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바닥에 올라선 매킨토시「애플 맥미니」

일반입력 :2005/02/23 17:39

이석원 기자

마케팅의 귀재로 불리는 스티브 잡스지만 지난 맥월드 행사에선 다소 흥분한 듯했다. 아이팟과 매킨토시가 그 동안 접근하지 않던 저가형 시장 공략에 나선다는 사실 때문일까? 아무튼 평소보다 들떠 보이는 그의 손에 들린 매킨토시는 ‘쇼킹’한 수준이었다. 세상에! 맥을 손바닥에 올려놓다니.

바로 맥미니다. 스티브 잡스는 아이팟셔플을 소개한 뒤 매킨토시 역사상 가장 저렴하고 부담 없는 제품이라는 장담을 안주 삼아 맥미니를 소개했다.

재미있는 설명도 곁들였다. 이 제품은 ‘BYODKM’이라고 말이다. 순간 관객들은 무슨 말인지 몰라 의아했지만 ‘Bring Your Own Display, Keyboard and Mouse’의 약자라는 설명에 고개를 끄덕였다.

잡스의 설명처럼 맥미니는 손바닥에 들어오는 작은 크기의 본체만 구입하고 디스플레이나 키보드 마우스만 연결하면 어디서나 사용 가능하다. 가로세로 165mm에 무게 1.3Kg, 가격도 60~70만원대다. 이 가볍고 작은 맥이 가정에서 두 번째, 세 번째 맥을 장만하게 만드는 ‘매킨토시 보급의 첨병’ 역할을 하게 될까?

놀라운 크기「단순미」잘 살려내, 메모리 용량엔 아쉬움

이 제품의 패키지는 본체만큼이나 ‘쇼킹’하다. 컴퓨터 한 대를 이 앙증맞게 작은 박스에 담았다니! 내부에는 맥미니 본체와 전원 어댑터, 케이블, DVI to S-SUB 젠더, 사용설명서, 프로그램 CD가 깔끔하게 담겨 있다.

잡스의 호언처럼 맥미니는 표준 규격을 지원하는 키보드와 마우스, 모니터에 연결하면 곧바로 사용 가능하다. 물론 키보드와 마우스는 USB를 지원해야 한다. 물론 본체 뒷면에 있는 USB 포트를 1개 혹은 2개를 낭비(?)해야 한다는 건 상당히 아쉬운 일이지만.

맥미니 본체는 애플이 늘 강조하는 ‘단순미’를 잘 살려냈다. 이 회사는 복잡한 것보다 더 어려운 단순함의 미학을 그려왔다. 류한석 씨의 칼럼에서 밝혔던 것처럼 욕심과 천박함을 억누르고 품위를 잃지 않는 디자인, 이런 애플의 실력은 맥미니에서도 여지없이 발휘된다.

겉면의 재질은 플라스틱. 은회색으로 본체 주위를 둘러싸고 애플이 즐겨 쓰는 흰색을 윗면에 씌워 ‘순결함’을 강조한다. 물론 큼지막한 애플 로고도 잊지 않았다.

본체 앞면에는 슬롯 로딩 방식의 RW콤보 드라이브를 달아서 디자인을 해치지 않는다. 오른쪽 아래에 전원 상태를 알려주는 작은 LED를 달아놓았다.

전원 버튼은 본체 뒷면에 위치하고 있다. 기능 버튼이라고 해봐야 전원뿐이며, 갖가지 포트와 단자 역시 모두 뒷면에 정리해놓았다. 전원 단자와 10/100BASE-T 랜 포트, 56Kbps 모뎀 포트, DVI 포트, USB 2.0 포트 2개, 6핀짜리 IEEE 1394 포트 1개, 35mm짜리 사운드 출력 단자가 자리잡고 있다.

보안 슬롯이라고 불리는 것도 있는데, 이는 노트북의 켄싱턴 락과 같은 것이다. 워낙 작은 제품이다 보니 필요한 기능이 된 것. 그 밖에 내부의 열을 빼내주는 통풍구도 위치하고 있는데, 통풍구는 이 곳 외에 본체 아래쪽 모서리를 타고 쭉 배치되어 있다.

이 잘생긴 제품은 구조상 확장성을 기대하기 어렵다. 다양한 액세서리를 통해 기능 보완을 기대할 수 있겠지만 아직까지 나온 건 얼마 안 된다. 그래픽카드의 출력을 S-비디오와 콤퍼짓 단자로 보내주는 젠더의 경우 TV에 곧바로 연결할 때 유용한 액세서리가 될 것이다. 물론 일부 DTV의 경우 DVI 포트를 직접 지원하는 모델이라면 이런 액세서리도 필요 없겠지만.

앞서 설명한 것처럼 키보드와 마우스는 USB용을 준비해야 한다. 이왕이면 USB 포트를 지원하는 키보드를 골라 본체의 USB 포트에 여유를 주는 게 좋겠다.

본체는 기본적으로 뜯지 않는 게 원칙. 애프터서비스 등에서 불이익을 감수하고 뜯겠다면 본체 밑판의 고무판을 빼낸 뒤 나사를 풀어야 한다. 내부에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것이라고 해봐야 메모리, 2.5인치 하드디스크, 광드라이브의 3가지 정도지만.

단점이라고 말하고 싶지만 거실용이라는 단서를 달면 ‘완제품’에 부품 바꿀 수 없다고 흠잡기도 어색하다. 아무튼 전통적인 PC 사용자 입장에선 불편한 구석인 건 사실이다.

그 밖에 제품 크기가 작아서 발열 걱정을 할 수도 있지만 맥미니는 전원부를 아예 어댑터에 따로 빼놓아서 문제는 없다. 그 탓에 전원 어댑터의 덩치는 조금 크지만.

엔터테인먼트 기능 강조, 매킨토시판 미디어센터?

맥미니의 사양은 크기에 비하면 만족스러운 편이다. 파워PC G4 1.25GHz를 달았으며 메모리는 PC2700 DDR SDRAM 256MB를 꽂았다. 하드디스크는 패럴렐ATA를 지원하는 40GB 모델이고, RW콤보드라이브는 DVD 읽기 8배속, CD-R 24배속을 지원한다. 그 밖에 그래픽카드는 ATi의 레이디언 9200을 달았다.

기본 사양에선 메모리 256MB가 조금 걸린다. 또 맥미니의 케이스를 떼어내는 게 사실상 어렵다는 점을 감안하면 40GB라는 초라한 하드디스크 용량도 아쉬울 것이다.

하지만 뭐니뭐니해도 홈PC용으로 거실에 잘 어울릴 것 같은 이 제품이 5.1채널 광출력을 지원하지 않는다는 점은 아쉬움을 넘어 이해가 잘 안 되는 대목. 이런 점을 뺀다면 용도에 따라 불만은 있겠지만 기본 성능에선 큰 불만은 없다.

짧을수록 더 좋다. 아이맥 G5(1.8GHz 파워PC G5, 512MB DDR SDRAM 400MHz) 맥미니(1.25GHz 파워PC G4, 256MB DDR SDRAM 333MHz)

짧을수록 더 좋다. 아이맥 G5(1.8GHz 파워PC G5, 512MB DDR SDRAM 400MHz) 맥미니(1.25GHz 파워PC G4, 256MB DDR SDRAM 333MHz) e맥(1.25GHz 파워PC G4, 256MB DDR SDRAM, 333MHz)

길수록 더 좋다. 아이맥 G5(엔비디아 GeForce FX5200) e맥 G4 1.25GHz(ATi 레이디언 9200) 맥미니(ATi 레이디언 9200)

맥미니의 성능은 대체로 같은 G4 계열을 쓴 e맥 시리즈와 비슷하다. CPU나 메모리 등 시스템 부하를 요구하는, 특히 포토샵 같은 그래픽 처리에서 맥미니에게 많은 일을 기대하는 건 무리다. 물론 가격대비 성능에선 만족스러울 수 있지만. 아무튼 그래픽이나 동영상 등의 간이 편집에 쓸 요량이라면 메모리 확장이 필요할 듯하다. 512MB만 끼웠어도! 물론 반대로 생각하면 이 작은 컴퓨터가 e맥 수준의 성능을 내는 걸 대견하게 생각하는 것도 좋겠지만.

맥미니가 기존 PC 시장과 겨룰 ‘보급형’의 대표주자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드물어 보인다. 누구 말처럼 매킨토시가 아무리 많이 팔려도 PC를 능가하는 건 사실 불가능한 지경이니.

그래서인지 맥미니의 역할론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다. PC와의 경쟁이 아닌, 아이팟 등의 미디어 기기와 연동을 통해 MS가 노크하고 있는 거실로 나서는 게 아니냐는 것. 구체적으론 미디어센터와의 격돌을 예상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우리는 앞서 맥미니의 성능이나 확장성에 대한 아쉬움을 느꼈지만 복잡한 편집 관련 일이 아니라 가정용 홈 센터 역할을 한다면 얘기가 다를 것이다.

애플은 맥미니에 아이라이프라는 소프트웨어 패키지를 포함했다는 걸 강조했다. 아이라이프에는 DVD 등 동영상을 제작하는 도구인 아이무비와 사진 관린 프로그램인 아이포토, DVD 감상 소프트웨어인 아이디브이디, 가정용 음악 스튜디오 프로그램인 가라지밴드 2, 인터넷 음악 서비스 아이튠즈 4.7이 포함되어 있다.

매킨토시를 통한 영향력 확대가 아닌 아이팟의 센터 역할을 통해 매킨토시 영역으로 영향력 확대를 꾀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다. 음악 콘텐츠 판매로 쏠쏠한 재미를 보고 있는 애플에겐 거실에도 쓸만한 ‘대리점’이 필요할 것이다(외판원 아이팟은 이미 판매왕에 올랐으니!).

맥미니는 그런 역할을 할만한 성능과 크기, 디자인을 지녔다. 이런 쪽에서 본다면 맥미니는 참 매력적인 제품이 될 것이다. 그 밖에 미니 홈 서버로 활용하는 방법도 고려해볼 만하다. 물론 그래픽이나 편집 등 업무용이 대다수인 기존 매킨토시 사용자가 업그레이드용으로 이 제품을 고르는 걸 권하고 싶지는 않다. 이 제품은 거실용이자 엔터테인먼트용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