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가오는「휴먼로봇」시대

일반입력 :2004/12/07 17:16

유진평 기자

가정마다 아이들 성화에 못이겨 로봇 도우미를 한 명씩 두게 된다. 로봇은 청소는 기본이고 오늘 뉴스와 날씨 등을 영상으로 알려준다. 아침에는 TV에서 녹화해둔 ‘오늘의 요리’를 모니터로 보여준다. 음료 리모컨 서류 등을 갖다 주고 애완동물 밥도 준다.정전됐을 때는 촛불 기능도 한다. 로봇과 대화하며 영어발음도 익힐 수 있다. 숙제하다 모르는 걸 물어보면 바로 무선으로 인터넷을 검색해 답을 찾아 알려준다. 자동차에 함께 타면 운전까지 대신해주고 필요한 서류를 그 자리에서 프린트해 준다. 안방에 놓여 있던 컴퓨터가 팔 다리를 달고 돌아다니는 셈이다.언제 어디서나 이용자 요구에 따라 각종 정보기술(IT) 서비스를 제공할 지능형 서비스 로봇(URC ; Ubiquitous Robotic Companion)이 2010년께 한국에 구현할 생활상이다. ‘부르면 다가와서 서비스를 제공하는 생활 속 로봇’이 곧 우리 곁에 온다.홈로봇 내년 말 가정에 등장초보단계 로봇은 내년에 등장한다. 정보통신부는 2005년에 아파트 400가구와 우체국 200곳에 지능형 서비스 로봇을 설치해 시범서비스할 계획이다. 2006년부터는 이를 상용화할 방침이다.각 로봇에 정보를 담기보다는 아파트 단지에 중앙 서버를 두고 각 가정에 있는 로봇들이 정보를 받아 이용하는 방식을 도입하기로 했다.이 방식이 성공하면 한국은 미국이나 일본에 3~6년 뒤처진 로봇산업을 크게 단축할 수 있다.먼저 아파트 로봇은 홈네트워크 시스템이 갖춰진 가정에서 사람을 식별하고 주인에게 교육 오락 건강체크 등 서비스를 제공한다. 서류를 챙기는 비서 노릇도 한다. 이를 위해 정부와 산업계는 로봇기반 교육, 영상기반 오락 콘텐츠, 홈닥터 콘텐츠도 함께 개발하고 있다.우체국 로봇은 광대역통신망이 갖춰진 우체국 안에서 방문객들에게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고 업무절차와 이용방법을 안내해준다. 다양한 생활정보도 함께 제공한다.이 같은 지능형 로봇 산업은 IT, BT(바이오기술), NT(나노기술)에 버금가는 거대 시장을 형성할 것으로 보인다. 10년 뒤 지능형 로봇시장이 산업용 로봇 시장보다 커지고 20년 뒤에는 자동차 시장보다 커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일본 총무성 자료에 따르면 로봇 시장은 2010년 3조엔, 2025년 8조엔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우리 정보통신부는 2007년 세계 3대 지능형 로봇 생산국가에 진입하고 이 분야 세계시장을 20% 정도 차지한다는 로드맵을 마련했다. 전문대학에 로봇전공을 신설하고 산업현장을 대상으로 재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할 예정이다. URC를 통해 2013년까지 생산 13조원, 수출 200억달러를 달성한다는 목표도 세웠다.누가 더 사람다운 로봇 만드나 경쟁80·90년대 초반 로봇은 주로 용접·조립 등 무인자동화 공장에서 활용됐다. ‘로봇손’이 대표적이었다.하지만 90년대 후반 들어 로봇은 일상으로 들어왔다. 청소로봇 애완로봇 수술로봇 의족로봇 등이 나왔고 마침내 지능형 서비스 로봇 개발경쟁이 시작됐다.한국과학기술원(KAIST)를 비롯해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이 로봇을 개발하고 있다. 이미 20여 벤처기업이 초보적인 엔터테인먼트 로봇과 홈 로봇 등을 출시했다. 삼성과 LG 등 대기업들은 지능형 가전기술과 접목해 사람과 대화하고 가정일을 할 수 있는 첨단 로봇 개발을 시도하고 있다.ETRI 인터넷컴퓨팅연구부가 개발한 지능형 서비스 로봇인 에트로(ETRO)는 책 현수막 벽보 등을 읽을 수 있으며 사용자가 요구하면 이를 소리내어 읽어주기도 한다. 키보드를 연결해 사람이 로봇과 채팅도 하고 교통 날씨 등을 물을 수 있다. 그러면 로봇은 인터넷을 검색해 음성으로 답을 알려준다.지능형 로봇기술은 일본이 단연 앞서 있다. 일본은 96년 두 발로 사뿐사뿐 걷는 로봇 ‘피투’를, 2000년에 ‘아시모’를 내놓아 휴먼로봇 시장을 선도하기 시작했다. 강아지 애완로봇 ‘아이보’는 로봇의 엄청난 시장성을 입증했다.일본과 달리 미국은 우주기술이나 군 관련 산업 쪽에서 로봇기술이 앞서 있다. 우주탐사로봇 해저탐사로봇 전투로봇 등이 발전했다.이들에 비하면 한국 로봇산업은 아직 걸음마 단계다. 국내 로봇산업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로봇 전문업체 중심으로 지원과 육성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있다. 한국공학한림원은 로봇산업이 고성장할 것으로 예상되고 고도 기술이 요구되지만 한국에서는 체계적인 산·학·연 대응이 미흡하다고 분석했다.따라서 정통부 과기부 산자부 국방부 등에서 각각 추진하는 사업을 총괄할 수 있는 조직을 마련하고 로봇관련 핵심 부품·응용 장비업체의 동반 성장을 유도해야 한다는 것이다. 로봇 전문인력이 절대 부족한 점도 시급히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