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당신을 지켜보고 있다. 그리고 그 뒤에는 액센추어가 있다.심각하게 생각되지 않을 수도 있지만 빅브라더의 부활은 이미 시작됐다. 컨설팅 업체인 엑센추어는 특정 지역, 위치 뿐 아니라 시시각각 다른 세계의 온도와 주변 환경에 관한 정보를 수집하는 원격 장비와 센서 개발에 전력을 쏟고 있다.이러한 시스템에 대한 의견은 상반된다. 개인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주장이 있는 반면 현재의 기술로는 불가능한 중요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물론 액센추어가 센서 개발에 직접 참여하는 것은 아니다. 이들은 다른 기업의 연구실에서 개발된 본질적으로 상이한 기술을 하나로 결집시키는 방법을 찾고 있다.엑센추어의 수석과학자 글로버 퍼거슨은 이들 정보사냥꾼들의 우두머리로 불린다. 그는 지난 수십년을 엑센추어에서 차세대를 주도할 기술에 대해 연구해왔다. CNET New.com은 퍼거슨과의 인터뷰를 통해 RFID, 일반적 수준의 프라이버시 등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엑센추어 연구소에 관해 간단히 설명해 달라.액센추어 연구소는 액센추어가 아더 앤더슨에서 분리되기 전에 설립됐다. 당시 우리는 대규모 소프트웨어 프로젝트를 추진할 생각이었지만 문제가 있었다. 소프트웨어 사업에 직접 뛰어들 수 없는 데다 연구소도 갖고 있지 않았던 것이다. 연구소도 없으면서 소프트웨어 사업을 한다는 게 말이 되겠나.그래서 처음 시카고에 연구소를 설립했다. 시카고에 설립한 이유는 본사가 시카고에 있는데 만약 다른 지역에 연구소를 설립하면 연구소가 존재한다는 사실조차 잊혀질 것 같았기 때문이다. 연구소에서 가장 먼저 한 일은 정장 중심의 복장 규율을 파기한 것이다. 연구원들이 정장을 입게 되면 연구원들 스스로도 자신이 연구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잊을 것 같다는 생각에서였다.가장 논의가 활발했던 프로젝트에는 어떤게 있나?여러 가지 프로젝트가 논의됐는데 그중 하나는 업무 프로토타입 개발이라는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 5년개년 계획을 세우는 것이었다.우리는 지난 1997년 처음으로 RFID에 대해 검토하기 시작했다. 이것은 원래 항공기의 소속을 확인하기 위해 2차 대전 때 개발됐다. 그 후 상용화가 되기는 했지만 투자비가 만만치 않았다. 그래서 우리가 만약 RFID를 일반화시킬 수 있다면 어떨까 생각했다. 가능하다고 결론 내렸지만 표준화가 완료되기 전까지는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 EPC 글로벌이 시작되면서 비로소 이 프로젝트도 점차 모양새를 갖추기 시작했다. 어쨌든 첫 번째 프로토타입은 가능한 한 광범위한 청중들과의 대화를 통해 개발한 것이었기 때문에 리서치 결과에 따라 많은 수정 작업을 거쳤다. RFID를 이용한 초기 작업은 일종의 약상자 기능이었다. 이 시스템은 1차적으로 사용자를 인식한다. 칩 안에는 소형 얼굴 인식 시스템이 내장돼 있다. 상당히 국한된 부분만 다루기 때문에 사용자 정보가 기록되지는 않는다. 시스템이 사용자를 인식하면 "좋은 아침입니다. 오늘은 꽃가루가 많이 날리니 알러지 약을 복용하세요"라고 말할 것이다.그러면 당신은 약병에서 알약을 꺼내든다. RFID가 바로 이 부분에서 쓰인다. RFID가 "그 약이 아닙니다. 잘못 선택하셨습니다"라고 알려주면 당신은 다른 약병을 집어 든다. 약병이 맞다면 RFID는 "그약이 맞습니다. 2알 드시면 됩니다"라고 대답할 것이다. 또 집안에 있는 거울도 단순한 거울이 아니라 스크린이 장착된 거울이다. 이런 모든 시스템은 지금은 상용화 논의가 진행되고 있지만 97년만 해도 꿈같은 얘기였다. 우리가 시연을 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액센추어가 약병 사업에 뛰어드나요?"라고 묻는다. 그러면 우리는 "지금 시연하고 있는 시스템의 가능성을 보십시오"라고 답했다.우리 회사 운영그룹 중 한 사업부가 "고객 중에 이런 시스템을 갖고 있는 회사가 있는데 우리가 이 회사에 특화된 시스템을 만들면 좋을 것 같다"라는 제안을 했다. 그 회사의 사업분야는 가스 실린더였다.그래서 우리는 곧바로 가스 실린더의 제품 주기를 추적하는 RFID 시스템 개발에 착수했다. 가스 실린더의 재고가 어느 지점에 있는지를 파악하기 위해 가스 탑재 시점부터 “이 탱크에는 그 가스를 채우지 마시오”라는 시점까지 추적하는 것이다. 각 산업분야에서는 RFID를 환영하고 있지만 소비자들은 이 시스템의 사생활 침해 문제에 대해 걱정한다.소비자들은 두 가지 규칙 때문에 자신의 프라이버시를 기꺼이 희생할 것이다. 첫째는 자신들이 RFID와 관련된 무언가를 갖고 있다는 점이고, 두 번째는 정확히 무엇을 포기해야 하는지 알고 있다는 점이다. 당신이 만약 이 데이터로 무언가를 한다면 두 가지 규칙 중 하나를 위반하는 셈이 된다. 그리고 누군가에게 데이터를 주고 아무런 대가를 바라지는 않지만 자신의 수익성을 향상시키기 위해 이 데이터를 이용한다면 여기에 토를 달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하지만 결국 두 가지 모두를 선택하지 않는다면 문제는 달라진다. RFID에 대한 거부감을 없애기에 앞서 많은 논의가 필요하다. 투표를 통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것도 이 때문이다. 캘리포니아의 경우 극단적인 법률을 제정하겠지만 결국에는 우리 모두가 만족할만한 방향으로 가게 될 것이다. I한 영국 친구는 말 많은 미국인들이 어떻게 사적인 데이터를 웹사이트에 올리는지 궁금하다며 놀리곤 했다. 그는 “우리 영국인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프라이버시다. 미국인들은 너무 쉽게 프라이버시를 포기한다. 우리에게는 프라이버시가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운전면허증에 사진조차 붙이지 않는다”라고 말했다.몇 년 동안 이런 말을 듣다가 어느 날 이렇게 되물었다. "글쎄, 런던에는 전 세계 어느 도시보다 많은 CCD 카메라가 설치돼 있는데 이건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라고 하자 그는 "그건 다른 문제다. CCD 카메라는 보안을 위한 것이다"라고 응수했다. 그렇다면 기준이 무엇인가?미국인들은 편리성을 위해서라면 데이터를 포기할 것이다. 물론 포기할 때도 있고, 그렇지 않을 때도 있을 것이다. 아일랜드 분쟁이 계속되고 있는 요즘 영국은 보안시스템의 필요성을 절감하면서 모든 카메라의 설치를 승인했다.RFID가 현실화되면 파장이 클 것 같은데.하지만 재미있지 않나. 이에 관한 논쟁은 갈수록 진지해지고 있지만 사람들은 핵심을 피해가고 있다. 주변만을 맴돌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사람들 대부분은 가끔씩 법의 테두리 밖의 행동을 하기도 한다.속도제한을 어기는 것처럼 말이다. 또 세금고지서를 보고 너무 많이 나왔다며 강력하게 항의하는 사람도 있다. 법에서 약간 비껴간다는 것은 엄밀히 말하면 불법이지만 솔직히 이 때문에 딱지를 떼거나 벌금을 내고 싶어 하는 사람은 없다. 프라이버시에 대한 논의는 속도제한에 대해 제한 범위가 있으니 속도를 줄이거나 높이라는 것보다 더 진지한 문제라고 할 수 있다. 또한 가끔은 사람들의 이해가 부족한 경우도 있다. 많은 사람들이 스캐닝이나 개인 데이터의 이용가능성에 대해 우려를 나타낸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RFID가 현실화되면 91비트의 숫자로 표현된다. 이 숫자를 모두 해독해서 누군가에 대한 특정 데이터를 찾아내려면 17개나 되는 데이터베이스를 해킹해야 한다. 사람들이 두려움을 느끼는 부분은 누군가 자신의 집에 들어와 집안 구석구석을 스캐닝 할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하지만 그 정도로 강력한 스캐너가 있다면 그건 바로 당신의 집안에서 만들어진 데이터일 것이다.전 세계에 설치할 수 있을 정도로 충분한 센서가 있다면 이들 센서의 역할은 무엇인가? 더스트네트웍스, 크로스보우 같은 많은 사람들은 빌딩의 에너지 소비를 줄이기 위해 센서를 사용하고 있다고 알려져 있다. 전에 이 부분을 '버츄얼 더블(virtual double)'이라고 표현한적 있다. 서로 다른 방향에서 같은 실체에 대해 필요성이 존재한다면 지구상의 모든 물리적, 현실적 객체에 대해 가상 버전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가상의 실체'를 통해 현실의 객체를 볼 수 있고, 객체에 대해 훨씬 더 많은 정보를 얻을 수도 있고 통제도 가능하다.예를 들어 당신이 지금 프린터 앞에 서 있다면 종이나 토너가 떨어졌는지, 아니면 프린터가 제대로 동작하는지 금방 알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가상의 실체'가 존재한다면 당신은 책상에 앉아서도 프린터 상태를 볼 수 있다. 게다가 어떤 멍청한 직원이 이 프린터에 5000장에 달하는 파워포인트 출력물을 실행시켰는지도 알 수 있다. 또 다른 새로운 애플리케이션이 있다면?한 쇼핑몰이 지나는 차량의 FM 안테나와 연계된 광고판을 갖고 있다고 가정하자. 이를 통해 쇼핑몰은 사람들이 청취하는 프로그램을 결정할 수 있다. 물론 여기서 프라이버시는 또 제기된다. 하지만 쇼핑몰측은 이 사람들이 누구인지 전혀 모른다. 단지 지금 이 순간 광고게시판을 볼 수 있는 사람들이라는 것을 알고 있을 뿐이다.이로써 광고판은 메시지를 전달받은 누군가의 취향에 맞게 바뀐다. 대상에게 맞는 맞춤형 광고가 가능해진다. 운전자들은 이 광고판을 통해 실제로 자신에게 적합한 상품을 볼 수 있다.이로써 광고주들도 정확한 소비자를 겨냥한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리고 이 광고판을 판매하는 사람들도 특정 대상에게 특화된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기 때문에 다양한 변화를 줄 수 있다.당신 팀도 이 프로젝트에 참여했나?우리는 참여하지 않았다. 현재 추진하고 있는 프로젝트에서 상당히 실망스러운 부분은 이러한 시스템의 이점이 충분히 알려져 있지 않다는 사실이다. 이 센서가 얼마나 세계를 변화시킬까?이런 특화된 비전을 통해 어느 정도는 우리 스스로 전면에 나설 수 있을 것이다. RFID의 일부 물리적인 측면은 아직 연구가 진행 중이고, 액체와 금속형태에 대한 분석도이뤄지고 있다. 또한 아직 기초 인프라스트럭처에서 누락된 부분이 있다.모든 곳에 기기를 설치할 수는 있다. 하지만 그렇게 되려면 사용자가 기기에 관해 모든 것을 알고 있어야 한다. 어떤 경우에 문제가 발생하고, 또 문제는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도 알아야 한다. 이런 센서들은 향후 5년 내에 상당히 증가할 것이다. 하지만 일단 인프라스트럭처가 완성되면 눈부신 발전이 이뤄질 것이다. 북쪽 지방에 포도밭을 하나 갖고 있다면 이 시스템은 포도밭의 결과물을 최적화시켜줄 수 있다. 이 포도밭의 기후조건을 수시로 확인해 포도밭의 각 구획에 대해 최적화할 수 있다. 햇빛의 양을 측정할 수 있고, 잎의 수분, 토양 수분, 온도도 측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센서들이 데이터를 수집하는 것을 시작한 후에 프로젝트 운영자들은 아마도 이렇게 말할지도 모른다. 수집된 데이터의 2/3 정도를 두고 "배터리가 떨어졌어요, 고장인가봐요, 추적지점을 잃어 버렸어요"라고 말이다. 5년 전 액센추어가 주최한 한 행사가 기억난다. 당시 컨설턴트 중 한 명이 테스트중인 화상회의 시스템을 시연하면서 자신들의 문제점 중 하나는 테스트에 응한 사용자들이 비디오 전화를 그다지 반기지 않는다고 말한 적 있다.지금은 그때보다 시스템이 훨씬 간단해졌다. 시카고와 캘리포니아 간에 설치된 비디오 터널의 경우 연구원들이 회의장으로 걸어 들어오는 것을 서로 볼 수 있고, 회의장에 서서 얼굴을 마주보며 대화를 할 수도 있다. 기존과는 전혀 다른 패러다임이며 프로토타입 설계도 끝났다. 하지만 이 시스템의 어마어마한 비용에 먼저 놀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