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GB HDD 내장한 휴대폰「삼성전자 애니콜 SPH-V5400」

일반입력 :2004/12/17 13:54

이석원 기자

휴대폰의 ‘고기능 컨버전스화’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예전에는 PDA에서나 볼 수 있던 갖가지 개인 정보 관리 기능은 기본이고 전자수첩과 E북, 전자사전 등 온갖 재주를 습득하고 있는 것.

하지만 기능이 늘어날수록 저장 공간이 부족해 늘 ‘목마르다’. 그래서인지 요즘엔 이미 기본 사양이 된 카메라와 MP3 재생을 뒷받침할 만한 저장장치도 갈수록 다양해지고 있다. 내장 메모리 외에 RS-MMC나 미니SD 슬롯을 달아놓나 했더니 이젠 1인치짜리 하드디스크를 내장한 제품까지 나왔다. 삼성전자의 애니콜 SPH-V5400이 바로 그 주인공.

이 제품은 기껏해야 70~100MB 가량의 내장 메모리에 허덕이던 휴대폰에 1.5GB 용량의 하드디스크를 담아 눈길을 끈다. 이 정도 용량이라면 사진으로 따져도 수백, 수천 장을 찍을 수 있는 건 물론 MP3 파일 300곡, 동영상 저장 3시간 30분을 채울 수 있다. ‘속이 꽉 찬’ 휴대폰 애니콜 SPH-V5400(이하 SPH-V5400)을 만나본다.

MP3 중점 둔 디자인 ‘투박하지만 고급스러움’, 휴대성은 떨어져

일단 덩치부터 보자면 SPH-V5400은 크기는 작은 편이지만 두께가 상당해서 주머니에 넣고 다니기엔 조금 부담스러워 보인다(너무 걱정하지 마시라. 놀랄 정도는 아니다).

디자인은 조금 투박하지만 고급스러운 느낌을 준다. 색상은 검은색에 은회색을 곁들인 고급스러운 색상을 썼다. 물론 여기엔 조금 부담스러운 두께를 시각적으로 얇게 보여주는 효과도 있는 듯하다. 본체 앞면에는 이 제품의 가장 큰 특징인 ‘1.5GB HDD’가 자랑스러운 듯 쓰여 있고, 주 용도는 MP3 플레이어라는 걸 알려주려는지 재생/멈춤, 앞뒤 선곡, FM 송신 버튼이 자리잡고 있다.

본체 위쪽에는 카메라 렌즈 부위가 보인다. 양쪽에는 조명등 역할을 겸하는 플래시와 마이크(검은색 부위)가 있다. 이 제품의 카메라 기능은 100만 화소 CMOS 센서를 쓴 것으로, 성능은 뒤에서 살펴보기로 한다. 다만 MP3 위주로 설계해서인지 카메라 회전이나 셀프 촬영 등은 고려되어 있지 않다.

MP3 관련 버튼을 본체 앞면에 빼놓은 걸 빼면 다른 버튼은 심플하다. 본체 왼쪽에 볼륨 조절 스위치가, 오른쪽에 카메라 촬영 버튼과 10핀짜리 전용 이어폰 단자가 자리잡고 있을 뿐이니.

그 밖에 본체 좌우 아래쪽에는 스피커가 달려 있다. MP3 기능에 충실한 만큼 듀얼 스피커를 달아 이어폰을 쓰지 않을 때에도 쓸만한 사운드를 만끽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실제로 들어보면 휴대폰 음질치곤 꽤 쓸만하다. 물론 무지향성이 아닌 사운드를 본체 뒤편으로 음악을 ‘쏴주는’ 건 불만일 수도 있지만 어차피 기본은 이어폰을 끼웠을 때를 가정하는 것이니 탓할 문제는 아닐 듯.

액정은 내부와 외부에 하나씩 달았다. 내부 액정은 해상도 240×320을 지원하며 26만 2000컬러를 표현할 수 있다. 외부 액정은 OLED를 달아서 가독성을 더 높였으며 6만 5000컬러에 128×128을 표현할 수 있다. 외부 액정은 MP3 파일을 재생할 때 곡명을 표시해주며, 평소에는 시간과 날짜, 배터리 잔량, 수신 감도 등을 표시한다.

키 패드 구성은 일반 휴대폰과 크게 다를 게 없으나 상하좌우로 버튼을 배치한 네비게이션 버튼 외에 맨 위에 단축 버튼 4개를 추가한 게 눈에 띈다. 단축 버튼은 바로 가기, MP3, E북, 전자사전의 4가지 역할을 맡는다. 단축 버튼은 이 제품이 강조하는 중심 축이 무엇인지 알 수 있는 요소이기도 하다.

외장 하드처럼 파일 옮겨, MP3는 인증해야 가능

SPH-V5400은 1.5GB라는 넉넉한 하드디스크 공간을 배경으로 한 MP3 기능에 초점을 둔 제품으로 보인다. 따라서 다른 제품의 리뷰와는 조금 달리, 이번에는 MP3 기능에 초점을 맞춰 진행할 것이다.

가장 궁금한 건 MP3 기능의 배경 격인 하드디스크일 듯싶다. 이 제품에 쓰인 1인치 하드디스크의 용량은 누차 강조했듯이 1.5GB. 넉넉한 용량은 마음에 드는데 사실 하드디스크의 내구성을 걱정할 듯싶다.

안타깝지만 이 값비싼 샘플을 땅바닥에 떨어뜨릴 자신은 없다. 이론적인 것을 설명하자면 한 하드디스크 업체의 자료에 따르면 1인치 하드디스크와 콤팩트플래시의 강도 차이는 정확히 10배. 콤팩트플래시보다 하드디스크가 10배 정도 약하다(비교 자료의 경우 하드디스크 200g, 콤팩트플래시 2000g). 하긴 반도체와 모터 기반의 제품을 내구성으로 비교한다는 건 무리가 있다.

그렇다고 해서 실제 10배까지 혹은 10배만 차이 난다는 건 아니다. 휴대폰 내장이라면 휴대폰 자체의 무게까지 염두에 둬야 하기 때문. 이론상으론 자유 낙하를 할 때 하드디스크를 포함한 휴대폰의 무게가 하드디스크 무게의 200배라면 ‘그냥 사망’이라는 얘기지만. 아무튼 이론적인 내구성을 떠나 메모리보다 충격에 약하다는 건 염두에 둬야 한다.

MP3 플레이어에서도 요즘 하드디스크 타입이 ‘뜨는 별’이 됐지만 휴대폰은 휴대 빈도나 역할 면에서 훨씬 신경을 써야 한다. 내구성이 더 약한데 하드디스크를 쓰는 이유는 간단하다. 지금이야 같은 가격에서 비교하면 1~2GB 정도에선 1인치 하드디스크와 메모리는 비슷하다.

하지만 업계의 예상에 따르면 4GB를 넘으면 하드디스크 가격이 훨씬 저렴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여기에 재기록 한도 역시 하드디스크는 무한대에 가까운 반면, 플래시 메모리는 10만~30만 번 가량이라면 점도 고려 대상이다. 내구성은 몰라도 용량 대비 가격적인 면에서는 하드디스크를 채택한 휴대폰이 당분간 유리할 것이란 얘기다.

SPH-V5400의 하드디스크는 UMS를 지원한다. USB 케이블만 PC에 끼우면 곧바로 SPH-V5400의 하드디스크를 외장 하드로 인식한다는 얘기다. 휴대폰에서 PC로, PC에서 휴대폰으로 데이터를 옮기기 이렇게 편해졌다니!

PC 하드디스크와 마찬가지로 폴더를 자유롭게 만들 수 있다. 물론 폴더 개념으로 파일을 관리하기 때문에 MP3 등 기본 기능의 경우 폴더명을 바꾸면 안 되지만. 사진이나 동영상 등을 PC로 옮길 때 그냥 외장 하드디스크처럼 손쉽게 옮길 수 있다는 건 상당히 매력적으로 보인다. 그 밖에 하드디스크 외에 내부 메모리 2.8MB가 있지만 외부 메모리 슬롯은 없다.

제품 탓은 아니지만 MP3의 경우 장벽이 하나 있다. MP3 저작권 문제가 그것. 그 탓에 SPH-V5400은 애니콜 MP3 매니저라는 전용 프로그램을 이용해 MP3 파일을 KMP 포맷으로 바꾼 다음 옮겨야 한다. 물론 KMP 포맷으로 바꾼 다음에는 일반 데이터처럼 탐색기에서 파일을 카피할 수 있지만.

파일을 변환할 때에는 한글 16자, 영문 32자 이상은 파일명을 줄여야 하며, 한글과 영문만 인식하니 한자 등은 변환을 해줘야 한다. 또 애니콜 MP3 매니저를 사용하려면 인증 번호를 넣거나 휴대폰을 연결한 상태여야 한다.

하드디스크는 모터를 돌리는 ‘종족’이니 아무래도 배터리 소모 시간이 불안할 것이다. SPH-V5400의 MP3 연속 재생 시간은 표준 배터리를 기준으로 4시간 26분을 기록했다. MP3 파일만 계속 재생한 결과다. 실제 휴대폰을 사용할 때에는 통화, 통화 대기 시간 등을 모두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이 결과만으로 실제 배터리 소모량을 판단할 수는 없다. 참고 자료 정도로 생각하는 게 좋겠지만, 표준 배터리로 MP3 재생과 통화까지 모두 처리하려면 조금 사용 시간이 짧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까 싶다(물론 이 제품은 대용량 배터리를 함께 제공하니 보완은 되겠지만).

MP3 기능으론 이퀄라이저 모드, 재생 속도 조절 등이 있다. 재생 속도 조절의 경우 어학 학습에 도움이 될 것이다. 이들 기본 기능 외에 특별한 기능은 없지만 FM 송신 기능이 눈에 띈다. 이 기능은 FM 라디오를 들을 수 있는 수신 기능이 아니라 송신 기능이다. 자동차 극장에서 음향을 듣는 식 말이다.

SPH-V5400에서 이 기능을 켠 다음, 자동차나 FM 라디오 수신이 가능한 기기에서 주파수를 맞추면 SPH-V5400으로 재생한 MP3 파일을 들을 수 있다는 얘기다. 자동차 운전자에겐 상당히 유용한 기능이다. 사용 방법도 간단해, 주파수 설정만 미리 해놓으면 누구나 손쉽게 사용할 수 있다.

그 밖에 폴더를 덮은 상태에서도 MP3 재생이 가능하며, 본체 앞면에 기능 설정 버튼을 달아놓아서 다루기 편하다.

다른 기능을 살펴보면 카메라 기능의 경우 앞서 설명한 것처럼 렌즈부가 고정되어 있어 셀프 촬영이나 다양한 각도 조절은 힘들다. 최대 해상도는 1152×864이며, 화이트밸런스, 수채화, 회색조, 세피아 등의 효과, 액자 기능, 9장 연속 촬영 기능 등을 지원한다. 품질? 100만 화소에 큰 기대를 하지는 말기를.

SPH-V5400은 이들 기능 외에 음성 메모와 음성 인식 기술을 채택하고 있으며, 전자사전, E북 등 눈에 띄는 부가기능을 담았다. 네모라이즈라는 게임도 담겨 있다.

음성 인식 기능은 ‘화자독립형’ 방식을 채택했다. 인식률은 좋은 편. 네비게이션 버튼에서 음성 인식 기능을 길게 누르면 미리 입력해놓은 전화번호 이름을 음성으로 불러내 전화를 걸 수 있다. 다만 안내멘트 볼륨이 너무 작은 게 아쉽다.

E북의 경우 내장 용량이 넉넉한 만큼 상당히 효용성이 있어 보인다. 물론 가능하다면 MP3 재생 도중 E북을 읽을 수 있다면 더 좋았겠지만. 다만 E북을 로딩하는 시간이 길다는 지적도 있는데, 이 정도면 그렇게 길다고 할 수준은 아닌 듯싶다.

SPH-V5400은 휴대폰과 PC가 지금보다 더 손쉽게 데이터를 주고받을 수 있다(물론 MP3는 저작권 문제 탓에 변환을 거쳐야 하는 게 흠이지만)는 점은 매력적이다. 가격도 고기능 휴대폰의 초기 가격치곤 부담이 덜해서 좋다. 다만 기능이 늘어날수록 휴대성이 떨어지는 문제와 기능에 비례해 늘어나는 로딩시간, 특히 배터리 연속 사용 시간 등에 대한 보완이 이뤄져야 할 것이다.

매력적이다. ‘MP3 300곡을 담을 수 있다’는 멘트 말이다. 이 제품은 이렇게 하드디스크를 내장한 첫 번째 휴대폰이라는 점만 해도 상당한 가치를 지니고 있다. 1인치를 넘어 0.85인치 등 더 작은 하드디스크가 나오고, 플래시 계열 메모리 역시 가격이 계속 떨어지고 있다. 내년에는 기능에 걸맞은 대용량 휴대폰을 자주 접하게 되지 않을까. SPH-V5400은 그런 추세를 상징적으로 반영하는 제품이라고 할 수 있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