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 저널리스트 엘리자베스 그로스만(Elizabeth Grossman)은 6년 전 IT 산업에 대해 뜻밖의 사실을 알게 됐다. IT 산업이 심각한 환경오염의 주범이라는 사실이다. 그로스만은 현재 오레곤 포틀랜드 집 근처의 윌라메트 강에서 리서치를 수행하고 있다. LSI 로직 등 칩 제조업체들의 공장이 대거 밀집한 지역이다. 이 지역은 지난 수년 동안 펄프와 종이 공장으로 인해 상당히 오염된 상태이며, 그녀는 윌라메트 강의 정화 프로세스를 평가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윌라메트 강의 수질은 개선되기는커녕 오히려 더 악화되고 있다. 그로스만은 EPA(Environmental Protection Agency)의 자료를 인용해 이 강이 12개에 달하는 실리콘 웨이퍼 제조업체들이 쏟아내는 화학물질들 때문에 오염물질이 계속 증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녀는 “그동안 IT 산업은 깨끗하고, 공장굴뚝의 연기와 하수구를 통해 흘러나오는 더러운 오염물질이 없는 산업이라고 생각했는데 상당히 실망스러웠다”고 밝혔다.그녀는 기업이 매연이나 액체의 형태로 일정량의 유독성 물질을 배출하는 경우 EPA가 요구한 유독성 화학물질에 관한 보고서인 소위 유독성 물질 배출 조사 기록을 시작으로 이번 리서치에 착수했다. 이 조사 기록은 IT 업계에 대한 더 깊이 있는 조사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보여주었으며, 그로스만은 이번 조사결과를 최근 출판한 ‘하이테크 쓰레기 : 디지털 디바이스, 숨겨진 유독 물질, 그리고 인체의 건강’이라는 책에 수록했다. CNET 뉴스닷컴이 이번 책의 프로모션을 위해 샌프란시스코 베이 에어리어를 방문한 그로스만을 만나 전자제품이 인체의 건강에 미치는 위험성, 재활용의 정치학, PC의 처분 방법 등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 인체의 건강과 환경에 가장 유해한 전자제품은 무엇인가?IT 제품의 처분이라는 차원에서 질문하는 것이라면 데스크톱과 TV 모니터로 쓰이는 엄청난 부피의 CRT(cathode-ray tube)를 우선 꼽을 수 있다. CRT 스크린의 유리에는 바륨과 티타늄이 포함돼 있으며, 뒷면 컴포넌트에는 상당히 많은 납이 함유돼 있다. CRT를 깨뜨리거나 부숴버린다면 중금속이 방출될 수 있다.1970~80년대를 돌아보면 생산 부문에도 누적된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당시는 수많은 반도체 제조업체들이 사업을 확장하던 시기다. 반도체 생산 과정에 사용된 엄청난 양의 화학물질들이 지하 탱크에 저장돼 있으며, 조금씩 유출되고 있다. 지금의 실리콘밸리는 전보다 더 많은 슈퍼펀드(공해 방지 사업을 위한 대형 자금) 사이트를 갖고 있다. 이들 사이트는 오염이 심각한 상태로 EPA 내에 특별 정화 프로그램을 필요로 하는 사이트들이며, 그 규모는 웬만한 국가의 면적에 버금갈 정도다. 트리클로로에틸렌과 몇몇 관련 화학물질 등에 의해 오염된 어마어마한 규모의 지하수가 존재한다.CNET을 포함해 많은 기업들이 CRT에서 3~4파운드 정도의 납이 사용되는 LCD(liquid crystal displays)로 전환하고 있다. 바람직한 방향인가?평면 스크린으로의 전환이 시작되면서 가까운 미래에 엄청난 납덩이를 포함하고 있는 CRT 생산 기업들은 사라지게 될 것이다. 따라서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줄인다는 측면에서는 바람직한 현상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사용해온 CRT가 모두 폐기처분된다면 엄청난 양의 쓰레기가 쏟아져나올 것이다. CRT를 처분할 때는 적절한 방법에 따라야 한다. 매립지로 보내서도 안 되며, 사람들이 중금속에 노출되도록 해체하는 것도 좋지 않다.대부분의 사람들은 구체적인 생산 과정, 재활용, 그리고 심지어는 가전제품을 버리는 문제(오래되어 폐기처분하거나 새것으로 교체하는 경우)에 대해 그다지 신경쓰지 않는다. 당신이 조사한 결과 중 사람들에게 충격적인 사실이 있나?수치화한 내용은 차치하더라도 가장 놀랄 만한 사실은 우리가 버리는 쓰레기가 엄청나다는 점이다. 미국에서만 매년 2억 5000만대의 컴퓨터가 버려지는데 이 중 재활용 비중은 10%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모두 폐기처분(EPA는 미국에서 매년 쓰레기 매립장으로 향하는 가전제품이 200만톤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되거나 중국, 인도, 동남아시아, 아프리카 등 개발도상국가로 보내진다. 인도와 중국으로 보내지는 PC는 분해되고, 분해된 부품은 소름끼칠 정도로 원시적이고 위험한 상황에서 복구된다. 좀 더 구체적으로, 그리고 이같은 행위가 이들 국가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설명해줄 수 있나?전자 제품에는 쓸 만한 금속이 꽤 많이 포함돼 있고, 요즘은 고철 시장이 전례 없는 상승 무드에 있기 때문에 이같은 일이 벌어진다. 이러한 원시적인 재활용 방식은 그 역사가 10년이나 된다. 대부분의 물품은 미국, 유럽, 일본 등지에서 선적된다. 재활용을 목적으로 하는 가전제품의 수출을 금지하는 법안은 아직 없다. 유럽에 관련법이 있기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물품의 수출은 계속되고 있다.이런 행위는 커뮤니티에 영향을 미친다. 납이 함유된 수많은 유리와 플라스틱이 한꺼번에 강물에 버려지고, 플라스틱을 공개적으로 소각하는 장소도 많다. 중국 남부 지역 등 일부 커뮤니티에서 공급되는 물은 사람이 먹을 수 없는 수준이다. 이들 지역에는 국내 안전 표준치를 훨씬 뛰어넘는 수천만 톤의 중금속과 화학제품이 쌓여 있다.그렇다면 이들 국가의 정부에서는 어떻게 대처하고 있나?중국 정부는 이같은 문제를 근절시키겠다고 공식적으로 발표했다. 그러나 문제는 일부 지역에서 이러한 문제가 사라지더라도 다른 지역에서 또다시 문제가 발생한다는 것이다.이는 부분적으로는 컴퓨터가 설계된 방식 때문이다. 특히 쓰레기 소각장으로 향하는 기존 모델들의 경우가 그렇다. 부품을 분리하기가 어려워 분리 작업에 드는 비용이 만만치 않고, 집중된 노동력을 필요로 한다. 대부분의 다른 산업처럼 사람들은 노동력이 싸고, 환경 규제가 느슨하며, 감독이 허술하거나 아예 존재하지 않는 곳으로 이런 물품을 보내고 싶어한다.그렇다면 이런 질문을 하고 싶은데, 이런 문제에 대한 책임은 누가 져야 한다고 생각하나?책임져야 할 사람은 많다. 모든 사람들이 복잡하게 얽혀있기 때문이다. 개인 소비자가 재활용 업자에게 장비를 가져가면 실제로 재활용 업자가 이 장비를 정확히 어떻게 사용할 것인지를 물어보지 않는 한 이 장비가 어떻게 처리되는지 알기는 어렵다. 따라서 책임도 사슬처럼 얽혀있다.지금은 HP, 델, 애플컴퓨터, 소니 등 거의 모든 전자제품 업체들이 일종의 제품 환수와 재활용 프로그램을 갖고 있다. 중고 장비 혹은 폐기처분할 장비를 제조업체에 되돌려 준다는 아이디어는 참 좋은 방안이라고 생각한다. 이렇게 하면 제품을 디자인할 때도 재활용이 더 쉽고, 유독성이 덜한 재료들을 사용하려고 노력할 것이다.표준을 수립하기 위해 정부의 역할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나?그렇다. 일종의 규제, 혹은 벌금이나 동기부여 없이 자발적인 프로그램만 갖고는 충분하지 않다. 이러한 프로그램을 빠져나갈 수 있는 제품이 너무나 많다.1년여 전에 캘리포니아 민주당 대표 마이크 톰슨이 재활용을 위한 컴퓨터 모니터와 디바이스에 대해 10달러의 세금을 부과하자는 내용의 NCRA(National Computer Recycling Act) 법안을 제안했다. 이런 세금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NCRA는 초기에는 중고제품과 폐기처분되는 전자제품에 대한 전국적인 규모의 포괄적인 시스템이 아니었다. 단지 재활용을 위한 펀딩 매커니즘을 수립하려는 노력에 불과했다. 무언가에 추가적으로 세금을 부과한다는데 대해 찬성하는 사람은 없었다. 그러나 전자제품을 분해하고 부품을 복구하려면 값비싼 프로세스를 거쳐야 한다. 따라서 이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제조업체에 제품을 돌려주든, 신제품을 구매할 때 소정의 비용을 지불하든, 아니면 이 비용을 아예 가격에 포함시키든 상관없이 누군가는 관련 비용을 투자해야 한다. 제조업체들이 이를 전자제품 개발 비용에 포함시켜야 한다.결국은 전국적인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말인가?그렇다. 현재는 캘리포니아, 워싱턴, 미네소타, 메인, 메릴랜드, 메사추세츠 등 5~6개 주가 관련 규제를 적용하고 있다. 그런데 모든 주가 서로 다른 규제를 적용한다면 제품을 구매하고 판매하는 소비자, 제조업체, 기관 등이 모두 혼란스러움을 느낄 것이다. 따라서 어느 정도는 전국적으로 규제를 단일화할 필요가 있다.미국에서 생산되는 고체 형태의 쓰레기 중 e-쓰레기의 양을 측정할 수 있나?정부 기관 및 다른 기관들이 인용하는 통계는 전자 쓰레기가 자치 지역의 쓰레기더미 중에서 가장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e-쓰레기의 경우 쓰레기 분류 중 특정 항목으로 분리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전체 고체 쓰레기 중에서 e-쓰레기의 비중이 얼마나 되는지를 파악하기란 쉽지 않다. EPA도 불과 몇 년 전에야 전자제품이 다른 어플라이언스 쓰레기와 다르게 분리돼야 한다고 결정했기 때문에 아직은 별개로 분류되고 있지 않은 상황이다.폐기처분되는 컴퓨터수가 이미 감소세로 돌아섰다고 발표한 NSC(National Safety Council)의 통계와는 모순되는데?NSC의 통계는 오래된 데이터일 것이다. NSC는 이 문제에 관해 처음 조사를 실시한 기관이며, 이 데이터가 아직도 인용되고 있다. 그러나 수치가 줄어들지 않고 있다는 것만은 사실이다. 이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찾고 있는 정부라면 누구나 e-쓰레기 더미가 자치 지역의 모든 쓰레기 중에서 가장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을 것이다.내가 만약 컴퓨터를 쓰레기통에 그냥 버리면 어떻게 되나?당신은 캘리포니아에 거주하기 때문에 컴퓨터를 쓰레기통에 그냥 버리면 벌금을 물게 된다.만약 관련 규제가 전혀 없는 오레곤에 거주하는 내가 컴퓨터를 그냥 버리면 땅속에 묻히거나 이웃의 쓰레기와 함께 폐기처분될 것이다. 이렇게 버려진 물건이 발견되면 어떻게 처리하는지 우리 지역의 쓰레기 수집 업체에 물어보자 재활용 업체 혹은 중고 제품을 사용하는 기관으로 넘긴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그러나 아무도 버려진 제품을 발견하지 못했다거나 제품에 손상이 가해졌다면 전자제품을 쓰레기통에 버리지 못하도록 하는 규제가 전혀 없기 때문에 곧바로 쓰레기 매립장으로 향하거나 다른 쓰레기와 함께 소각장으로 향할 것이다.이러한 쓰레기의 경우 생화학적인 분해 작용은 없는데.그렇지 않다. EPA는 전자제품이 엄청난 양의 납과 다른 중금속을 배출하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또 과학자들도 화학 합성물질들이 배출된다고 지적한다.인체의 건강과 환경에 미치는 궁극적인 위협은 무엇인가?유독성 물질의 종류에 따라 다르다. 하지만 납, 카드뮴, 바륨 등의 중금속이 하천으로 흘러들어가거나 미립자 형태로 떠돌아다니면 심각한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 호흡계 질환, 신경계 손상 등을 일으킬 수 있다. 어떤 종류의 중금속이냐에 따라 미치는 영향이 다르다.전자제품에 사용되는 플라스틱은 대부분이 불꽃 억제제를 함유하고 있으며, 이들 플라스틱은 특히 폐기될 때 외부로 배출된다. 이러한 물질이 인체에 축적될 수 있다. 즉 지방 조직에 축적되고, 식품 사슬에서 작동할 수도 있으며, 내분비 기능에 문제를 일으킬 수도 있다.특정 전자제품 업체들이 더 많은 책임을 느껴야 하나?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어떤 기업들인가?꼭 집어 말하기는 곤란하다. EU는 사용을 줄이거나 중단돼야 하는 6가지 종류의 유독성 물질에 대해 강제적인 전자제품 재활용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IT 산업은 글로벌이고, 거의 모든 제조업체들이 세계 시장에서 제품을 판매하고 있기 때문에 다양한 국가에서 요구하는 스펙에 맞게 제품을 만드는 것은 수익성도 떨어지고 가능한 일도 않다. 따라서 대부분의 경우 제조업체들은 세계 표준에 맞추고 있다.올해 초부터 대부분의 제조업체들이 납 첨가물 없이 전자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물론 납을 첨가하는 정도는 다르겠지만 업계 선도적인 업체들은 대부분 강제적이든 그렇지 않든 상관없이 이러한 유독성 물질의 사용을 배제하려고 노력한다. 그러나 사기업에 의해 움직이므로 이들 기업들이 정확히 어떤 물질을 사용하는지는 파악하기 어렵다.소비자들은 어떤 노력을 할 수 있나?우선은 개별적인 소비자로서 나의 경우 폐기할 대상이 휴대폰처럼 작은 물건이든, 아니면 프린터나 데스크톱 컴퓨터처럼 대형 기기이든 분명히 하는 것이 하나 있다. 폐기물을 쓰레기통에 버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무료로 가져가세요’ 같은 문구를 달아 길거리에 내놓지는 말기 바란다. 길거리에 던져두면 시스템이 작동할 수 있는 기회마저 사라진다.버려진 제품을 수선해 수명을 연장할 수 있는 믿을 만한 재활용 기관에 갖다 주는 것이 가장 좋다. 아니면 자신이 속한 조직에서 전자제품의 재사용을 위해 어떤 프로그램을 갖고 있는지 알아보라. 많은 기업들이 중고 전자제품이 제대로 처분되지 않으면 자사의 책임으로 돌아온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구매 동의서의 일부로 일종의 환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이 얘기에는 몇 가지 양면성이 있다고 언급했는데...고무적인 일이 하나 있다. 전자제품의 수명이 다하면 환경과 제조 프로세스에 심각한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사실이 일단 인지되면 많은 것들이 변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이같은 과정이 신속하게 진행되는지, 아니면 포괄적으로 진행되는지 알고 싶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제는 이 문제를 모든 사람들이 인식하고 있으며, 어떻게든 동참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