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DA와 휴대폰의 만남!「HP 아이팩 스윙폰 rw6100」

일반입력 :2004/10/01 14:16

이석원 기자

홀로 살아남는 제품은 없다. 요즘 나오는 제품이 여러 기능을 더하기 위해 짝짓기에 열중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스마트폰도 이러한 추세를 따르는 제품 가운데 하나다. 이들이 시도하는 짝짓기 대상은 휴대폰과 무선 랜 그리고 PDA. 그렇다면 스마트폰은 경쟁의 시대에 사는 우리에게 진정 ‘스마트한’ 도구가 될까? 이런 와중에 HP가 스마트폰 시장에 뛰어들었다. 이 제품은 기능 통합이라는 스마트폰의 장점 외에 HP가 이미 보유한 갖가지 기기와의 통합을 통한 시너지 효과를 노려 눈길을 끈다.

SDIO 방식의 SD 슬롯 지원, 활용도 만점

스마트폰은 한마디로 휴대폰과 PDA를 한데 묶은 제품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요즘에는 PDA의 개인 정보 관리 기능을 지원하는 휴대폰도 심심찮게 볼 수 있는데, 스마트폰은 언뜻 보면 이런 휴대폰과 많은 부분이 닮았다. 하지만 스마트폰은 PDA를 기반으로 휴대폰 기능을 넣은 어엿한 컴퓨터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HP가 선보인 아이팩 스윙폰 rw6100(이하 rw6100)은 몇 달 전 LG가 내놓은 SC8000이라는 모델의 ODM 버전이다. HP의 입맛에 맞게 몇몇 부분은 손질을 했지만 뼈대는 SC8000의 그것과 거의 똑같다.

제품을 살펴보면 일단 덩치는 SC8000보다 조금 뚱뚱해진 모양새. 휴대성이 떨어지지 않느냐고 반문할 수도 있겠지만 사실 스마트폰의 특성상 더 작게 만들면 쓰임새가 떨어지니 흠잡을 건 못 된다.

본체는 휴대폰에 많이 쓰이는 은회색이며, 슬라이딩 도어 방식을 채택해 도어를 밀어내면 키 패드를 누를 수 있는 구조. 일단 도어를 열 때 부드러워서 좋다. 사이버뱅크의 POZ X301이 자석을 이용한 슬라이딩 도어 방식을 채택, 도어를 열 때 조금 뻑뻑하다는 느낌을 주는데 비해 rw6100은 스프링을 이용한 것이어서 훨씬 부드럽다.

본체 앞면에는 상하좌우 방향 버튼을 배치하고 단축키 버튼을 가운데에 몰아놓았다. 일반 PDA와 다른 점이라면 통화, 종료 버튼을 앞으로 빼놓았다는 것. 휴대폰 전문 제조사의 제품답게 휴대폰 위주의 설계에 중점을 뒀다는 걸 알 수 있다.

카메라 기능도 지원한다. 이 제품에 쓰인 카메라는 샤프의 110만 화소짜리다. 렌즈를 회전시켜도 플래시가 같은 방향을 향하도록 설계했으며 플래시를 계속 켜놓을 수도 있다. 복잡하게 카메라 메뉴를 선택하지 않아도 본체 왼쪽에 있는 카메라 셔터만 누르면 곧바로 촬영할 수 있으며 최대 해상도는 1136×852를 지원한다. 이 밖에 동영상 저장 기능도 사용할 수 있다. 다만 버튼이 본체 상단에 달려 있어 세로 사진을 찍을 때에는 많이 흔들린다. 가로 방향에선 디지털 카메라와 같은 위치에 있어 좋지만.

rw6100에 쓰인 액정은 26만 컬러를 표현하는 2.8인치짜리. 사이버뱅크의 제품이 3인치를 쓰는 것에 비하면 조금 작은 편이지만 불편할 것도 없다.

플래시 롬은 운영체제 저장에 쓰이는 32MB와 사용자가 프로그램을 저장하는 데 사용하는 98MB로 구성되어 있다. 램 용량은 POZ X301과 마찬가지로 64MB. 외부 메모리 역시 POZ X301과 같은 SD 카드를 지원한다. LG-SC8000의 SD 카드 슬롯은 SDIO를 지원하기 때문에 SD 카드 외에도 MMC를 함께 쓸 수 있을 뿐 아니라 무선 랜이나 내비게이션 등 다양한 SDIO 모듈을 끼워 쓸 수 있다. 그 밖에 이어폰과 본체에 PDA 기능을 쓰다가 곧바로 휴대폰 기능을 쓸 수 있는 버튼을 잘 배치해두는 것도 빼놓지 않았다. 별 것 아니라고 넘길 수 있지만 여러 기능을 더할 때에는 편의성을 항상 염두에 둬야 한다.

무선 랜 지원, 운영체제 장점 못 살려 아쉬워

그렇다면 rw6100과 SC8000의 차이는 뭘까? 일단 CPU 클록을 끌어올렸다. SC8000은 인텔의 PXA260 400MHz를 장착했지만 rw6100은 상위 버전인 PXA270 520MHz를 달았다. 단순하게 클록만 올라간 것이 아니다. PXA270이 코드명 벌버디로 불리던 것으로, 클록 뿐 아니라 저전력 기술을 채택했기 때문.

다음으로 무선 랜(WLAN) 기능 지원을 들 수 있다. SC8000은 CDMA 1X EV-DO 방식만 지원했지만 rw6100은 12Mbps의 속도를 지원하는 IEEE 802.11b 무선 랜 기능도 갖췄다. 물론 실제로 스마트폰을 사용할 때에는 공간 제약이 심한 무선 랜보다는 CDMA 1X EV-DO가 훨씬 유용하다. 하지만 활용도 측면에서 보면 SC8000보다 훨씬 쓰임새가 많다.

당연하지만 디자인도 조금 다르다. 버튼 위치를 조금씩 바꿔 나름대로 시각적인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운영체제의 경우에는 SC8000이 윈도우 모바일 2003을 채택한데 비해 rw6100은 윈도 모바일 2003 세컨드 에디션(SE)을 채택했다는 게 다르다. 별 것 아니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윈도 모바일 2003과 SE의 차이는 크다. 윈도 모바일 2003 SE는 MS가 버튼 위치까지 제한을 뒀던 이전 버전과 달리 하드웨어 제조사가 사양을 자유롭게 정할 수 있다. 또 고해상도와 화면 가로세로 회전 등도 지원한다. 아쉬운 점이라면 rw6100이 이런 운영체제의 장점을 충분히 살리지 못하고 있다는 것. 오히려 기존 윈도 모바일 2003용 소프트웨어와 일부 호환성에 문제가 생기는 등 단점만 고스란히 받은 셈이다.

마지막으로 HP의 이미징 솔루션과의 연계를 통해 시너지 효과를 노리고 있다. 요즘엔 혼자 노는 기기가 없다. HP같은 회사만 해도 자사의 여러 제품을 솔루션화해 자연스레 기기간 시너지 효과를 유도하는 방식을 쓴다. HP가 선택한 연계 수단은 아이팩 U-프린트, HP 모바일 프린팅 등 프린터와의 연계. 이들 서비스를 활용하면 인쇄하고 싶은 그림 파일 등을 멀리 떨어진 곳까지 팩스로 곧바로 보내거나 서울시의 경우 U-프린트 지원 매장에서 원격 인쇄할 수 있다.

프린터와의 연계성을 강조한 건 매력적이지만 프린터와 직접 연결할 경우에는 IrDA 밖에 지원하지 않아 블루투스 생각이 절로 난다. 블루투스의 경우 실제 쓰임새가 큰 건 아니지만 HP 프린터가 함께 지원한다면 상당히 편한 솔루션이 될 것이다. 외부 연결을 위한 다양한 인쇄 방식을 지원한다면 좋겠다는 것.

이런 점을 빼면 rw6100과 SC8000은 다를 게 없다. 장점 뿐 아니라 단점도 그대로 이어받았다는 얘기. 예를 들어 스타일러스 펜을 본체 아래쪽에서 끼우는 방식인 탓에 분실 위험이 있다든지, 스타일러스 펜 자체의 크기가 작아 그립감이 떨어진다는 것 등을 들 수 있다. 다른 건 몰라도 SC8000에서 지적됐던 슬라이드 유격 문제는 해결하는 게 좋았을 듯싶다.

초짜 HP의 스마트폰 시장 데뷔작 ‘쓸만하네’

rw6100은 사양이나 디자인 등 여러 면에서 상당히 매력적으로 보인다. 이미 GSM을 기반으로 한 아이팩 h6315을 선보였던 HP지만 CDMA 휴대폰 관련 시장에선 ‘초짜’다. 하지만 KT를 뒷 배경으로 업고 있고 SC8000 출시 때와는 달리 휴대폰 보조금이 지원된다는 점은 계산기를 두드리는 소비자에겐 플러스 요인이 될 것이다.

물론 스윙폰이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KT가 지원하는 넷스팟에 초점을 맞춘 탓에 아직까지 SK텔레콤 등 다른 곳에서 쓸 수 없다는 한계도 걸린다. 스마트폰이라는 기기 자체가 어차피 휴대폰에서 얻지 못하는 프리미엄 요소를 찾는 ‘특별한’ 사람의 전유물일 수밖에 없다는 게 조금 걸리지만 제품 자체로만 본다면 실보다 득이 더 많은 제품이 아닐까 싶다.

한 마디로 쓸만한 제품이다. 활용도는 물어볼 필요도 없겠지. 손바닥에 쏙 들어가는 이 작은 모바일 장치는 휴대폰, PDA, MP3 플레이어, 디지털 카메라 등의 기능을 한꺼번에 소화하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