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요타 하이브리드카 생산 공장 방문기

일반입력 :2006/10/12 17:14

Michael Kanellos

도요타 쓰쓰미(Tsutsumi) 공장의 조립라인을 둘러보다 보면 어딘지 모르게 전에 와본 듯한 생각이 든다. 아~ 바로 이거였군. 쓰쓰미 공장 조립라인이 디즈니랜드의 스노화이트(놀이기구)와 흡사하기 때문이었다.로봇식 자동차들이 와이퍼 블레이드로 채워지고, 다른 부품들이 조달 부서에서 공장 반대편으로 이동하면서 마루바닥의 트랙을 따라 느리게 걷고 있다. 따라서 노동자들은 부품을 가지러 되돌아올 필요가 없고, 부품들이 움직이면서 보글보글 소리와 함께 행복한 4구절 단가가 흘러나온다. 머리 위에는 디즈니랜드의 피플무버(PeopleMover)에서 뛰쳐나온 것 같은 체어리프트가 차에서 떼어낸 문을 공장의 한편에서 다른 편으로 이동시킨다. 이들 부품은 이곳에서 핸들과 인테리어 패널을 맞춘 후 모체에 다시 장착된다.조립과정이 거의 완료된 프리우스, 캠리(Camrys), 프레미오스(일본에서만 판매중)는 노동자들이 페인트의 긁힘과 빛을 체크하는 최종 검사 구역을 거쳐 자동화된 플로어 벨트로 옮겨진다. 엘리베이터, 컨베이어, 그리고 기타 기계류들이 금속 물질들을 모든 곳으로 보내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들이 움직이는 속도는 할머니들의 걸음걸이보다 느리다.모든 생산라인의 양측에는 낙낙한 흰색 앤던 끈이 매달려 있다. 문제가 발생하면 노동자가 이 끈을 잡아당기고, 끈이 당겨지면 특정 생산라인의 작동이 즉각 멈춘다. 미국의 경우 공장에서의 생산 중단은 자주 일어나지 않고, 중단 신호도 날카롭고 시끄러운 경보음을 사용한다.그러나 도요타 쓰쓰미 공장은 다르다. 앤던 끈이 공장의 어딘가에서 쉴새없이 당겨지고, 그럴 때마다 경보음 대신 활기찬 노래가 흘러나온다.공장 투어의 가이드를 맡은 미카 쿠마자와는 “각각의 생산라인에서 사용하는 노래가 모두 다르다. 때로는 ‘생일축하합니다’가 나오기도 한다”고 소개했다.앤던 끈으로 생산을 중단시키는데 대해 전혀 우려하지 않는다는 것은 크나큰 장점이다. 이 프로그램은 미국의 MBA에서도 몇 차례 논문으로 다뤄졌다. 도요타에 따르면 9시간의 전체 작업시간 중에서 생산 중단으로 인한 시간 손실은 약 15~20분 정도이며, 완성차의 결함률은 제로에 가깝다고 한다. 공장 투어 도중 발생한 문제들은 대부분 10분 이내에 해결됐다.도요타는 최근들어 고속 성장세를 구가하고 있다. 도요타는 미국과 일본 주요 자동차 업체들의 선적이 감소했던 지난 9월 25%의 선적 증가율을 기록했다. 애널리스트들은 현재 2위를 차지하고 있는 도요타가 앞으로의 성장 기간 동안 품질과 고객 만족에 관한 문제로 약간의 골머리를 앓기는 하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몇 년 뒤면 GM을 제치고 세계 최대 자동차 업체로 올라설 것이라고 확신한다. 도요타는 미니카 시장을 제외하고 일본에서 43%, 미국에서 16.5%의 시장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프리우스가 도요타 성장의 일등 공신이같은 도요타 성장의 일등 공신은 쓰쓰미 공장에서 생산되는 몇 가지 모델 중 하나인 프리우스다. 도요타 글로벌 외장 디비전 제품 매니저 유세이 히가키는 전기 모터와 가솔린 모터로 동작하는 하이브리드카 개념은 100년 전에도 이미 존재했다고 소개했다. 그는 “그러나 지금까지는 문제가 있었다. 성능과 효율성을 모두 만족시키지 못한 것이다”고 지적했다. 그는 1997년 처음 발표된 프리우스 초기 버전도 이같은 문제를 겪었다고 토로했다. 그러나 2003년 도요타는 하이브리드 시스템 설계를 수정해 온보드 컴퓨터가 가속용 전기 모터와 속도 조절용 가스 엔진의 전환을 더욱 신속하게 처리할 수 있도록 했다. 이를 통해 프리우스는 다른 일반 자동차와 동일한 성능과 효율성을 확보할 수 있었다.타이밍도 적절했다. 휘발유 가격이 상승세로 돌아섰고, 카메론 디아즈,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등 유명인들이 자신의 지위를 나타내는 상징으로 프리우스를 선택한 것이다. 히가키는 당시 이러한 현상에 대해 도요타도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고 설명했다. 도요타는 당시 프리우스 마케팅에 그다지 집중하지 않고 있었다.유명인들의 강력한 후원에 힘입어 프리우스 판매가 증가했다. 2002년 2만 8,083대에서 2003년 4만 3,162대로, 그리고 지난해에는 무려 17만 5,157대가 판매됐다. 도요타의 목표는 2010년도가 시작되는 첫 몇 해 동안 연간 100만대의 하이브리드카를 판매한다는 것이다. 히가키는 “시장이 활성화되고 있다. 전체 하이브리드카 제조업체들이 선적하는 차량 대수가 올해 40만대에 달할 것”이라며, 프리우스가 이중 대부분을 차지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조라인은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며, 도요타를 깊숙이 관통하는 중요 요소다. 도요타는 분기별 수익을 파악하는 것보다 자동차 설계와 공장 효율화에 더 많은 에너지를 투자한다. 약 100만 평방미터에 달하는 규모의 쓰쓰미는 아치현의 산업도시 내에 소재하는 도요타의 10개 공장 중 하나에 불과하다. 새로 채용된 엔지니어들과 신입사원들은 입사 후 첫 2개월을 도요타의 공장 마루바닥에서 보내고, 다음 3개월은 영업팀에서 보낸다. 히가키의 경우 랙앤피니언 스티어링 부품을 만드는 조립라인에서 2개월을, 그리고 일본의 잠재고객들을 찾아다니며 도요타의 제품을 설명하면서 3개월을 보냈다고 한다.쿠마자와는 도요타의 또다른 공장 혁신 중 하나는 문 없는 조립라인의 실현이라고 소개했다. 페인팅 작업을 한 후 다음 단계인 최종 조립 직전에 문을 떼어내면 긁힘이 생기는 것을 줄일 수 있다. 전체적으로 차체를 이룰 첫 번째 모형이 나온 후부터 완성차가 생산되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불과 20분 정도다. 각각의 작업 구역 위에는 공장의 일일 목표(쓰쓰미 공장에서 하루에 생산되는 차량은 약 1,900대), 현재 생산량, 목표량까지 남은 수량 등을 보여주는 거대한 전광판이 걸려 있다. 일반적으로 각 노동자 그룹은 목표의 97~98% 정도를 달성한다. 쿠마자와는 만약 이 수치가 95%로 떨어지면 그때는 우려해야 할 상황이라고 소개했다.도요타도 델과 마찬가지로 저스트 인 타임 생산 부문의 선구자에 속한다. 조달 구역의 노동자들은 거대한 상자를 부품으로 채울 때마다 ‘칸단’이라고 불리는 바코드가 달린 종이를 상자에 남기는 방식으로 부품 조달을 승인한다. 다른 노동자가 바코드를 스캔하면 서드파티 벤더에게 전자적으로 주문이 들어간다. 따라서 도요타는 2~4시간 정도의 재고만 보유하고 있으며, 약 70%의 부품은 외부 공급업체로부터 조달된다.또다른 특징은 다른 종류의 자동차와 엔진이 동일한 생산라인에서 조립된다는 점이다. 캠리 뒤에는 사이언(Scion)이, 사이언 뒤에는 캘디나(Caldina)가 따라가는 식이다. 쿠마자와는 이러한 방식을 통해 재고가 쌓일 수 있는 위험을 줄일 수 있다고 말한다. 예외적으로 가스 자동차와 하이브리드카만 다른 생산라인에서 조립된다. 조립라인 마루에 장착된 디스플레이를 통해 볼 수 있는 또다른 컨셉으로 ‘지도카’라는 것이 있다. 지도카는 ‘인간과 기계가 함께 일한다’는 의미다. 일례로 자동차 조립라인에서는 부품과 여분의 툴로 가득 찬 작은 짐수레가 한 작업구역에서 다른 작업 구역으로 이동하는 노동자를 따라다닌다. 이는 마루를 총총걸음으로 돌아다니는 모터 로봇과는 다르다. 이를 통해 노동자는 쓸데없이 움직이는 이동시간을 줄일 수 있다. 이 짐수레는 볼트가 너무 단단하게, 아니면 느슨하게 조여졌는지에 대해 체크할 수 있는 센서도 갖고 있다.공장에서는 또 노동자들이 ‘라꾸라꾸’ 침대를 사용할 수 있다. ‘라꾸라꾸’는 자동차가 조립라인을 이동할 때마다 노동자들 사이를 왕복하는 천정에 매달아놓은 슬링체어 같은 것이다. 라꾸라꾸와 자동화된 짐수레 모두 조립라인에서 근무하는 노동자들의 제안을 받아들여 설치된 것이다.도요타의 직원들이 프로세스 향상을 위해 1년에 쏟아내는 아이디어는 약 60만건(1인당 평균 14건)에 달한다. 쿠마자와는 가장 많은 지지를 얻은 제안이 최종적으로 채택되며, 채택된 제안의 제안자에게는 500엔(약 4.20달러)에서 20만엔(약 1,680달러) 사이의 보너스가 주어진다고 소개했다.쿠마자와가 이 부분을 소개하고 있을 때 누군가가 엔진 조립라인의 앤돈 끈을 잡아당겼다. 그러자 작업이 중단되고 음악이 흘러나왔다. 쿠마자와는 “일본의 포크송”이라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