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훈의 Talk IT] PMP를 통해서 바라본 모바일 디바이스의 진화

전문가 칼럼입력 :2004/12/07 17:49

정훈 (컬럼니스트)

디지털 매니아라면 PMP(Portable Multimedia Player)에 대해서 잘알고 있거나 이미 한두개의 제품을 사용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필자도 최근 며칠동안에 PMP를 하나 구입해보려고 여러 모델을 살펴보았으나, 결국은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어떠어떠한 기능을 제공해야만 PMP라고 정의된 것도 아니고, 현재 시점에서 최고 사양의 PMP 기능을 보더라도 뭔가 한두 가지 정도의 기능이 빠져있는 듯한 아쉬움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미 PDA와 MP3 플레이어를 사용하고 있는데 여기에 PMP까지 추가로 구입을 해야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선뜻 결정이 내려지지 않았다. 차라리 조금만 더 기다렸다가 MP3와 동영상 재생, 그리고 DMB(Digital Multimedia Broadcasting) 수신까지 되는 휴대폰을 구입할까 하는 생각도 든다.

MP3 플레이어, MP3휴대폰, PDA등등을 놓고 볼 때 어떤 것이 ‘좋은’ 휴대용 플레이어라고 결정을 내리기는 어렵다. 좋은 플레이어에 대한 정의는 단순히 기능이나 기술에 의한 비교 보다는 사용자들의 만족감(User Experience)가 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는 것 같다. 휴대폰이나 MP3 플레이어의 경우에도 다양한 기능과 성능, 가격대의 제품들이 출시되고 있지만 베스트셀러나 인기 제품의 공통점은 사용자의 요구를 최대한 만족시켜주는 제품이었던 것 같다.

위의 표를 만들기 위해서 몇몇 온라인 사이트를 검색해본 결과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할 수 있었다. A 온라인 사이트에서는 PMP를 ‘멀티미디어/PMP’ 분류로 구분해놓았고, B 온라인 사이트에서는 ‘MP3’와 같은 분류로, 그리고 또다른 온라인 사이트에서는 디지털 카메라나 휴대용 TV로 분류해놓은 곳도 있었다.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에 있어서는 PMP를 MP3에 동영상 기능이 추가된 정도의 기기로 간주하는 경우가 많았다. 제품의 기능과 성능을 보면, 특히 저가형 제품의 경우에는 차마 눈뜨고 봐주기 어려울 정도의 기능과 성능을 억지로 뭉뚱그려서 합쳐놓은 듯한 조잡한 제품들도 있었다.

‘이것이 PMP다’ 라는 정의가 없기 때문에 귀에 걸면 귀고리, 코에 걸면 코걸이가 될 수도 있다. PMP가 제공하는 공통된 기능은 다음과 같이 정리될 수 있겠다 :

  • MP3 음악 파일 재생
  • 동영상 재생
  • 이미지 뷰어
  • 그리고 또한가지 흥미로운 사실은 용량이 클수록 동영상 인코딩 기능이 없고 재생 전용이며 ‘TV/Video out’ 기능이 제공된다는 점이다. 이것은 바로 디스플레이와 배터리(전원)의 한계를 의미하는 것이 아닐까. 장시간의 동영상 데이터를 인코딩해서 메모리나 HDD와 같은 대용량 저장 매체에 저장하기 위해서는 인코더와 저장 매체를 구동해야 하며 그만큼 많은 전력이 필요하고, 현재 배터리의 용량으로는 그 한계치에 다다른 건 아닌지 모르겠다. 그리고 대용량의 동영상을 장시간동안 제대로 감상하기 위해서는 3인치도 안되는 조그만 화면을 통해서 보는데 한계가 있다는 것을 스스로 반영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겠다.

    다시 한번 생각해보자. MP3 음악을 듣기 위해서 어떤 플레이어를 선택할 것인가? 데스크탑PC? 노트북 PC? MP3 휴대폰? MP3플레이어? PMP? 등등 MP3 음악을 들을 수 있는 휴대용 플레이어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게임 디바이스를 생각해보더라도 기존의 PC 뿐만 아니라 휴대폰, 포터블 게임기, PMP 등 게임을 즐길 수 있는 디바이스들도 여러 가지이다. 앞으로는 음악, 동영상, 게임뿐만 아니라 우리가 원하는 모든 정보를 우리가 원하는 디바이스와 미디어를 통해서 활용하고 즐길 수 있는 시대가 도래하리라고 확신한다.

    MP3와 동영상을 함께 재생해주는 PMP를 볼 때 현재 모습 자체만으로는 그저 매니아 층에서나 즐기는 값비싼 사치품이라고 치부당할 수도 있고, 실제로 그 실효성과 시장성에 대해서 부정적인 전망이 나오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PMP의 기술적 가치를 보면 이제 모바일 디바이스의 데이터 처리 능력이 PC에 버금가고, PC에서만 처리할 수 있던 정보들을 모바일 디바이스를 통해서도 처리할 수 있다는 근거를 제시하는 것이라는데 더 큰 의미를 두고 싶다.

    기술 분야에서 중요한 법칙으로 여기고 있었던 무어의 법칙이라는 것이 있다. 특히 반도체 분야에서 그 성능은 18개월에서 2년 단위로 두배씩 증가하지만 가격은 변하지 않는다는 법칙이다. 그러나 잘 알려지지 않은 ‘메칼프의 법칙’이란 것도 있다. 메칼프의 법칙이란 네트워크의 가치는 사용자 수의 제곱에 비례한다는 법칙이다. 그러나 이러한 이론들이 어떻게 법칙이라고 불리우게 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특히 우리 나라처럼 모바일 기술과 인터넷 기술이 폭발적으로 증가/변화/발전하는 경우에는 제대로 적용되지 않는 것 같다.

    지금까지는 하드웨어 기술에 의해서 모바일 디바이스 발전이 주도되었다면, 앞으로는 소프트웨어와 서비스 컨텐츠에 의해서 주도되고 이렇게 되어야할 것이다. 하드웨어적인 고기능, 소형/경량화도 중요하지만, 결국에는 사용자(정보 소비자)가 원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디바이스만이 시장에서 살아남고 시장을 주도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막연하게 모바일 디바이스의 진화 모습을 상상하는 것보다는, 우리가 어떤 편리한 생활을 영위하고 싶고 어떠한 정보들을 어떻게 활용할 것이지를 고민하고 준비한다면 모바일 디바이스는 자연히 그러한 방향으로 만들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손끝 하나로, 상상하는 대로 이루어지는 세상. 이것은 결코 꿈과 환상이 아니라 우리의 의지와 기술 발전을 통해서 이루어질 것이며, 이러한 변화와 발전에서 모바일 디바이스는 사람과 가장 가까이 위치하는 디바이스로서 그 역할과 기대가 크다고 할 수밖에 없겠다@

    *본 칼럼 내용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