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P의 새 CEO, NCR 마크 허드「낙점」

일반입력 :2005/03/30 13:32

Dawn Kawamoto

칼리 피오리나의 사임 이후로 공석이었던 HP의 CEO 자리를 누가 맡을지 결정됐다. HP는 현 NCR 사장인 마크 허드를 차기 CEO에 내정했다.

이번 허드의 임명은 HP가 칼리 피오리나를 내쫓은 지 2개월도 안돼 이뤄졌다. 피오리나는 당시 업계의 상징적인 존재로서 컴팩과의 대규모 합병 이후에 HP의 모든 분야에서 전력투구해왔다.

허드는 이사회 의장인 패트리시아 던과 함께 HP에서 회장이자 CEO직을 수행하게 된다. 그는 오는 29일부터 HP에 출근하며 이사회 멤버로도 합류할 예정이다.

던은 허드의 선정 이유에 대해 “강력한 업무 수행 능력과 검증된 리더십, 그리고 주주의 가치를 추구하는 이전 기록 등으로 인해 우리는 허드를 주목하게 됐다”라고 전했다. 그녀는 “NCR에서 그는 이와 같은 능력을 증명해보였다. 비록 HP보다 작은 회사이긴 하지만 NCR은 다양한 사업 영역을 가진 복합적인 조직체다”라고 말했다.

뒤이어 던은 “마크를 알게 되면서 우리는 외부 영입보다는 내부 역량 극대화를 통한 신규 기술 확보, 회사의 성공에 있어 문화의 중요성 등에 대한 그의 생각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 또한 개인적인 청렴함도 한몫했다”라고 설명했다.

HP 문화에 잘 어울리는 인물

사실 피오리나가 CEO를 맡고 있었을 때 그녀를 계속 귀찮게 했던 것은 바로 사내 문화 문제였다. 카리스마가 넘쳤던 피오리나는 수많은 직원들로부터 “HP 방식”을 죽이고 있다고 비난받았으며 심지어 주주 총회에서까지도 이같은 잔소리를 감수해야 했다.

허드는 HP에 친숙하지 않은 인물임에도 불구하고 CEO 물색 기간 동안에 후보군 중 선두주자로 부상했다. 그는 6년 전 HP가 피오리나를 CEO로 영입할 당시만 해도 후보군 물망에 오르지도 않았다. HP 이사회의 핵심 위원인 던과 제이 케이워쓰, 톰 퍼킨스는 후보군을 압축해 가장 유력한 후보들의 검증 작업을 벌이기 전까지 이에 대한 언급을 삼가왔다.

허드는 HP라는 더 큰 회사에서 중책을 맡을 준비가 돼 있으며 이 회사의 전통과 현 상황을 보완해 나갈 것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HP는 전세계에서 손꼽히는 대기업 중 하나로 기술 혁신을 이끌어온 유구한 역사를 갖고 있다. 또한 많은 제품군과 서비스가 탁월한 수완을 발휘하며 부러움을 사는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라고 그는 말했다.

만 48세인 허드는 1980년에 처음 NCR에 합류했으며 이후 CEO까지 맡게 된 인물이다. 그는 NCR의 영업·마케팅 담당 수석 이사에서 COO를 거쳐 지난 2003년 3월 NCR의 CEO에 임명됐다.

NCR은 지난해 59억 8000만달러 매출을 거뒀으며 자동응답기와 데이터 웨어하우징, 그리고 IT 서비스 분야에서 소프트웨어, 하드웨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 4분기에 전년 동분기 대비 9% 증가한 17억 9000만달러의 매출과 8000만달러 증가한 1억 2400만달러의 수익을 거뒀다고 발표했다. NCR의 주식 가격은 허드가 CEO에 임명된 이후 무려 세배 정도 올랐다.

애널리스트들은 허드가 NCR에 입성한 이래 2년간의 성과에 박수를 보내왔다. NCR 주식가는 지난 29일 17% 떨어진 31.40달러에서 마감됐다. 그러나 이 주가는 허드가 CEO로 임명된 2년 전 주식 분할시의 가격인 9.06달러보다는 월등히 높은 수준이다.

셰어홀더 밸류 매니지먼트(SVM) 소속 애널리스트 제프 엠버시츠는 “NCR을 보자. 이 회사는 3년에서 5년 동안 계속 허덕거리기만 했다. 그러나 지난 9개월을 살펴보면 마크가 이런 회사에서 뭘 이뤄냈는지 명확하게 알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뒤이어 “허드는 다양한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그는 HP에서 전략과 제품, 관리와 비용 등 여러 부분을 바꿔놓을 것이다. NCR에서 했던 것처럼 말이다”라고 설명했다.

엠퍼시츠는 허드가 향후 9개월 동안 HP의 관리 체계와 임기응변식 전략을 뜯어고치겠지만 이런 구조적인 변화에 따른 효과는 12~18개월이 지나기 전까진 체감하기 힘들 것이라고 예상했다.

앰버시츠는 허드의 CEO 재직 기간 중 NCR은 8분기 연속으로 애널리스트들의 예상치를 뛰어넘는 실적을 발표해왔으며 애널리스트들이 허드가 포커페이스로 월 스트리트를 놀리고 있다고 농담한다고 전했다. 그러나 일단 구조조정이 완료되자 허드가 내놓은 NCR 매출 결과는 월스트리트 예상치에서 약 95% 선을 유지했다고 그는 덧붙였다.

바로 이것이 피오리나가 있었을 때의 HP와 현격히 대조되는 부분이다. HP는 애널리스트들의 예상치보다 수익이 현격히 떨어질 수 있다고 몇 번이나 통보한 바 있다.

허드는 NCR에서 CEO로서 강력하고 빠른 조직 변화 실행 능력을 보인 바 있지만 HP에서는 이보다 좀 더뎌질 수 있다. 허드는 CEO가 되기 이전에 NCR에서 20년 이상 근무했기 때문에 회사를 속속들이 파악하고 있다는 장점을 충분히 누린 바 있다.

허드는 또한 매출이 NCR보다 10배 이상 큰 회사를 이끌어야 한다는 도전에 직면해 있다. 그것도 변화를 시도하면서 델, IBM과 치열한 경쟁을 벌여야 하는 상황에서 말이다.

테크놀로지 비즈니스 리서치의 애널리스트 크리스 포스터는 “전략적인 도전이다”라고 허드의 CEO 발탁을 평했다. 그는 “허드의 임명은 하드웨어라는 기반, 그리고 컴팩이라는 기반에서 소프트웨어와 서비스 회사로 전환한다는 것을 뜻한다. HP는 기술의 미래가 PC나 서버에 있지 않다고 보며 소프트웨어와 서비스가 회사를 이끄는 IBM과 같은 수준이 되려 한다”라고 설명했다.

투자가들은 허드의 CEO 임명 소식에 담담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허드의 전 회사인 NCR의 주식은 29일 10% 이상 하락한 33.81달러까지 내려앉았다. HP 주가는 10% 수준인 1.99달러 상승해 21.78달러로 29일 장을 마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