前 HP CEO 피오리나, 회고록 통해 HP 이사회의 “기능 장애” 고발

일반입력 :2006/10/09 15:27

Ina Fried

발간 전부터 큰 기대를 불러모았던 회고록에서 칼리 피오리나는 HP 이사진의 잦은 분열에 대해 소상히 전하며, 특히, 전 회장 패트리샤 던과 전직 이사였던 조지 키워쓰 간의 불화를 꼬집었다. 피오리나는 자신의 책 "Tough Choices" 에서 키워쓰에 대해 "그는 나와 만난 이래 내내 패트리샤 던의 무능을 비웃어왔다.” 라고 말하며, “그는 주기적으로 그녀가 회사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으며 절차에 의존하고 있다고 불평했다” 라고 밝혔다. 피오리나의 회고록은 HP가 자사 이사에 의한 회사 정보 유출자 색출 과정에서 불거진 스캔들로 세간의 화제가 된 가운데 출간된 것이어서 더욱 관심을 모으고 있다. HP는 사설탐정들을 고용해 이들이 실제 전화번호 소유자인 것처럼 위장해 통신회사에 요청해 통화기록 정보를 빼내는 프리텍스팅(pretexting) 수법을 사용해 12명 이상 직원들의 개인적인 통화 기록을 불법 입수했음을 시인한 바 있다. 이번 사건으로 패트리샤 던이 이사회 의장직에서 물러나고 기소되는 한편, 두 명의 전직 HP 직원들과 두 명의 외부 사설탐정들이 기소되었다. 키워쓰 역시 CNET News.com의 1월 기사에 정보를 제공한 사실을 시인하며 이사직을 사임했다. 피오리나는 컴팩 인수 전 있었던 HP의 이사진과의 첫 대면에 대해 "이사회는 흥미로운 인간 군상이었다.”고 전하며, 결국 외부 고문인 래리 소시니가 이사들의 성격적 불화가 궁극적으로 이사회의 기능 장애로 이어졌다고 결론 내린 데에 동의하기에 이르렀다. "몇몇 이사들은 서투르고 미숙한 행실을 보였다. 일부는 주어진 과제를 수행하지 않았고, 또 일부는 특정한 주제에 대해 한결같은 의견만을 고집하며 다른 가능성을 대해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 이 회고록은 다음 달 시판될 예정이나, 뉴욕 타임즈의 보도에 따르면 지난 금요일 이미 News.com에 원고가 팔린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일요일 있을 CBS의 뉴스 쇼 “60 Minutes” 에서 피오리나의 인터뷰가 방영될 예정이다. 피오리나는 이사회를 비롯, HP의 현직 및 전직 중역들에 대한 여러 생각을 전하는 한편, HP의 최고경영자 자리를 차지하기까지 AT&T와 루슨트 테크놀러지를 거치며 겪은 자신의 여정에 대한 이야기에도 책의 상당 부분을 할애하고 있다. 컴팩 인수를 둘러싸고 월터 휴렛과 벌인 수개월 간의 의결권 대결에 대해서도 소상히 전하고 있다. 이번 회고록에는 또 피오리나의 인수 파트너인 컴팩의 CEO 마이클 카펠라스에 대한 노골적인 묘사도 나타나 있다. 피오리나는 카펠라스가 한밤중에 그녀에게 전화해 합병과 관련한 그녀의 주식 보너스 (리텐션 보너스)를 포기하라고 소리를 질러댄 일화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그녀는 카펠라스가 피오리나가 자신을 형편없이 보이게 만들까봐 걱정하고 있었다고 밝혔다.피오리나는 "마이클이 입이 거칠고 일관성이 없다.”고 밝히고 있다. 결국, 카펠라스는 그 자신 역시 주식 보너스를 포기하는 데 합의했다고 한다. 그러나, 그녀는 자신이 그와의 대화에서 흔들렸었노라고 고백했다. “시간이 흐르고 보니, 이 같은 일은 특별한 일이 아니라 늘상 있는 일이었다.”고 그녀는 전했다. 카펠라스의 대변인은 카펠라스가 자신의 주식 보너스 포기에 대해 반대한 적이 없었다고 밝혔다. 대변인에 다르면 두 사람 모두 보너스를 포기하는 방안에 대해 논의했으나, 다만 HP측이 피오리나가 보너스를 포기하기로 했다는 사실만을 일방적으로 언론에 흘린 사실을 알고 카펠라스가 분개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책에서 피오리나는 언론에의 정보 유출에 의한 피해에 대해서도 지적하고 있는데, 특히 2005년 월스트리트 저널이 이사회 안건을 폭로한 사건의 여파에 대해 쓰고 있다. 그녀는 회고록 말미에서 "내가 느낀 모멸감은 형언하기조차 힘든 것이었다.”라고 말하며, “이사회가 어떠한 결정을 내리기 전까지는 그 사안은 기밀에 부쳐져야 한다. 누구든 언론에 이를 유출한 자는 나와 다른 모든 이사들과의 신의를 저버린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피오리나는 이사회에 통보하고 사외 고문인 래리 소시니에게 이사들과의 개별 면담을 통해 유출에 대해 조사할 것을 요청했다고 한다. 그러나 그녀는 어느 누구의 사임도 의도한 바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나는 스스로 생각하는 것만큼 그렇게 똑똑치 못한 몇몇 이사들에게 경종을 울릴 수 있는 유용한 수단이 될 것이라고 생각해다.”라고 고백하고 있다. 그러나 결국 자리에서 물러난 것은 피오리나였다. 그녀는 “결국 나도 CEO 자리에 있을 만큼 똑똑치 못했던 것이다.” 라고 독백했다. 자신이 축출된 과정을 설명하며, 피오리나는 이사회 퇴진 이틀 전인 2005년 1월, 이사회와 전직 HP 중역 딕 해크본과 더불어 자신에게 접근해 자신의 해고 우려에 대해 전했던 것이 키워쓰와 던 둘 다였다고 밝혔다. 그녀는 “그룹의 분위기는 심상치 않았고 타이밍 역시 묘했다.”라고 회상하고 있다. 피오리나는 정보 유출에 대해 맹공하는 한편 회사가 하는 모든 일에 있어서의 윤리의 중요성을 책 여기저기에서 강조하고 있다. 그녀는 거래 성사를 위해 뇌물 등에 의존하기 보다 직원을 해고하고 브라질에서의 사업 존폐 위기를 기꺼이 감수했던 AT&T 시절의 일화를 소개하며 이렇게 덧붙이고 있다. “목적이 모든 수단을 정당화하는 것은 아닌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