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의장「국내 보안, 외국 기업에 넘겨선 안 된다」

일반입력 :2006/04/26 09:38

조대성 기자

안철수 이사회 의장이 국내 보안 투자의 열매를 외국 기업한테 고스란히 넘겨줘선 안 된다는 입장을 밝혀 눈길을 끈다. 지난해 3월 안철수연구소 CEO 자리에서 사임한 이후 미국에서 유학 중인 안철수 이사회 의장은 1년여 만에 고려대학교 경영대학 특강 등의 이유로 잠시 귀국, 기자들과 가진 비공식적인 자리에서 이 같이 밝혔다.국가 보안은 '자국 화폐와 같은 존재'안철수 의장은 "미국에서는 IT 투자 예산 중 보안이 1순위인 데 반해, 국내 기업들의 보안 투자 순위는 여전히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특히 국내 보안 투자의 열매를 외국 기업들이 다 가져가고 있고, 점점 더 그렇게 굳어져가고 있다"며 안타까운 마음을 전했다. 안 의장은 이어 "다소 국수적으로 들릴지 모르지만, 국방이나 문화적 관점에서 국가의 보안은 한 국가가 자체 화폐를 갖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의 의미인데, 외려 축소되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면서 "국내 보안 업계 관계자들은 다른 곳에 한눈 팔지 말고 비전을 갖고 사업을 해나갔으면 좋겠다"며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국내 벤처기업 성공률 '낮은 이유는?'안 의장은 1시간여 동안 벤처기업 경영과 관련해 바람직한 기업지배구조와 모델에 대해 누차 강조했다. 그러면서 10년간 안연구소를 경영하면서 우리나라 벤처 기업들의 성공 확률이 낮은 세 가지 이유를 조목조목 열거했다.즉, 첫째는 벤처기업가의 부족한 지식과 자질이고, 둘째는 시장의 구조적인 문제이며, 셋째는 벤처캐피털의 미흡한 지원 모델이라는 점이다.시장의 구조적인 문제점과 관련, 안 의장은 "국내 산업 구조가 대기업 위주로 짜여 있다 보니 벤처기업이 부가가치를 창출하기 힘들다"면서 "벤처기업이 대기업의 인력 파견 업체 수준으로 전락해서 벤처기업들이 중견기업으로 성장하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국내 벤처캐피털들도 개선할 점이 많은 건 마찬가지. 아이디어만으로 기업을 만들 수 없기에 미국 벤처캐피털에서는 돈뿐만 아니라, 관리팀 구성이나 필요한 컨택 포인트, 조언 등을 체계적으로 제공한다는 것이다. 반면, 국내 벤처캐피털도 많이 개선됐다고 하지만, 기업 경영의 경험이 부족한 상태에서 돈만 제공하는 데 그치고 있다는 게 그의 지적이다. 안 의장은 "시장 구조적 문제는 제가 풀 수 없고, 벤처기업자의 부족한 자질과 벤처캐피털 업계의 바람직한 모델을 만드는 건 제가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밝혔다. 안 의장은 벤처기업자로서의 부족한 자질을 채우고 다른 사람들을 가르치는 위치에 서고자 지난 4월 초 펜실베니아대 와튼스쿨의 최고경영자 MBA 과정에 합격해 다닐 예정이다.또한 안 의장은 벤처캐피털 업계의 경험을 쌓고자 미국 현지 벤처캐피털 회사에서 인턴사원, 옵저버로서 지난 1년간 일했고, 앞으로도 1~2년간 관련 업무를 더 하고 돌아올 것이라는 뜻을 전했다.웹2.0 저변에 깔린 건 '탈권위주의' 주목안 의장은 지난해 10월 한국에 와서 당시 실리콘밸리의 화두였던 웹2.0에 대해 직원들과 기자들이 전혀 모르고 있었다는 데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고 털어놓았다. 인터넷 시대에 정보 공유가 되지 않은 부분이 있다는 점에서, 그것도 한국처럼 인터넷이 발달된 나라에서 웹2.0을 접해보지 못했다는 점에서 말이다.하지만 불과 한두 달 사이에 웹2.0 관련 콘퍼런스가 열리고 신문의 헤드라인을 장식하는 것을 보면서 역시 한국은 정보를 흡수하고 퍼뜨리는 데는 세계에서 가장 빠름을 느꼈다고 그는 전했다. 안 의장은 특히 웹2.0과 탈권위주의의 상관 관계에 대해 깊은 관심을 보였다. 안 의장은 "현재 인터넷에서 웹2.0으로 대표되는 현상들이 진행 중이며, 좀더 그 저변에 깔려 있는 게 탈권위주의"라면서 "탈권위주의가 시대의 흐름을 반영하고 있고, 한국 사회를 밀고가는 원동력일 것 같다. 웹2.0과 맞물리면서 파급 효과가 무서울 것 같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소프트웨어 업계 '3가지 키워드' 안 의장은 또한 세계적인 소프트웨어 업계의 큰 흐름에 대해서도 맥을 짚었다. 그는 현재 소프트웨어 업계의 현상은 아웃소싱, 오픈소스, SaaS(Software as a Service)라는 세 가지 키워드를 통해 설명된다는 것이다.이와 관련, 안 의장은 "빌게이츠가 넷스케이프가 나온 뒤 지금이 위기라는 이메일을 자사 직원한테 보낸 뒤 MS의 방향을 순식간에 바꾸었는데, 지난해 10년 만에 이메일을 다시 보내면서 구글을 포함한 인터넷이 소프트웨어 서비스 플랫폼으로서 탈바꿈하고 있는데, 이 또한 MS에 위기라는 점을 역설, 그 결과로 윈도우 라이브를 포함한 전략과 서비스를 제품화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 의장은 특히 구글이란 인터넷 검색 업체가 공룡 기업인 MS라는 소프트웨어 업체와 하루 아침에 경쟁 상대로 될 수 있었던 배경에는 바로 'SaaS'의 역할이 지대했다고 말했다. 앞으로 'My Way'는 4가지 정도그는 미국에서 공부를 마친 뒤 돌아와 갈 수 있는 길이 네 가지 정도라며, 항간의 벤처캐피털리스트로 변신한다는 건 그중 하나일 뿐임을 밝혔다.안 의장은 "좋은 아이디어를 많이 접하다 보니 새로운 창업도 생각하고 있고, 안연구소로 복귀하는 점도 고려하고 있다. 또 대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쳐보고도 싶고, 벤처캐피털리스트로 변신해 벤처기업 육성에 이바지하고 싶다"는 꿈을 전했다. 1년 만에 다시 만난 안철수 의장은 더 이상 국내 보안 업체의 CEO가 아니었다. 탈권위주의와 웹2.0을 얘기하고, 오픈소스와 SaaS에 관심을 보이며 IT 업계의 앞날을 내다보는 안목을 펼쳐보였다. 그가 1~2년 뒤 다시 돌아와 어떤 아이템을 들고 재등장할 지 궁금해지는 이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