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S가 지난달 1시간여에 걸친 최종 논의를 거쳐 핫메일에 대한 중대 결정을 내렸다. 구글 G메일 서비스 등장으로 한참 수세에 몰렸던 MS로서는 당연한 움직임인지도 모르겠다. 이미지 변신을 꾀하는 MS의 윈도우 라이브 메일, 그러나 또다른 논쟁이 시작되고 있다.
MS 핫메일 디자인 리뉴얼팀은 몇 개월간의 작업 끝에 핫메일에서 할 수 있는 모든 간단한 수정 사항을 추가했다. 몇 가지 컬러를 추가했을 뿐 아니라 기존 핫메일과 마찬가지로 새로운 윈도우 라이브 메일 디자인을 채용하는 방법을 제안하기까지 했다.
그러나 MS의 실리콘밸리 사무실 한 켠의 컨퍼런스룸에 둘러앉은 대여섯 명의 개발자와 매니저들은 아직까지 해결되지 않고 있는 골치 아픈 문제를 이번에도 피해가지 못했다. 핫메일 리뉴얼 디자인이 광고에 너무 많은 공간을 할애하고 있으며, 이 때문에 새로 추가된 기능의 일부를 사용하기가 어렵다는 사용자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광고 노출 통한 ‘수익 창출’ 선택
광고 노출 결정은 그다지 문제가 되지 않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수천만 명에 달하는 일반 핫메일 사용자를 다양한 서비스가 제공되는 윈도우 라이브 퍼스널 서비스 고객으로 전환하려 하고 있는 MS에게는 이 전략이 핵심이다.
MS는 현재 과도한 광고 노출로 사용자 이탈이 발생하고, 이들이 경쟁관계에 있는 다른 온라인 서비스로 옮겨갈 수 있는 위험까지도 감수하고 있다. 그러나 두 번째 광고를 단념한다면 핫메일 사업이 야후, 구글 등 다른 서비스와의 경쟁에서 요구되는 매출 압박을 받는 위기 상황에 빠질 수도 있다.

제품 매니저 리차드 심은 광고 관련 회의에서 다른 동료들에게 “이런 광고 상품 중 하나를 제거하면 큰 손실이 따를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당시 회의에 참석한 사람들 모두가 누가 얘기하지 않아도 MS가 어떤 결정을 내려야 할지 알고 있었다. 고통스러운 결정이긴 했지만 결국 수익 창출을 선택했다.
지금은 윈도우 라이브 메일로 이름이 바뀐 핫메일을 철저히 연구하는 데만 2년여를 투자한MS에게 이는 엄청난 도박이다. 핫메일 서비스가 기존의 모습 그대로 운영되도록 몇 년간을 방치했던 MS는 구글이 지난 2004년 만우절을 기해 G메일 서비스를 발표하자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G메일은 1GB 무료 저장공간을 제공하는 웹 기반 이메일 서비스다. 이때부터 MS의 이메일 서비스 따라잡기 경쟁이 시작됐다.
애널리스트 기업 래디카티 그룹(Radicati Group)을 이끌고 있는 사라 래디카티는 MS에게 이같은 충격은 반드시 필요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핫메일 서비스는 다른 서비스에 비해 뒤처지고 있었다”고 밝혔다. 핫메일은 무료 이메일 서비스 선두주자로 신규 가입자 확대가 그리 어렵지 않았다. 래디카티는 “핫메일이 자기만족에 빠져 있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MS 내부 관계자들조차 G메일 서비스 개시가 상당한 충격이었다고 인정한다.
올해 말 발표될 윈도우 라이브 메일 개발 매니저 리차드 크래독은 “G메일이 등장하자 웹메일 서비스가 어떻게 변화될 것이며, 현대적인 웹 브라우저 애플리케이션은 어떤 모습이 될 것인지에 대한 궁금증이 일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MS는 적어도 지난 2002년 이후부터 핫메일 혁신에 관한 다양한 아이디어를 논의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러한 아이디어는 G메일이 본격화되기 전까지는 단순한 아이디어 수준에 머물렀다.
캐드록은 “우리의 생각이 분명하게 정리됐다.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생각 말이다. 무료 이메일 서비스는 우리가 지금까지 생각했던 것보다 더 많은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고 밝혔다.

10년간 동일 서비스, G메일 등장으로 변화
MS는 일찍부터 무료 이메일의 잠재력을 발견한 장본인이다. 그러나 지난 1997년 말 핫메일 인수에 수억 달러를 투자했음에도 불구하고 핫메일 서비스는 MS로 편입된 뒤에도 무려 10년 동안이나 전과 동일한 서비스가 제공됐다. MS는 핫메일 서비스가 성장하자 서버와 데이터 센터 확대에 투자를 계속했지만 핫메일 자체는 거의 변화되지 않았다.
MS는 핫메일 서비스에 별다른 수정을 가하지는 않았지만 지난 몇 년간 핫메일의 몇 가지 주요 기능은 그대로 유지될 수 있도록 관리했다.
거의 10여년이나 된 낡은 코드에 어떤 것을 추가할 수 있을지를 고민하며 맥가이버 같은 역할을 즐기고 있는 리베스 리틀도 이러한 고민을 함께 한 인물이다.
그러나 코드명 카후나(Kahuna)를 기치로 핫메일 디자인 리뉴얼 프로젝트가 시작되자 MS는 핫메일 전문가를 보강하기 위해 새로운 내부 수혈이 일부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당시 원조 핫메일 팀은 10여명 정도밖에 남아있지 않았다.
카후나 프로젝트에 새롭게 합류한 인물 중 하나는 마이크 샥위츠로 당시 MS 레드몬드 캠퍼스에서 윈도우 라이브의 일부로 편입될 인터넷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었다. 카후나 프로그램 매니저는 실리콘밸리에서 추진된 이 프로젝트가 2가지 매력을 갖고 있었다고 밝혔다.
하나는 핫메일이 단일 규모로는 가장 큰 MS의 웹 자산이라는 점이었다. 그리고 다른 하나는 날씨였다. 그는 “사실 시애틀은 비가 많이 내린다”고 회상했다.
샥위츠가 카후나 프로젝트에 합류하기로 결정하고, 1주일 후 구글의 G메일 서비스가 개시됐다. 그는 “‘야아~. 이거 꽤 재미있는 프로젝트인걸’이라고 느끼는 순간이 있었다”고 밝혔다.
샥위츠가 캘리포니아의 태양에서 자극을 받았는지는 모르겠지만 다른 사람들이 샥위츠의 움직임을 눈치챘고, 핫메일에 뭔가 재미있는 일이 일어날 것이라고 생각했다. 오마르 샤하인은 대여섯 명의 팀원과 함께 맥 비즈니스 사업부에서 핫메일팀으로 자리를 옮겼다. 촌스럽고 진부한 핫메일이 갑작스럽게 진정한 ‘핫 아이템’으로 변신하기 시작한 것이다.
MS는 지난해 7월, 핫메일 첫 혁신 버전을 발표할 준비가 완료된 상태였다. 각각의 메시지와 함께 체크 박스를 추가한 것이었다. 윈도우 라이브 메일은 이메일 메시지를 열어보기 전에 프리뷰를 할 수 있고, 아이템을 드래그앤 드롭을 이용해 폴더로 옮길 수 있는 MS의 데스크톱 이메일인 아웃룩과는 다른 디자인으로 선보였다.
골수 엔지니어들은 아웃룩과 유사한 읽기 패널과 철자 확인 등 기능이 강화된 새 디자인을 환영했다. 그러나 1월 일반 핫메일 사용자들을 대상으로 한 테스팅 서비스가 개시되자 암초에 부딪쳤다.
핫메일 기능 유지 위해 ‘클래식 모드’ 채용
절대다수의 테스트 이용자들이 기존 버전이 더 낫다는 평가를 한 것이다. 샥위츠는 “확인 박스 기능을 좋아한 핫메일 충성고객들이 존재했다”고 밝혔다.
몇몇 테스트 그룹에서 1/5의 사용자들이 기존 버전으로의 복귀를 선택했다. 샥위츠는 “핫메일 서비스가 완전히 선로를 이탈할 뻔했다”고 회상했다.
기존 버전으로 회귀하는 대신 MS는 절충점을 찾아냈다. 최근 수정 버전에서 새롭게 추가된 기능을 대부분 제거할 수 있는 ‘클래식 모드’ 옵션을 추가한 것이다. 클래식 모드는 서비스 뒷면에 숨겨진 새로운 아키텍처를 이용해 구현한 것이지만 일반 소비자의 눈에는 기존 핫메일과 동일하게 보인다.
하지만 클래식 인터페이스를 추가한 것은 핫메일팀의 일부 구성원들에게는 어느 정도 약점이었다.
제품 기획자 심은 클래식 인터페이스를 온수 욕조에 비유한다. 일부 사용자들에게는 너무 뜨거운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는 설명이다. 그는 클래식 모드를 통해 오랫동안 핫메일을 이용해온 사용자들이 과감한 모험을 즉각적으로 하지 않고도 발끝을 살짝 담근 채 스스로 새로운 거품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 수많은 핫메일 사용자들은 지금까지는 클래식 뷰를 통해 가능해진 따뜻한 욕조를 이용하는데 만족하고 있다.
심은 “처음 발끝을 살짝 담그면 너무 뜨겁다. 서서히 몸을 데우면서 욕조에 들어가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MS 입장에서는 모든 사용자를 만족시키는 것이 아니라면 이제는 앞으로 더 전진해야 하는 시점이다. 윈도우 라이브 메일 개발팀은 윈도우 라이브 메일로 이동하는데 관건이 되는 사항이 신속하게 움직이는 경쟁 업체들을 따라잡아야 한다는 것이다.
크래독은 업데이트 서비스가 선보이려면 9개월에서 1년 정도가 걸릴 수 있다고 지적하며, MS가 윈도우 라이브 메일 서비스를 개시하기 전에 “중대 발표를 하기 위해 상당히 오랜 시간을 투자했다”고 밝혔다.
크래독은 “솔직히 말해 사람들이 앞으로 1년 후에 어떤 것을 좋아할지 예측할 수 있을 만큼 우리가 똑똑하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MS의 새로운 바람은 신선한 아이디어를 빠르게 선보이고, 이중 관심을 끄는 아이디어를 선택해 신속하게 구현하는 것이다. 지금은 8주 단위로 새로운 서비스를 사이트에 추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런 접근방식으로 MS는 클래식 모드에 대한 수요 등 생각지 못했던 몇 가지 위험에 대처하고, 때로는 기대 밖의 성과도 거둘 수 있었다. 최고의 히트작은 윈도우 라이브 메일 테스트버전에서 최근 선보인 컬러 변경 기능이다.
심은 “이 기능은 우리 리스트에는 한참이나 후순위에 있던 것이다. 제품 개발팀에서는 실제로 이 기능이 상당한 가치를 제공할 수 있으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심은 소비자 의견이 그다지 특별하지 않은 것일 수도 있다고 밝혔다. 그는 “세계 최고 수준의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최고의 엔지니어들이 모여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사용자 피드백을 받기 시작하면 그제서야 엔지니어들이 생각했던 것 중 일부는 틀렸다는 것을 알게 된다”고 덧붙였다.
심은 지금도 핫메일을 윈도우 라이브 메일로 전면적으로 변화시킨 결정은 옳았다고 확신한다.
핫메일 브랜드 중단, 이제는 라이브닷컴 주소 부여
심은 수신박스에서 거대한 그래픽 광고를 하나 제거하는 것은 사람들이 사용하고 싶어하는 이메일 서비스를 개발하기 위한 하나의 과정일 뿐이라고 밝혔다. MS는 현재 테스트 버전에서 수신함 한편에 나타나는 길고 좁은 형태의 광고를 삭제할 계획이다.
심은 “이런 광고의 상당수는 사용자들이 위아래로 스크롤할 수 있는 것에 익숙해져 있다는 것과 관련이 있다. 좌우로의 스크롤은 이보다 ‘더 어려운 작업’”이라고 밝혔다.
광고에서 잃어버린 일부 매출 손실을 만회하기 위해 MS는 윈도우 라이브 메일 서비스를 통해 발송되는 이메일 메시지 하단 광고를 판매할 계획이다. 전에는 이 공간에 자체 프로모션 메시지를 실었지만 프라임 광고에 해당하는 이 공간을 구매하겠다는 대형 광고주들과 최근 논의를 완료했다.
그러나 MS가 핫메일 리뉴얼 방법을 찾고 있는 동안에도 경쟁 업체들은 착실하게 앞으로 전진하고 있다.
구글은 1GB 저장공간을 제공하는 G메일을 발표한 후 메일박스 공간을 두 배 이상 늘렸으며, IM 등 다른 서비스와 G메일을 통합하는 작업을 추진했다. 또 야후는 아웃룩과 유사한 인터페이스와 몇 개의 이메일을 동시에 열어볼 수 있는 기능 등 몇 가지 새로운 기능을 추가한 메일 서비스 업데이트를 테스트하고 있다.
래디카티는 MS의 경우 이미지 극복이 최우선 과제라고 지적했다. G메일은 서비스를 개시하면서 ‘섹시’라는 이미지를 구축했지만 핫메일은 사용자를 유혹할 만한 요소가 없다는 설명이다. 그는 “핫메일의 이미지는 무료라는 것 뿐”이라고 강조했다.
래디카티는 웹 기반 무료 이메일 서비스는 이제 일반적인 비즈니스로 자리잡았기 때문에 이미지가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새로운 이메일 계정을 얻기 위해 회원으로 가입하는 경우는 많지만 이들을 지속적으로 붙잡아두는 것이 사용자 확보보다 더 어렵다는 설명이다.
냉정함을 잃어버린 MS는 바로 이 점 때문에 도박이나 다름없을 정도의 거액을 들여 인수한 핫메일 브랜드를 포기했을지도 모른다. 기존 사용자들은 핫메일닷컴 주소를 계속 사용할 수 있지만 신규 회원들은 라이브닷컴 주소를 부여받게 된다. 또한 MS는 서비스 홍보에 오래된 핫메일 브랜드를 사용하는 것도 중단할 예정이다.
핫메일은 이제 CEO 스티브 발머가 커다란 책임을 갖고 임해야 한다고 분명하게 명시했던 윈도우 브랜드로 편입되고 있다. 심은 “발머는 늘 이 점을 상기시킨다. 윈도우 브랜드라는 선물을 안겨주었으니 절대 망치지는 말라고 말이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