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 국가들의 기술전도사 쿠알라룸푸르

박민우입력 :2006/03/27 21:27

박민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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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레이시아 IT 심장 쿠알라룸푸르말레이시아라는 국가를 얘기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보통 코타키나발루나 페낭과 같은 관광코스와 쿠알라룸푸르(Kuala Lumpur : 이하 KL) 에 있는 88층짜리 페트로나스 트윈타워 정도일 것이다. 특히 2002년까지 세계에서 가장 높은 건물이었던 트윈타워는 한쪽은 일본기업이 다른 한쪽은 우리나라 기업이 지어서 더욱 친숙하게 느껴지는 건물이다. 필자가 최근 일주일간 말레이시아의 수도 KL을 방문하여 IT 관련 기업들을 방문하면서 제일 먼저 느낀 점은 말레이시아가 동남아시아의 개발도상국가라는 착각과 한국이 IT 관련 기술이 월등히 앞서 있다는 착각이었다. 말레이시아가 비록 1인당 국민소득이 우리나라의 30% 수준이지만 이것은 단순한 숫자일 뿐 이다. 일단 말레이시아는 궁핍한 주변국가 사람들의 이주를 쉽게 허용한다(이민을 쉽게 허용하지는 않는다. 그래서 이러한 이주민들을 수입족이라고 한다.). 이러한 이주민들은 KL에서 싼값의 노동자 역할을 하거나 지방에서 농사일을 한다. 이러한 수입족들이 연방정부가 아닌 주에서 시민으로 포함되면서 국민소득의 평균을 까먹게 된다. 그리고 실생활 물가가 낮고 세율도 낮아서 체감하는 생활수준은 한국과 거의 비슷하거나 좀 더 높게 느껴진다고 한다. 전체 인구의 60%가 중산층이라고 볼 수 있다. 수입족을 제외하면 거의 대부분의 국민들이 높은 삶의 질을 누리고 있다고 봐도 좋을 것이다. 전국민의 약 60%가 휴대폰을 보유하고 있으며, 인구당 자가용 보유대수는 우리나라보다 높다. 특히 KL지역에 사는 사람들을 기준으로 판단한다면 서울 강남 수준보다 뒤떨어지지 않는다. 아파트, 쇼핑센터, 호텔, 도로, 골프장 거의 모든 시설이 최고급이면서 최첨단으로 이루어져 있다. 더군다나 말레이시아는 원유와 천연가스 생산국이기도 하다.OIC 국가들의 기술전도사말레이시아는 초승달과 별을 그려진 국기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슬람국가다. 특히 이슬람국가들은 이슬람의 UN으로 불리는 이슬람회의기구(Organization of the Islamic Conference : 이하 OIC)를 통해서 강한 연대와 각 분야에서 교류를 촉진하는데, 이러한 OIC 57개 국가 중에서 가장 IT 관련 기술 수준이 높은 나라가 말레이시아이며 그 중심은 KL이다. OIC 국가들의 소비자들은 미국산 제품들에 대해서 대부분 배타적이다 보니 웬만큼 큰 수준차이가 나지 않는다면 OIC 국가의 제품을 선호한다. 따라서 말레이시아에서 성공적으로 적용된 IT 기술들은 57개국 15억 인구를 보유한 OIC 국가에 강력한 구매력을 가진 제품으로 발전할 수 있다.특히 말레이시아의 정보통신기술 시장은 2000년 이후 매년 12~15%의 두 자리수 성장을 해왔다. 이 수치는 전세계 6%, 미국 5.6%, 아시아 9.5% 에 비해서 IT 지출 성장률이 얼마나 높은지 잘 알 수 있다. IBM, SUN, HP 등이 가장 공격적으로 말레이시아에서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이런 기업들의 목적은 말레이시아를 통해서 OIC국가들로 진출하는 것을 공통적인 목적으로 하고 있다. 말레이시아 2500만 국민을 대상으로 비즈니스를 하기엔 너무 시장 규모가 작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나 기아자동차가 말레이시아 현지 공장을 세우고 뿌리를 내리면서 차기 전략은 OIC 국가들로 현지 수출임은 말할 나위가 없을 것이다.말레이시아에서의 한국기업들의 기회동남아시아 사람들 대부분이 그렇지만 일본에 대해서 적대심을 갖는 국가는 많지만, 우리나라에 대해서는 그렇지는 않다. 특히 최근 들어 한류 열풍 때문에 말레이시아 사람들까지도 한국 드라마와 영화, 배우들에게 열광한다. 이러한 이미지는 한국 기업과 한국 제품에 까지도 실제로 영향을 미친다. 심지어는 KL 대형 쇼핑몰에 가보면 한국 제품이 한국어로 된 홈쇼핑 광고가 그대로 한국어로 방송된다. 특히 온라인과 모바일에 관해서 한국은 세계적인 성공사례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의외로 말레이시아 IT 기업들은 기술력에 대해서 한국을 크게 두려워하지 않는다. 이미 이런 말레이시아 IT 기업들은 호주와 유럽에서 선진 IT 기술을 공부한 유학파들을 충분히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원천기술 자체에 대해서는 스스로 충분히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다만 한국을 통해서 배우고 싶어 하는 것은 다양한 시행착오를 거쳐서 완성된 서비스 모델이다. 기술만 가지고 온라인과 모바일에서 서비스를 만들어 낼 수는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현지의 요구사항을 충분히 이해하고 준비한다면 많은 국내 IT 기업들이 현지에서 적용이 가능할 것이라고 예상한다.또한 KL에 거주하는 사람들의 70% 이상이 영어로 의사소통이 가능하기 때문에 다른 아시아 국가에 비해서 한국 IT 기업들이 정착하기가 쉬운 곳이다. 하지만 이슬람국가라는 문화적인 특성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다면 곤란한 일을 겪을 수도 있으며, 아직까지도 말레이시아는 정관계의 힘과 영향력이 막강하기 때문에 정책의 변화에도 민감하게 반응하여야 한다. 비록 짧은 기간이지만 KL의 현지 IT 기업들을 만나서 느낀 점들을 정리해 보았다. 한국의 많은 기업들이 말레이시아를 중심으로 OIC 국가들에게 우리들의 첨단 IT 기술과 서비스들을 수출할 수 있기를 기원해 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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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우 IT컬럼니스트

IT 칼럼니스트, Convergence service platform Consult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