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슨(대표 김정주)과 NHN(각자대표 최휘영ㆍ김범수)의 해묵은 합병설이 다시 수면위로 떠올랐다.
NHN이 보유하고 있던 넥슨의 자회사 엠플레이 지분 30%를 넥슨에게 매각하면서 넥슨이 엠플레이 지분 100%를 사실상 확보하게 됐기 때문이다. 그동안 엠플레이 지분은 NHN 30%, 넥슨 42%, 넥슨 대주주 27%를 보유하고 있었다.
엠플레이는 현재 이해진 CSO에 이어 NHN의 2대주주다. 넥슨은 그간 자회사 엠플레이를 통해 NHN 지분을 5.3% 갖고 있었지만, 그동안 상호지분출자로 인한 의결권 제한 때문에 넥슨은 NHN에 대해 의결권을 행사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번 NHN의 지분 매각으로 넥슨의 의결권 행사가 가능해졌다.
이에 대해, 게임업계에서는 넥슨의 김정주 대표가 실제로 NHN의 경영에 참여하게 될 것인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넥슨의 개입 여부에 따라 업계에 초대형 게임사가 등장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또한 NHN의 최대주주인 이해진 CSO의 지분이 5.5%로 취약해, 넥슨이 우호지분을 합칠 경우 지분추월도 가능한 상황이다. 현재 넥슨 자회사가 보유한 5.3%의 지분을 제외할 경우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 지분은 11.2%에 불과하다.
이와 관련, 넥슨측은 8일 "비즈니스를 위해 필요하다면 협력해 나갈 수도 있고 파트너사가 될 수도 있다"며 "하지만 사업 이외에 2대주주로서 우호지분 역할을 할 것인지는 사안에 따라 달라진다"고 말했다.
넥슨의 경우, 코스닥시장에 진입할 여건은 갖추었지만 아직까지 IPO(기업공개) 계획 조차 세워놓지 않은 상태다. 또한 넥슨 재팬이 직접 일본의 `자스닥'에 상장할 수 있는 데다 필요하다면 얼마든지 제도권에 진입해 높은 시가총액을 유지할 수 있어 굳이 NHN과 합병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 회사측 입장이다.
넥슨 관계자는 "지분에 따라 의결권을 갖게 됐다"며 "네이버 경영진 입장에서 접근하지는 않을 것이며, 합병계획은 없다"고 못박으면서 "몇 년이 지나도 양사의 별다른 움직임이 없다는 것은 합병설이 루머에 불과하다는 반증이 아니겠느냐"고 지적했다.
반면, NHN 측은 "마인드만 맞으면 어떤 기업과도 언제든지 합병을 추진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 업계에서는 넥슨과 NHN의 입장이 다소 다르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NHN의 경우, 넥슨과 합병하게 되면 게임투자에 대한 부담을 줄인 상태에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하는 것이니 만큼, NHN의 플랫폼을 활용해 시너지를 내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NHN의 한게임 사이트는 보드게임류가 주력 서비스인데 최근 성장성이 둔화되고 있어 새로운 성장원 발굴을 위해 캐쥬얼게임이나 MMORPG류의 게임개발에 대한 투자에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한화증권은 "NHN이 자체 개발한 `아크로드'와 `당신은 골프왕'이 부진한 상황이고, 게임개발 자회사인 NHN게임즈를 설립했지만 게임사업에서의 성공 가능성이 불투명한 상황"이라며 "넥슨과의 제휴가 이뤄지게 된다면 NHN게임즈에 대한 보수적인 투자로 인해 지분법평가손실 부담이 감소하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업계 일각에서는 NHN이 주가 부양을 위해 합병설을 퍼뜨리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실제로 NHN의 주가는 250일 최저치 7만원대에서 두 배인 14만원대까지 뛰어오르며, 코스닥 최고의 황제주로 부상했다.
하지만 루머의 근거지가 양사의 지분관계였던 만큼, 이번 넥슨의 지분매입이 단순히 NHN의 주가급등 효과로 그치고 말 것이라고 단언하기는 어렵다는 것이 증권가의 중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