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로 본능 휴대폰「삼성전자 애니콜 SCH-V500」

일반입력 :2004/09/22 14:20

이석원 기자

요즘은 휴대폰 수를 헤아리기도 벅찰 만큼 참 종류도 많다. 예전에야 가격도 가격이지만 기능성만 염두에 두고 제품을 구입했지만 다채로운 디자인과 온갖 멀티미디어 기능을 양념으로 더한 지금, 선택 기준이 바뀌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일.

아무튼 이렇게 쏟아지는 신형 휴대폰 중에도 시선을 사로잡는 제품은 몇 안 된다. 삼성전자의 애니콜 SCH-V500같은 제품이라면 자격은 충분할 것 같다. 당연히 이제까지는 휴대폰에선 ‘세로 본능’인 줄 알았더니 이 제품은 ‘가로 본능’을 외치고 있으니 말이다. 가뜩이나 화면이 옆으로 길쭉한 와이드가 유행하는 요즘 휴대폰에서 가로 방향, 그것도 와이드로 화면을 즐길 수 있다는 건 정말 매력적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정말 ‘본능’에 맞는 제품인지 한번 확인해볼까?

덩치 크지만 제값 하는 디자인, 키 배열은 아쉬워

물론 SCH-V500이 액정을 가로 방향에 놓고 쓰는 제품은 아니다. 아직 공식 발표된 것은 아니지만 삼성전자의 DMB 지원 휴대폰인 SCH-B100이 그렇고 팬텍앤큐리텔의 P1 같은 모델도 가로 액정을 지원한다. 하지만 P1 같은 제품은 본체 자체를 아예 옆으로 뉘어서 쓰는, 너무 노골적(?)인 가로 액정이다. 디지털 카메라 기능을 지원하는 폰카의 경우 대부분 사진을 찍을 때에는 본체를 가로 방향으로 돌려놓고 쓰니 별로 신기할 게 없다는 얘기다.

이에 비하면 SCH-V500의 가로 액정은 신선해 보인다. 이 제품은 CF 등에서 ‘가로 본능’이라는 특징을 강조하고 있는데, 사실 액정은 가로로 놓는 게 본능인지 모르겠지만 휴대폰 본체는 세로로 놓는 게 편할 뿐 아니라 본능에도 맞다. SCH-V500의 가로 액정이 ‘신선하게’ 느껴지는 건 이런 이유에서다. 본체는 세로 방향에 그래도 두면서 액정만 가로로 바꿀 수 있으니 눈과 손 모두 만족스럽다는 얘기다.

제품을 살펴보자. 일단 덩치가 크다는 게 불만이라면 불만이지만, 사실 와이드 화면 쓰면서 제품 크다고 말하긴 곤란할 듯. 본체의 모든 모서리는 둥글게 곡선으로 처리, 전반적으로 부드럽다는 인상을 준다. 아! 멋진 디자인.

물론 폴더를 닫아놓은 상태로 보면 요즘 나온 메가픽셀 폰카와 크게 다를 바 없다. 본체 윗면에 있는 듀얼 스피커 앞면에 덮개를 덧씌워서 먼지 유입 등을 막았다는 정도가 눈에 들어온다. 물론 그 탓에 처음엔 이게 버튼인줄 알고 누르는 경우도 있지만. 다른 변화도 있다. 외부 액정이 상당히 작아졌다는 것인데, 96×16, 2줄짜리 작은 크기지만 불편하지는 않다.

안테나 감도와 알림, 문자 수신 여부, 진동, 배터리 잔량 등을 표시해줄 뿐 아니라 본체 왼쪽에 있는 방향키를 1초 가량 누르면 시간과 날짜도 알려준다. 또 문자를 수신하게 되면 문자 내용과 보낸 사람도 한 줄로 간단하게 표시해준다.

본체 한 가운데에는 외부 조명등 역할을 겸하는 플래시를 달아놓았고 카메라 렌즈는 앞뒤로 회전시킬 수 있다. 그냥 지나칠 수 있으나 카메라 렌즈와 본체 뒷면이 만나는 부분에 있는 검은 테는 IrDA 적외선 통신 포트다. 옆면을 보면 왼쪽에 음량 조절 버튼이, 오른쪽에는 카메라와 녹음?응답 단축 버튼이 자리잡고 있다. 이어폰 잭 단자는 흔히 쓰이는 둥근 잭이 아니라 네모난 모양새의 10극짜리다. 이어폰을 빼놓아도 단자 덮개가 있어 보기 좋을 뿐 아니라 이물질 유입 등도 막아주는 역할을 한다.

가장 궁금한 건 역시 폴더를 열었을 때다. 폴더를 열고 액정을 옆으로 돌려보면 액정 바로 아래에 ‘Wide View’라는 문구가 눈에 띈다. 액정은 시계 반대 방향으로만 돌릴 수 있다. 그러니 ‘가로 본능’ 느끼겠다고 무턱대고 폴더 열자마자 360°돌려버리면 비싼 휴대폰 제삿날이 되는 수가 있으니 조심할 것. 액정과 본체의 접합부는 튼튼하지만 혹시 모르니 하는 말이다.

액정이 가로 방향으로 바뀐다는 걸 빼면 별로 신기할 건 없지만 눈에 거슬리는 게 하나 보인다. 숫자 패드의 배치가 그것. 보기에는 좋은데 버튼 위아래의 간격이 너무 조밀하게 붙어있고 통화 종료 버튼과 3번 버튼이 붙어있는 것도 부담. 실제로 이 제품을 사용해보면 문자를 입력할 때 한글에서 ‘ㅡ’를 선택하려다 통화 종료 버튼을 눌러 낭패를 보기 십상이다. 이런 점만 빼면 버튼 자체의 크기는 시원시원하게 큰 편이어서 불만은 없다. 버튼 배치는 통화와 문자를 입력할 때 쓰이는 기본 숫자 패드, 상하좌우 방향키와 단축키 역할을 하는 중앙 메뉴 버튼, 메뉴와 확인 등에 쓰이는 버튼으로 나뉜다. 그 중에서 ‘I.Beam’이란 버튼은 SCH-V500을 리모컨 대용으로 사용할 때 쓰이는 단축 버튼이다.

인터페이스 변경, 액정 가로로 ‘꺾으면’ 특정 기능 저절로

전원을 켜면 가로 액정은 훨씬 멋져 보인다. 그도 그럴 것이 SCH-V500의 액정은 해상도 320×240의 QVGA를 지원하는 데다, 선명도가 뛰어나다. 2.2인치에 이르는 널찍한 화면 역시 매력적. 사진이나 동영상을 찍을 때는 물론 각종 서비스로 제공되는 스트리밍 동영상 등을 볼 때 유용할 것이다. 화면을 가로 방향으로 돌리면 저절로 특정 기능이 작동한다. 제품을 처음 구입하고 화면을 돌려보면 카메라 기능이 곧바로 실행될 것이다. 하지만 화면을 돌릴 때마다 카메라가 나오는 것보다는 MP3 등이 덜 부담스러울 듯하다. SCH-V500은 로테이션키라는 기능을 지원, 액정을 가로 방향으로 돌리면 사용자가 지정한 기능을 자동 실행될 수 있다.

사용자 인터페이스 역시 액정만큼이나 눈에 띄는 변화 가운데 하나다. 아이콘을 한 화면에 쭉 배치하는 식이던 기존 인터페이스와 달리 마치 매킨토시의 ‘맥OS Ⅹ’처럼 특정 메뉴를 고르면 해당 아이콘만 확대되면서 보인다. 각 메뉴는 화면 아래쪽에 작은 아이콘과 번호로 표시해놓았다. 이런 인터페이스의 변화는 기존 사용자에겐 눈에 익숙하지 않다는 게 흠이라면 흠일 수 있지만 전반적으론 상당히 만족스럽다. 시각적인 면에선 더욱 그렇다. 사용자 인터페이스에 나오는 메뉴의 폰트는 애니콜체와 손글씨체, 율서체, 미소체의 4가지 가운데 취향에 맞게 바꿀 수 있다. 그 밖에 수신, 발신, 부재중 수신 번호 등의 저장 여유도 이전보다 훨씬 늘어났다.

SCH-V500은 카메라와 MP3 기능을 지원한다. 하지만 아쉽게도 이 제품의 카메라와 MP3 기능은 모두 ‘2% 부족한’ 부분이 있다. 카메라 기능부터 보면 해상도는 176×144에서 1160×864까지이며 측광 방식 3가지, 특수 효과, 촬영 필터, 밝기 조절 9단계, 디지털 줌 등도 지원한다. 화이트밸런스도 자동, 태양광, 흐린날, 백열등, 형광등의 5가지 가운데 고를 수 있다. 일단 찍어놓은 사진을 보기에도 좋다. 찍은 사진을 500%까지 확대해서 볼 수 있고(물론 이렇게까지 심하게 확대할 이유는 없겠지만), 가로 방향으로 액정을 놓고 앨범 슬라이드 기능을 이용해서 사진을 보면 저절로 사진을 넘기면서 볼 수 있어 좋다. 그 밖에 동영상 기능은 320×240으로 240분 가량(제조사 사양) 촬영 가능하다.

기능적인 면을 따지자면 SCH-V500의 카메라 기능은 상당히 강화됐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으나 100만 화소 CMOS 렌즈라는 건 아쉽다. 가격이 저렴한 제품도 아니고, 이렇게 뛰어난 내부 액정을 갖추고 있다면 방금 찍은 따끈따끈한 사진 보기도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기본 요소인 화소가 떨어진다는 건 카메라 기능의 매력을 반감시킨다.

MP3 기능은 듀얼 스피커를 이용해 깨끗한 음질의 음악을 만끽할 수 있으며 SRS WOW나 각종 이퀄라이저 효과, 구간 반복 기능 등을 활용할 수 있어 매력적. 이 제품은 네이트 MP3 플레이어를 이용해 MP3 음악 콘텐츠를 감상할 수 있다. PC용 프로그램에서 먼저 MP3 파일을 DCF 포맷으로 바꿔야 하는 것. 네이트 MP3 플레이어에서 제공하는 어학 콘텐츠 등을 이 제품의 구간 반복 기능에 사용하면 어학 학습용으로도 괜찮을 듯싶다. 기능성을 본다면 SCH-V500의 MP3 지원은 상당히 쓸만하다. 물론 내장 메모리 90MB만 지원할 뿐 외부 메모리 슬롯이 없다는 게 아쉽다면 아쉬운 점. 또 PC 연결에 필요한 데이터 케이블은 함께 제공하지만 각종 드라이버와 프로그램 CD는 직접 찾아야 한다는 게 불편하다.

손바닥에 올려놓은 포르쉐, 화면은 가로인데 메뉴는 세로?

SCH-V500은 가격 부담이 크다는 점만 빼면(사실 이런 제품은 가격 대비 성능으로 고를 대상은 아니다. 그냥 끌리면 사는 프리미엄 급이니) 구입 가치가 충분한 제품이라고 할 수 있다. 가로 액정이라는 확실한 차별화 무기가 있는 데다 디자인 역시 사진으로 보는 것보다 실물이 훨씬 아름답다. 하지만 이 제품이 완벽하게 ‘가로’에 본능을 맡기지는 못한 것 같다.

휴대폰에서 기본 지원하는 Lost Planet2와 Haunted School 같은 3D 게임은 탁 트인 화면에서 즐기기 좋고 카메라 실행 상태에서 가로 세로로 액정 방향을 바꾸면 저절로 화면도 맞춰서 바뀐다. 이에 비해 휴대폰의 기본 메뉴는 가로 방향을 지원하지 않는다. 모든 메뉴와 구성 요소를 가로 방향으로 같이 바꿔줘야 진정한 ‘본능’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 그 밖에 앞서 지적했듯이 어차피 이런 제품은 가격은 포기해야 하는 ‘귀한 몸’이니 외부 메모리와 카메라 화소 등의 사양을 높였으면 하는 바램은 덤.

아무튼 신선한 디자인과 아이디어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SCH-V500은 요즘 휴대폰이 지녀야 할 기본 덕목(?) 격인 ‘뽀대’나는 세련된 제품일 뿐 아니라 동영상과 게임 등을 적어도 휴대폰 화면 수준에선 이보다 더 좋게 즐기기도 어려울 듯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