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M이「생명과학 분야」에서 환영받는 이유

일반입력 :2004/06/02 00:00

Karen Southwick

지난 2000년초 IBM리서치의 경영진 캐롤 코백과 제프 오겐은 IBM이 어떻게 하면 급속도로 성장중인 생명과학 분야에서 더 큰 역할을 할 수 있을지 고민했다. 신기술 담당이사였던 오겐의 말처럼, 당시 IBM의 생명과학에 대한 관심은 순수한 연구 목적이었으며, 이를 이용해 제약회사나 바이오테크 업계에 장비와 서비스를 판매하는 것에는 관심이 없었다.

이후 오겐과 코백은 첫해 1억달러 매출을 올리고 3년째 흑자로 돌아선다는 야심찬 계획을 수립한다. 그리고 이 목표를 이룬 것은 물론, 2년만에 매출액이 5억달러로 늘어났다.

코백은 “향후 3~5년 사이에 의료분야에서 큰 변혁이 일어날 것”이라며 “이는 예측 가능한 IT 분야 중 가장 큰 신규 시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기존의 의료사업부와 통합한 IBM라이프사이언스 사업부는 규모면에서 이미 10억달러를 넘어섰다. 새로운 통합 의료사업부를 이끌게 된 코백은 이제 IBM도 의료분야의 역사적 발전이었던 지난 2000년 6월의 ‘인간 게놈 유전자’ 데이터를 이용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우연찮게도 그와 오겐이 IBM라이프사이언스를 설립한 것도 인간 유전자 분석이 발표되기 불과 두달전인 3월말이었다.

지금까지 IBM라이프사이언스의 역사는 성공적이었으나, 현재는 강력한 경쟁에 직면해 있다. IBM은 연구소의 기술을 제품과 접목하는데 중요한 시기를 놓쳤으며, 썬, HP 등 주요 경쟁사들에게도 뒤져 있다. 또한 지난 수십년간 의료단체들과 돈독한 협력관계를 맺어 온 전문업체들과도 경쟁해야 하는 처지다.

일부 애널리스트들은 소프트웨어 애플리케이션이 중심인 의료산업의 특성상 하드웨어 기반 기술에 강한 IBM의 향후 행보가 순탄치 않을 것으로 전망한다. 가트너의 의료분야 리서치 디렉터인 배리 히브는 “의료분야에 치중할 때 필요한 능력이 무엇인가?” 반문하며 “IBM에게 진정 필요한 것은 커너, 지멘스, 액셀리스 등이 갖고 있는 강력한 애플리케이션 능력이다”라고 말했다.

히브는 IBM의 강점으로 서비스 측면을 꼽았다. 특히 ‘의료시장에 대한 훌륭한 전문가 집단을 제공한’ 핵심 컨설팅 업체인 프라이스하우스쿠퍼스와의 합병은 서비스 분야를 더욱 강화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대에는 미치지 못했다”는 것이 허브의 평가다.

이러한 문제를 제외하면 의료분야의 잠재 성장 가능성을 부인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게놈 시대 이후 보다 효율적인 질병 치료를 위한 유전자 정보 활용방안 연구는 생명과학 업체와 학계 연구 센터에 전혀 새로운 과제를 제시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IT는 필수적이다. 연구진들은 IT를 이용해 기업들이 데이터베이스에 저장한 화학 합성물과 이들이 영향을 줄 수 있는 ‘타겟(유전자 상의 위치)’를 서로 연결한다. 이를 이용해 돌연변이 유전자가 암을 유발하는 과정을 방해하는 잠재적 약물을 찾아내는 식이다. 또한 IT는 정치가, 노동자, 병원, 의사, 소비자 등 모든 사람들에게 최우선 순위로 떠오른 의료 부문에서 비용 대비 효율적인 치료 방안을 찾는데도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소위 ‘정보기반 치료’로, 유전자를 포함한 환자별 개인 프로파일과 치료 데이터를 결합해 개인별 맞춤 치료를 하는 것이다.

IBM은 다른 사업 영역과 마찬가지로 의료분야에 있어서도 애플리케이션 제공 역할은 전문 협력업체에게 위임한다. 대신 IBM은 하드웨어 시스템과 연구개발 능력, 서비스를 결합해 독창적인 의료 패키지를 개발하는데 집중한다.

IBM, 수억달러 투자 ‘막대한 지출’

오겐은 IBM이 2002년까지 다른 기업들과 협력 및 연합관계를 맺는데 1억 5000만~2억달러를 사용했으며, 또한 벤처 자금 1억달러를 첨단 벤처업체에 투자했다고 밝혔다. 예를 들어 샌프란시스코 소재 은행인 뷰릴&코가 운영하는 바이오테크 기금에는 1000만달러를 투자했다.

그러나 막대한 투자에도 불구하고 IBM의 제약 사업은 아직 큰 성공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IBM은 이미 1999년에 인간유전자 분석용 수퍼컴퓨터 ‘블루진(Blue Gene)’을 발표했지만, 그 이후 생명과학 장비 매출은 부진을 면치 못했다.

2002년 말 당시 IBM을 떠나 고성능 컴퓨팅 업체인 터보웍스의 CEO로 변신했던 오겐은 “제약 분야는 썬으로 표준화됐다”며 “계산 생물학 연구 부서를 운영해 온 썬은 생명과학 연구에 쓰이는 대용량 데이터 처리용 고성능 서버 사업을 거의 독식했다”고 말했다. 이를 상황을 반전시키기는 쉽지 않았다. IBM은 소형 바이오테크 업체의 사업을 일부 따내는데 성공했지만, 대형 계약을 따올 필요가 있었다.

상황을 역전시키는 한가지 방법은 새로운 고객을 찾아 나서는 것이었다. 여기에는 메이요 클리닉이나 듀크 대학, 샌프란시스코의 캘리포니아 주립대 등 IT 인프라 업그레이드를 통해 게놈 시대 이후를 주도하고자 하는 대형 의과대학 연구 기관이 포함됐다. IBM은 이들 새 고객을 대상으로 썬이나 다른 경쟁사가 쫓아올 수 없는 막대한 기업 역량을 쏟아 부었다.

특히 메이요는 초기의 중요한 파트너였다. IBM은 메이요와 함께 한 2년 동안 좋은 관계를 수립했다고 메이요 재단 이사회 산하 IT 위원회를 이끄는 내과전문의 니나 슈웽크는 전했다. 두 기업은 미네소타주 로체스터에서 많은 인원을 고용하고 있으며 공동체에도 함께 봉사하고 있다. 슈웽크는 “우리는 두개의 전혀 다른 조직이었다”라며 “이 때문에 최초의 프로젝트는 제한적으로 전자 의학기록에 데이터를 입력하는 방법에 대한 것”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양 조직의 협력은 비영리 의료 단체와 세계 최대 IT 업체 간에 사업협력이 과연 가능한지를 보기 위한 것이었다고 덧붙였다.

최초 프로젝트의 결과가 긍정적으로 나오자 두 조직은 ‘데이터 트러스트’라는 보다 야심한 프로젝트에 도전했다. 이것은 프라이버시 정보를 제외한 환자의 유전 정보를 데이터베이스에 저장하는 것으로, 연구 목적으로 매우 유용한 것이었다. 슈웽크는 “이는 전혀 새로운 연구 분야로 향후 몇년이 소요될 것”이라고 말했다.

IBM의 전략 ‘새로운 고객을 찾아라’

IBM은 UCSF와도 이와 비슷한 3년짜리 프로젝트를 지난 2003년에 시작했다. 이 대학의 임상정보와 연구 결과물을 알츠하이머를 비롯한 신경 질병에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프로젝트로, 관련 연구를 가속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IBM은 차세대 임상 및 유전 정보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있다. 이는 다양한 분야의 과학자가 의사와의 협력을 통해 환자의 질병을 사전에 예측하는 유전적 연결고리를 발견하는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젝트는 의사들이 쉽게 사용할 수 있는 웹기반이여야 한다는 점과 환자 데이터 보안이라는 두 가지 난관에 봉착한 상태다.

IBM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 2월 컨설팅 치료법, 정보 자원, 병원들이 ‘최선의 치료법’을 찾는데 활용할 수 있는 2억 5000만달러 규모의 전용 솔루션 개발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여기에는 듀크 대학과 남 플로리다 대학의 H. 리 모핏 암센터와의 협력관계도 포함돼 있다.

듀크대학에서는 환자 기록이나 실험실 테스트와 같은 임상 데이터를 유전적 연구 결과와 통합해 개인별로 최선의 치료법을 찾는 ‘온디맨드 정보 관리 시스템’ 개발을 맡고, 모핏 암센터는 IBM과 함께 암의 위협을 받고 있는 환자를 찾아 실험적 임상치료를 받도록 하는 연구를 진행한다. 모핏 암센터의 당면 과제는 가장 치명적이고 환자가 많은 폐암이다.

IBM의 고객 기반은 대학 기관에 그치지 않는다. IBM의 오랜 고객 가운데 하나는 노스캐롤라이나 주 샬롯과 윈스턴-살렘에서 8개의 병원을 운영하고 있는 노번트 헬스다. 노번트의 선임 부사장이자 CIO인 토니 쿠리는 “우리의 일상적인 모든 활동에 IBM의 기술을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그는 710만달러 규모의 새로운 메인프레임 3대를 주문했다. 노번트는 IBM의 데스크톱과 서버, 워크스테이션을 사용하고 있으며, 운영체제도 RISC와 AIS, 리눅스를 이용하고 있다. IBM은 현재 이전중인 노번트의 데이터 센터를 지원하기 위해 엔지니어 한명을 상주시키고 있다.

쿠리는 “IBM은 다른 어떤 IT 기업보다도 의료분야를 잘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노번트는 지멘스메디컬솔루션즈로부터 소프트웨어를 공급받고 있는데, IBM은 고객과의 원활한 의사소통을 위해 지멘스에도 인력을 파견했다. 쿠리는 IT에 관한 문제가 있을 때 전화 한통이면 두 기업으로부터 대답을 들을 수 있다고 말했다.

전직 IBM 직원이었던 지멘스의 부사장 욘 지머맨은, 전세계적으로 의료부문에서 지멘스의 가장 큰 협력업체는 IBM이며 그 다음이 HP라고 말했다. IBM과 지멘스는 대부분이 병원인 4000~5000명의 고객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지머맨은 IBM의 웹스피어 애플리케이션 서버 소프트웨어에서 수행되는 지멘스의 HDX 의료 데이터 시스템을 예로 들며 양사의 협력관계를 설명했다. 그는 “이 시스템 개발시 우리는 IBM에게 바라는 역할을 제시하며 공동개발을 했다”라고 말했다. 예를 들면 프라이버시나 HIPPA(Health Insurance Portability and Accountability Act)법에 따른 연방법규를 만족시키기 위한 보안도구 등이다. 지머맨은 IBM이 조심스럽게 ‘일을 꾸미고 있으며’ 지멘스와 같은 협력업체가 실질적인 의료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하도록 한다고 전했다. 대신 IBM은 하드웨어와 플랫폼 소프트웨어 그리고 사업 및 기술 컨설팅에 주력한다는 것이다.

IBM, 다양한 협력업체와의 관계 활용 탁월

IBM의 또다른 생명과학 협력업체가 바로 샌디에고에 위치한 액셀리스이다. 액셀리스는 제약업체가 의약품을 승인받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장기 임상실험을 효율화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 ‘디스커버리 스튜디오’를 갖고 있다.

현재 양사는 이 제품에 대한 공동 마케팅을 진행하고 있다. 디스커버리 스튜디오는 기업 내부의 연구결과를 유전자 데이터와 같은 외부 지식과 연계하는 통합 기술 환경을 만들어 전체 의약품 개발 과정을 지원한다.

액셀리스의 사업개발 수석 이사 스티브 레빈은 “지난 2001년 12월 IBM을 통해서 의약품 개발 지원 솔루션에 대해 처음 들었다”라며 “당시 우리는 성공을 위해 ‘진지하고 장기적인 약속’을 요구했고 코백은 ‘알았다’라고 대답했다”고 말했다. 당시 코백은 유닉스, 윈도우 NT, 리눅스용 e서버와 여기에서 실행할 수 있는 디스커버리 스튜디오를 추천했다.

레빈은 생명과학이라는 특수한 사업 분야는 IBM의 일반적인 기술 구조와 문화적으로 차이가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IBM은 IBM 라이프사이언스를 발족시켜 여기에 관심과 자원을 기울임으로써 이러한 비평을 잠재웠다고 덧붙였다. 레빈은 “당시 IBM은 브랜드화에 주력하는 한편, IBM의 강력한 혁신 문화를 수용할 수 있는 인재들을 채용하기 위해 노력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오래된 관행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100년에 걸친 IBM의 관료주의적 색체는 아직도 때때로 부정적 결과로 귀결된다. 레빈은 “IBM에서 직접 함께 일하는 사람은 10여명에 불과하지만, 가벼운 관계를 유지하는 사람들은 1000명은 될 것”이라며 “업무 중의 일부는 관료주의적 블랙홀에 빠진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 고객들은 IBM이라는 거대한 제국의 자원 하나만으로도 결점을 들추지 않는다. 이러한 IBM의 영향력과 규모는 IBM이 비교적 뒤늦게 생명과학 분야에서 뛰어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지금의 성과를 이룬 주요 원인이다.

시장조사업체 포레스터리서치의 부사장이자 의료분야 애널리스트인 에릭 G 브라운은 “인간 유전자 관련 프로젝트로 정보량이 폭발적으로 늘었다”며, “이제 의료와 기술분야의 휴즈가 겨우 켜졌다”라고 말했다. 그는 “IBM이 생명공학 분야에서 환영받는 이유는, 기초연구에서부터 인도내 서비스 호스팅까지 모든 것을 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기 때문이다”라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