각협상이 임박했으며 모건 스탠리가 22일쯤 협상타결을 원한다고 주장했다. 이 날은 팜이 투자자를 대상으로 분기 회의를 갖는 날이다.
팜이 함구로 나온 것에 대해 놀랄 일은 아닌 것 같다. 팜 대변인 말린 솜색(Marlene Somsak)에 따르면 소문과 추측에 노코멘트로 대응하는 게 팜의 관행이라는 것이다.
하드웨어 제조사가 팜을 인수한다는 것은 자사 브랜드로 트레오를 생산하겠다는 뜻이다. 그리고 노키아가 버전 5.4.9에서 중단된 팜 OS를 인수한다면 서로 다른 운영체제에 대한 투자 중복을 막기 위해 심비안과 같은 다른 플랫폼으로 바뀔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그렇게 할 경우 득보다 해가 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해석이다. 최근의 경우처럼 팜의 소프트웨어가 다수 인수후보들의 관심을 끌 수도 있다. 팜은 2005년 팜소스(PalmSource)를 인수한 액세스(Access)에게서 팜 OS 명명권을 따내기 위해 지난해 4,400만달러를 썼다.
모건 스탠리 증권 애널리스트인 태비스 맥커트(Tavis McCourt)는 “인수후보가 팜을 인수해 팜 OS를 없애려 하는 이유를 모르겠다”며 “내가 보기엔 팜 OS는 충분한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모토로라, 삼성, HTC 등 휴대폰 제조사들이 스타일리시한 슬림형 저가 스마트폰을 대량으로 쏟아내고 있는 마당에서도 팜 제품이 애호가들의 오랜 사랑을 누려 온 것은 팜 OS가 있었기 때문이다.
모토로라의 큐(Q), 삼성의 블랙잭(BlackJack), T-모바일의 대쉬(Dash)가 성공한 것은 디자인이 슬림할 뿐만 아니라 가격도 트레오 750의 399달러에 비해 상당히 저렴하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노키아와 모토로라 양사 중 모토로라의 단말기 제조 노하우가 팜의 소프트웨어 전문성과 더 잘 어울린다. RIM(Research in Motion)의 맥커트(McCourt)는 “휴대폰 제조사들은 폰과 운영체제란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을 수 있는 실익을 판단해 스마트업계 유사 모델을 따를 것으로 관측했다.
분명한 것은 팜이 신속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점이다. 팜 중역들은 소비자의 마음을 빼앗는 감각적인 디자인의 중요성을 깨달았을 것이다. 뉴욕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팜은 단말기 디자인을 혁신하기 위해 최근 전 애플 디자이너를 채용했다고 한다.
혁신의 시간은 언제나 있다. 그러나 팜에겐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고 모건 키건(Morgan Keegan)의 맥커트는 말했다. 블랙베리 펄(BlackBerry Pearl)이나 LG의 초콜릿폰처럼 디자인으로 승부해 빅히트를 치면 회사의 향후 전망이 순식간에 바뀌어질 수 있다. 그는 “(팜은) 시장이 따라주길 바라지 말고 디자인을 개선하고 시장 트렌드를 적극 반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팜은 회사에서 세 번째 서열인 제프 호킨스(Jeff Hawkins)가 개발중인 기술에 대해 언급을 삼가고 있다. 호킨스는 지금까지 묵묵부답으로 일관해 왔다. 그러던 그가 한 인터뷰에서 5월에 열리는 월트 모스버그의 D컨퍼런스(D-Conference)에 자신이 연사로 나오기 때문에 팜 애호가들은 주목해 달라는 발언을 했다.
호킨스는 여전히 팜에서 근무하면서 누멘타(Numenta)라는 회사를 새로 차려 인간의 뇌처럼 작동하는 운영체제를 개발하고 있다. 이에 따라 팜이 선보일 신제품에는 인공지능이 접목될 것이라는 둥 울트라모바일 PC가 나올 것이라는 둥 추측이 나오기도 했다.
어느 쪽이건 간에 실지로 팜의 제품을 사는 사람이 있다면 그 제품이 (팜을 위기에서 구해줄 수 있는) 회사의 히트상품이 될 것이라는 이유가 더 크다고 봐야 한다고 코트는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