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1월에 실시되는 미국 대통령 선거에 사용될 투표결과 집계용 소프트웨어에서 해커가 결과를 조작할 수 있는 결함이 발견됐다고 전자투표기 비판자들이 지난 22일 밝혔다.블랙박스 보팅(Black Box Voting)이라는 웹사이트를 운영하고 있는 전자투표반대 운동가 베브 해리스와 몇몇 컴퓨터 전문가들은 디볼드(Diebold) 선거시스템의 보안장치를 우회해 침투하는 방법에 대한 시연 이벤트를 열었다. 디볼드 소프트웨어는 이번 가을 대선에서 수천만명의 투표 결과를 집계하는데 사용될 애플리케이션으로, 해리스는 컴퓨터 조작에 능숙한 침팬치가 선거결과를 뒤엎는 비디오까지 동원하며 이 프로그램의 보안 결함을 지적했다.이 결함은 각 투표구에서 집계한 투표결과를 합산해 제표하는 윈도우용 소프트웨어인 디볼드의 종합선거관리시스템(GEMS)에서 발견됐다. GEMS는 투표구별 집계결과를 표준 데이터베이스 형식으로 저장하기 때문에 암호없이 MS 액세스에서 간단하게 파일을 열어 결과를 조작할 수 있는 것이다.해리스는 40여명의 기자들로 가득 찬 회견장에서 "이것은 시골뜨기 IT 기술자라도 할 수 있는 아주 쉬운 일"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시큐리티인노베이션의 보안연구 책임자 허버트 톰슨은 GEMS 집계결과를 조작하는 간단한 비주얼 베이직 스크립트를 직접 실행해 보였다.그러나 디볼드의 대변인 데이비드 베어는 이 행사가 ‘마술쇼나 다름없다’며 공식 투표결과에 영향을 줄 수도 있는 이런 방식의 조작을 차단하기 위해 이미 견제와 균형 장치를 설치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번 시연 이벤트는 전자투표 시스템에 완벽하게 접근할 수 있다는 사실을 전제로 하고 있다. 실제 상황에서 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이들이 주장하는 시나리오는 비공식적인 집계에만 영향을 주고 공식적인 집계는 영향을 주지 못하므로 결과적으로 선거결과에 영향을 줄 수 없다"라고 말했다.그러나 해리스를 비롯해 그와 뜻을 같이 하는 사람들은 이와 같은 전자투표기에 대한 비판이 대중의 관심을 불러 일으켜 결국 전통적인 종이 투표 방식으로 돌아가리라고 기대하고 있다. 그의 동조자들 가운데는 세코이아 투표 시스템 소프트웨어에 대한 공격시범을 보였던 개발자이자 전국투표감시프로젝트의 일원인 조안 크라비츠 등이 있다. 현재 11월 대통령 선거까지는 40여일이 남아 있다.지난 22일 크라비츠가 제안한 ‘비상대책’에는 ▶ 연방선출직 선거 모든 투표를 광학스캔이나 펀치카드를 이용한 종이 투표지로 하는 것 ▶ 모든 투표용지를 수작업으로 집계해 공개하는 것 ▶ 투표구별 결과를 GEMS 대신 계산기나 스프레드 쉬트로 집계하는 것 등이 들어 있다.한편 샌프란시스코에 위치한 전자프론티어재단(EFF)은 매니아를 위한 일종의 투표안내서를 22일에는 발표했다. 가장 널리 사용되는 전자투표기 사진이 실린 이 안내서에는 현재까지 전자투표기에서 발생한 문제와 결함이 총망라돼 있다. EFF의 법무담당 변호사 매트 지머만은 "일반 사람들이 전자투표기에 대해 더 정확히 이해할 수록 선거 당일 투표기 사용에 더 잘 대처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