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책에 담을 수 있는 모든 것을 탐하라」

일반입력 :2004/09/30 10:28

위윤희 기자

‘Electronic Papyrus’의 조어로 구성된 ‘에피루스’는 전자책 분야에서 고대 이집트의 의사소통의 수단이었던 파피루스같은 존재가 되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

PC, 전용단말기를 넘어 모바일 환경으로, 오프라인 출판 시장으로 날아갈 채비를 갖춘 전자책 시장에서 에피루스는 이를 실현 가능케 할 ‘날개’ 역할을 톡톡히 해낼 것으로 보인다. 국내 전자책 환경을 단일화하고 전자책 제작부터 유통 및 DRM, 단말기로의 이동성 실현 등 데이터의 입출력 및 운영에 이르는 전체 과정을 아우르고 있는 에피루스 개발팀을 만났다.

에피루스(www.epyurs.com)의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면 국내 전자책 사업의 역사를 볼 수 있다. 에피루스 이전의 국내 전자책은 1999년부터 시작해 80여 개의 업체들이 등장했다가 사라졌고 이런 과정을 통해 전자책 관련 기술과 솔루션도 기업간의 합병과 제휴를 통해 정리됐기 때문이다. 2000년 즈음, 전자책 산업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비교되면서 새로운 디지털 컨텐츠 비즈니스로 주목을 받았지만 국내 전자책 시장은 기대와 달리 그 행보가 다소 느린 편이었다.

에피루스는 북토피아(북토피아는 와이즈북과 ‘와이즈북토피아’로 합병됐다가 다시 사명을 ‘북토피아’로 변경했다) 내에 있던 전자책 솔루션 개발팀이 분사되어 설립된 회사로, 국내 양대 전자책 포맷을 갖고 있던 한국전자책의 개발팀이 그대로 흡수되면서 국내 전자책 포맷과 솔루션이 하나로 정리되는 효과를 가져왔다.

처음에는 모방으로 시작했다

에피루스의 전신 격으로 지금의 전자책 솔루션의 기초를 다졌던 와이즈북은 지난 99년에 벤처붐을 타고 생성된 학생들의 벤처기업이었다. 그 당시 초창기부터 전자책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기술개발본부의 이해성 부사장은 전자책이 내포한 기술적인 문제들을 전혀 알지 못한 채 겁없이(?) 참여했었다고. 이 부사장은 “빠져들수록 생각지도 못한 장애물을 만나게 되는 분야가 바로 전자책과 관련된 기술 분야가 아닌가 생각합니다”며 초창기 좌충우돌 전자책 개발 이야기를 시작했다.

현재 에피루스에서 개발하고 시장에 공급하고 있는 전자책을 구성하는 솔루션들은 크게 전자책 리더(reader), 전자책 퍼블리셔(publisher), 전자책 관리, DRM, 음성인식 등을 위한 인공지능, 그리고 컴퓨터 그래픽스 분야로 나눌 수 있다. 처음에는 앞에서 언급했듯이 당시 와이즈북 개발팀은 전자책을 매우 간단하게 생각했었고, 그래서 마이크로소프트의 ‘리더’ 등과 같은 먼저 나온 제품을 모방하면 될 것 같았다. 하지만 외국 제품은 국내 환경과 맞지 않는 것들이 많았고 매크로미디어의 플래시나 어도비의 PDF 파일을 처리하는 것도 간단한 작업이 아니었다. 선진기술을 간단히 참고하면 될 줄 알았던 전자책 리더는 개발할수록 더 많은 기술이 필요했던 것이다.

자체 기술 자립도 100%

전자책은 디지털 컨텐츠라는 특성 때문에 DRM 기술 개발은 중요한 과제일 수밖에 없었다. 즉, 전자책을 구입한 사람만 그 책을 읽을 수 있다든지 혹은 전자책 안에 포함된 디지털 컨텐츠에 대한 저작권을 증명할 수 있는 기술이 근간을 이뤄야 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DRM 기술 개발에 있어 특히 플래시 등과 같은 직접 만들지 않은 솔루션을 리더 안에서 다루기 위해서 운영체제 커널 부분까지 접근할 수 있어야 하기도 했는데, 그 때 개발팀은 ‘기술을 놓치면 모든 것을 놓친다’는 것을 깨닫고 자체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을 기울였다. 현재의 에피루스는 전자책 관련 솔루션을 개발하는 데 있어 거의 100%에 가까운 기술 자립도를 확보했다. 또한 전자책 솔루션 개발뿐만 아니라 전자책 서비스를 위한 조직적인 구성을 함께 갖추게 되어 디지털 컨텐츠 분야에서도 DRM 적용 모범사례로 꼽히고 있다.

DRM 기술을 기본으로 에피루스 개발팀은 다양한 시도를 통해 전자책에 담을 수 있는 것들을 최대한 수용하고자 한다. 특히 마이크로소프트의 클리어타입(Cleartype)이나 어도비의 쿨타입(Cooltype)과 같이 HCI적 관점에서 폰트 렌더링과 색상보정기술은 컴퓨터 그래픽스, 신호처리 등이 종합돼야 하는 고난위 기술이다. 이와 관련해 에피루스는 자체적으로 와이즈타입(Wisetype)을 개발하고 전자책 리더에는 색상보정기술이 적용되어 책을 읽을 때 실제 종이책을 보는 것과 같이 가독성을 높였다.

한 가지 에피루스가 갖고 있는 흥미로운 기술은 바로 3D 영상을 적용한 전자책이다. 북토피아나 에피루스 사이트에 가면 ‘e북 체험관’에서 만날 수 있는 시험 서비스로 회화 같은 그림 속을 실제 들어간 듯 둘러보거나 자동차의 내부를 직접 들어가 있는 느낌을 전자책 속에서 느낄 수 있게 제작됐다. 하지만 3D 영상에서는 HCI적 관점이 항상 고민되고 연구해야 할 과제로 아직은 PC에서 구현하는 정도의 기술이다. 앞으로 구현 속도나 소재의 제약을 소비자가 만족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연구해야 할 분야라고 할 수 있다.

또 하나의 가능성, 모바일 세상에서

에피루스의 모 회사라 할 수 있는 북토피아의 작년 매출은 55억원으로 관공서 및 도서관을 중심으로 한 B2B 비중이 큰 편이다. 하지만 개발하는 입장에서 고무적인 현상은 작년부터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B2C 매출이 급증하고 있다는 것이다. 에피루스 개발팀에게는 새로운 환경 모바일 세상으로의 도전이 생겼고 PC 환경, 전용단말기 시장뿐만 아니라 휴대폰, PDA, 전자사전, 동영상 단말기, MP3 플레이어 등 어디서나 사용할 수 있는 모바일 기기로의 확장을 위한 솔루션을 거의 개발 완료한 상태이다.

휴대폰을 통한 서비스는 KTF와 연계한 대학도서관 서비스가 구체적으로 진행됐던 프로젝트이다. 학사정보 서비스 내에 포함된 이 서비스는 대학생이 학교의 전자도서관에 휴대폰에서 접속할 수 있도록 서비스해 바로 원하는 책을 다운받는 형식으로 대출받을 수 있다. 물론 대학의 전자도서관은 북토피아의 전자책을 통해 구비된 도서관으로 점차 전자도서관을 구비하는 대학교가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도서관에서 1사람이 책을 다운받으면 DRM 서버에서 자동으로 체크되고 보통 5명이 동시에 한 권의 책을 다운받아 대출할 수 있게 운영될 것으로 보인다. 휴대폰뿐만 아니라 에피루스는 전자책을 넥스트웨이의 MP3 플레이어에서도 유통시킬 수 있게 될 것이라고 한다. 넥스트웨이의 MP3 플레이어에서는 TTS(Talk To Speech) 기술을 도입해 ‘책 읽어주는 MP3 플레이어’로의 변신을 도울 것이라고 한다.

‘내서재’로 오세요

아직 전자책 시장은 확정되고 안정감을 갖기보다는 계속 소비자의 요구를 분석하고 시장을 어떻게 넓혀갈 것인가를 고민해야 할 단계이다. 이런 고민 선상에서 만들어낸 ‘내서재’는 전자책 솔루션 개발의 기술적인 컨셉을 완전히 바꾼 개념이라 말 할 수 있다고 한다. DRM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전자책을 구입하고도 제한적인 몇 개의 환경에서만 읽을 수 있었던 공간적인 제약을 없앨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한 ‘내서재’는 가상의 공간에 구입한 전자책을 관리하면서 필요시에는 로컬 PC로 가져와서 볼 수 있도록 했다.

이 개념은 적용하고 나니 간단한듯하지만 ‘내서재’ 프로젝트가 처음 기획될 당시에 대해 김양욱 대리는 “5일 만에 초안이 나오고 2주 만에 개발됐을 정도로 급히 진행됐던 프로젝트였습니다. 처음에는 남녀노소 모두가 많이 쓰고 책도 사람도 오고가는 서비스를 기획했었는데, 내서재를 위한 추가 아이템이 개발되지 못해 초기에는 범용적이지 못했습니다”며 소감을 말하며 싸이의 미니홈피와 같이 사람들이 전자책을 매개로 소통하는 그림을 그리기도 했었는데 아직도 ‘내서재’ 프로젝트명이 아직도 ‘테스트’일정도로 개념을 잡고도 원활하게 서비스하기까지는 시행착오 과정을 무수히 겪어야 했다고 한다. 지난 4월에 내서재는 버전 2.0으로 업그레이드 됐고 지금은 예스24, 리브로 등의 인터넷 서점에서 구입한 전자책들이 바로 내서재로 들어와 저장되기 때문에 그 효율성이 증가했고 전자책에 관한 한 확실한 서재 역할을 담당할 수 있게 됐다.

한편, 내서재는 전자책 서비스가 PC를 벗어나 다양한 플랫폼으로 날아갈 수 있는 확실한 둥지를 만들어 줄 것으로 기대한다. 이는 에피루스가 지향하는 ‘원 소스 멀티 플랫폼’의 꿈을 실현할 수 있게 해줄 것이라고 한다. PDA도 내서재 이전에는 PDA에서 전자책을 구입하는 것은 아니고 PC에 있는 전자책을 다운받는 정도로 활용했지만 내서재가 본격적으로 적용되는 7월 이후에는 바로 내서재에 접속해 보관된 책을 사용할 수 있다. 이 서비스는 모바일 환경 전반으로 확장될 것이므로 과거에 북토피아 서버 하나만 챙겼지만 다른 서버까지 컨트롤해야 하는 과제를 낳았다. 따라서 개발팀은 이를 위해 내서재 프로그램을 위한 인터페이스를 하나 만들었다. 전자책 사업자들은 데이터베이스를 표준에 의해서 제작해 주면 자동적으로 연동해서 돌아가게 한 것이다.

아카이빙, 본문검색 등으로 강한 전자책이 오고 있다

이번 달 7월에는 더 강해진 전자책 서비스가 오픈될 예정이다. 일반 소비자보다는 출판사들을 대상으로 한 서비스로 전자책 아카이빙 프로젝트이다.

아카이빙이 의미하는 것은 출판사들이 내놓은 전자출판 관리를 북토피아(에피루스) 서버 한 곳에 다 제공하는 서비스를 말한다. 지금까지는 신간이 나오면 출판사마다 각각 자체적으로 CD를 제작해 보관하고 신간이나 기타 책 자료를 보내줄 때는 책을 직접 보내고 있던 것을 한 곳에서 다 보관해 주는 것이다. 출판사마다 서버의 특정 섹터를 지정해 주고 출판사가 원하는 파일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한다. 신간뿐만 아니라 각 출판사들이 각각 보유하고 관리하던 전자책들을 한꺼번에 모을 수 있어 전자책 아카이빙이 구축되는 것이다. 전자책을 모아놓는 것에 그치지 않고 오픈북 기능을 함께 제공함으로써 신간이 나오면 바로 전자책으로 출간될 수 있게 된다.

또한 아카이빙과 함께 강력한 반향을 일으킬 것으로 생각되는 기능은 본문검색이다. XML 기반으로 제작되는 전자책들은 본문검색이 쉽다. 이 서비스는 전자책이 종이 출판문화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에피루스 개발팀은 예측해 본다.

갈수록 쉽지 않은 전자책

아직 전자책 솔루션 개발팀은 모 회사 북토피아 개발팀과 에피루스의 자체 개발팀이 함께 구성되어 진행하고 있으며 에피루스로 개발인력을 통합하고 전자책 솔루션 개발 전문 업체로 당당히 자리매김 해나갈 것이다. 개발팀의 인력에 비해 일의 범위가 계속 확장되어 한 명의 개발자가 하나의 프로젝트를 담당해 진행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팀원 간 일에 대한 의견을 교환하고 함께 문제를 풀어가기 위한 장으로는 매주 월요일 정기적으로 세미나를 갖는다.

최근에 에피루스로 입사해 내서재를 맡게 된 김미순 씨는 “가끔 세미나를 하다보면 또래가 비슷해서인지 흡사 동아리 스터디 모임 분위기가 나요”라고 웃는다. 전자책 솔루션을 개발하는 특성상 팀원들은 누구보다도 책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지만 개발일정에 쫓겨 “책은 안보지만 책 속에 파묻혀 살고 있다”며 바쁜 일정에 대해 김양욱 대리는 돌려서 표현하기도.

전자책 분야에 대해 사용자 입장에서 겉으로 보기에는 별 특별한 기술이 없어 보이지만 실제로는 많은 기술들이 보이지 않는 부분에서 돌아가고 있어 실제로 컴퓨터과학의 거의 모든 분야의 기술들이 활용된다고 이야기해도 큰 과장은 아니라고 강조하는 이해성 부사장은 “일반적으로 회사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 어떤 부분까지 직접 작업하고 나머지는 외주로 돌릴 것인가에 대한 문제는 아주 중요하고도 어렵다.

전자책 기술에서는 특히 이러한 판단이 어려운데, 그 이유는 외주로 돌리자니 너무도 많은 부분이 외부의 기술에 의존할 것 같고 직접 하자니 너무도 다양하고 많은 기술들을 직접 개발해야만 한다는 것 때문이다”고 개발에 있어 어려움을 토로하면서도 현재까지의 개발 방향은 모든 것들을 직접 개발했던 정책은 에피루스의 경쟁력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자부심을 갖고 있는듯 하다.

에피루스 개발팀에게는 아직도 풀지 못한 과제 몇 가지를 안고 있단다. 그 중에서 페이지 분류 기준에 대한 고민은 상당하다. 즉, 책의 본문을 뿌려줄 때 플랫폼 혹은 모니터 사양에 따라 맞춰서 뿌려줄 것인가 혹은 페이지는 고정해놓고 폰트만 조절할 것인가를 놓고 상당한 고민했고 그 결과 지금은 전자를 채택하고 있다. 하지만 이 부분은 더 신중해야 할 부분으로 기술만큼이나 사용자의 정서적인 취향에 많은 영향을 받기 때문에 HCI적인 전문적인 연구가 뒷받침돼야 한다는 것. 그래서 이해성 부사장은 앞으로는 더 많은 노력으로 HCI적 전문 연구가 뒷받침돼야 함을 절실히 느끼고 있다고 덧붙였다.

전자책은 아직 끝나지 않은 산업으로 이제 막 뛸 준비를 갖췄다. 에피루스의 설립으로 국내에서는 어느 정도 기술적인 표준화가 이뤄진 시점에서 이해성 부사장은 개발적인 장애를 극복하는 것은 쉽지만 지금 개발하고 있거나 개발하고자 하는 기술의 방향을 잡고 비즈니스 모델에 대해서는 상당히 고민하게 된다고. 모든 사람이 다양한 컨텐츠를 자연스럽게 전자책으로 만날 수 있는 날에, 전자책을 향한 그들의 고민들은 더 빛을 발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