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RP 시장의 양대 산맥인 SAP와 오라클의 윈백 다툼은 지난해 ERP 시장의 관심거리 중 하나였다.13개 기업을 인수하면서 ERP 시장을 장악하겠다고 발벗고 나선 오라클은 지난해 하반기에 'OFF SAP' 프로그램을 내세워 기존 SAP 고객을 윈백하겠다는 의지를 천명했다. 물론 SAP는 이보다 앞선 2004년부터 오라클이 인수한 피플소프트와 JD에드워드 고객을 겨냥한 윈백 프로그램인 '세이프 패시지(Safe Passage)' 전략을 펼쳐왔다.2005년 하반기 ERP 시장에서는 양사의 윈백 성과는, 결론부터 말하면, SAP도 오라클도 국내에서는 '단 한 건의 성과도 거두지 못했다'.SAP '국내엔 윈백할 고객이 없다?'SAP의 '세이프 패시지' 프로그램이 피플소프트와 JD에드워드 고객을 대상으로 한다. 그런데 피플소프트 고객은 국내에 없고, JD에드워드의 고객사도 대부분 다국적 기업들의 국내 지사라 실질적인 윈백 프로그램 가동은 없었다는 게 SAP 코리아 측의 설명이다.하지만, 한국오라클은 국내의 50여 개 JD에드워드 고객 중에는 삼양사나 두산 계열사 등 국내 유수의 기업들이 포함돼 있다며 SAP 코리아 측의 주장을 일축했다. SAP 코리아 측은 "오라클이 오프 SAP 프로그램을 적극적으로 프로모션하는 이유는 시벨 시스템즈 인수로 더욱 늦춰질 것으로 예상되는 오라클의 퓨전 프로젝트의 불확실성에 대해 갖는 불안과 우려를 희석시키고, 퓨전 프로젝트에 대한 시장의 의구심을 SAP 고객 쪽으로 전가하기 위해서"라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한국오라클 측은 "오프 SAP와 프로젝트 퓨전은 전혀 별개의 이슈"라면서 "오히려 SAP 측에서 오라클의 전략을 혼돈시켜 희석시키는 것이 아닌가 싶다"고 의혹의 눈길을 보냈다.SAP는 2004년 초부터 시행한 세이프 패시지 프로그램을 통해 전 세계 40여 고객사를 확보했으며, 피플소프트와 JD에드워드에 유지보수와 지원 서비스를 제공해온 투모로우나우(TomorrowNow)를 인수함으로써 현재 120여 피플소프트·JD 에드워드 고객에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밝혔다. 반면, 오라클은 오프 SAP를 통해 아직 단 하나의 SAP 고객도 윈백하지 못했다고 SAP 측은 주장했다. 스웨덴 국방부가 오프 SAP로 오라클로 전환한 사례가 있다지만, 이것도 스웨덴 국방부 중앙에서는 SAP를 사용하는데, 국방부 산하 다른 기관에서 오라클을 선정한 경우였으며, 다국적 기업에서 먼저 ERP를 구축하면서 SAP를 도입했으나 본사에서 전 세계적으로 오라클을 선정하는 바람에 오라클로 바뀐 경우까지 윈백으로 치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주장이다.오라클 '아직 사례는 없지만 가능성은 있다'한국오라클 측은 지금까지 국내 고객 중 오프 SAP 프로그램에 따라 윈백한 사례는 없다고 확인했다.하지만 여러 기업과 만나고 있으며, 대기업과도 마이그레이션에 대한 '깊은 대화'가 오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오라클이 아태 지역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아태 지역에서 SAP 고객의 50% 이상이 구 버전을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아태 지역의 SAP 고객 899개 기업 중 12%는 오라클과 만나고 싶어하고, 17%는 만남 이후 추가 정보를 원하며, 50% 이상이 4.6c(R/3) 이하 버전을 사용하고 있다고 한다. 구 버전 고객을 대상으로 한국오라클은 공세 수위를 높여나갈 계획이다.한국오라클 측은 마이그레이션 사례는 개수가 아니라 '성공 사례'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며, 실제 영업 라인에도 오프 SAP 전담 직원들이 있어 활발히 움직이고 있다고 말했다.ERP 윈백 사례 '2006년엔 나올까?'오라클은 애플리케이션 비즈니스를 위해 13개 기업을 인수하며 칼을 갈고 있다. 이 제품의 개발자들이 모여 각 제품의 장점만 모은 완전히 새로운 퓨전 제품에 더욱 기대를 걸고 있다. 그럼에도, 17년이나 먼저 애플리케이션 사업을 시작한 SAP를 단시간에 앞서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게다가 ERP는 대형 프로젝트여서 다른 업체 제품으로 변경하는 것이 결코 쉽지 않다. SAP나 오라클이 제시하는 혜택이 별 차이가 없을 것이라는 점도 살펴봐야 한다.실제 ERP 전체 프로젝트 중에서 하드웨어와 컨설팅 부분을 뺀 순수 소프트웨어 라이선스 부분은 전체 프로젝트 예산의 20%에도 미치지 않는다. 기존 R/3에서 마이SAP로 업그레이드할 때 75%의 크레딧만을 인정해주는 SAP와는 달리, 오라클은 100% 소프트웨어 라이선스를 인정해 주겠다고 하지만, 오라클의 유지보수비는 22%로 17%인 SAP보다 비싸다. 하지만 국내에는 아직 R/3 라이선스를 보유하고 있는 고객이 20여 개 정도 있는데, 이들이 업그레이드나 마이그레이션을 고려할 시기가 됐다. 한국오라클 측은 이 고객들을 적극 공략할 계획이며, SAP 코리아 측도 이들이 윈백하지 않을 것이라고 자신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한국오라클의 김 철 본부장은 "우리나라는 브랜드에 민감해 SAP 제품이 오라클보다 나을 것이라는 막연한 생각을 갖고 있는 것 같다. 컨설팅 업체의 입김에 좌우되지 말고, 고객들이 직접 현명한 결정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올해 '고객들의 현명한 평가'를 받은 두 업체의 성과가 주목된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