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언의 눈높이 IT] 철새족 누명 벗기

전문가 칼럼입력 :2003/02/23 00:00

김재언 기자

얼마 전 필자는 한 후배의 대기업 입사를 추천해준 적이 있다. 그 후배는 마침 대기업의 해당 부서가 요구하는 조건에 딱 들어맞는 사람이었다. 이력서를 전달해 주고 전화를 통해서 후배의 장단점을 설명해 주었다. 필자도 함께 일해본 적이 있어 아끼는 후배였기에 적극 추천했고, 담당자선에선 잠정적으로 승인된 상태였다.그런데 한 가지 문제가 생겼다. 바로 회사를 1년 단위로 자주 옮긴 사실이 치명적인 단점으로 지적된 것이다. 사실 후배는 잦은 이직에 대해 아주 부정적이었던 사람이다. 사회 생활 초기, 대기업에서 나와 인터넷 기업으로 옮긴 것은 새로운 희망과 포부를 갖고 출발한 것이었다. 불행히도 회사가 본인의 생각과는 다르게 변모하는 것에 실망한 후 이직하게 된 것이다. 그러기를 두 차례, 본의 아니게 반복된 것이다. 그래서 이번에 평생 있을 직장을 염두하던 차에 대기업에 다시 복귀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 것이다.이전 회사에서 이직하게 된 경위를 상세히 듣게 된 대기업 인사 담당자는 필자의 설명을 이해하게 됐고, 다행히 임원 결재까지 이르게 됐다. 그러나 우려했던 대로 임원의 의지는 단호했다. 이직을 자주 하는 사람은 능력에 관계없이 채용할 수 없다는 방침이었다. 인사 담당자가 필자의 설명을 임원에게 전했지만, 이해하지 않더란다. 일언지하에 거절했다고 한다.최근 필자는 회사의 인력을 충원하는 과정에서 많은 사람을 면접하게 되는데, 필자 역시 잦은 이직 경력이 있는 사람에 대해선 경위를 묻는 질문을 하곤 한다. 경영자 입장에선 능력도 중요하지만 직원들의 영속성 역시 중요하기 때문이다. 잦은 이직은 조직을 불안하게 하고 안정적으로 일하는 사람들을 동요시킨다. 특히 그 과정에서 빚어질 수밖에 없는 업무 차질은 클라이언트의 불만의 소지가 되기 때문이다.어떤 사람들은 4, 5개월 단위로 회사를 옮겨 다니는 사람도 있다. 회사에 적응할 만하면 사표를 쓰고, 사람을 알만하면 이별을 하고, 새로운 포부와 조금이라도 높은 연봉, 그리고 새로운 근무 환경을 찾아 철새처럼 이동한다. 새로운 직원이 입사해서 적응하고 회사의 발전에 도움이 되려면 최소한 1년 이상의 시간이 필요하다. 최소 1년은(영업직을 제외하고는) 업무에 적응하고 사람에 적응하고 회사의 비전에 적응해 장기적인 발전의 밑거름이 되기 위한 최소 기간이라는 생각이다. 그래서 이같은 철새족들은 대부분의 회사들이 경계하는 대상이다.그러나 이들의 사연을 들어보면 가히 이해할 만한 경우가 많다. 오히려 순진하고 충성심이 높아서 부득이 철새족이 돼버린 사람이 많다. 회사가 합병 혹은 인수를 당해서 회사 이름이 바뀌기도 하고, 폐업으로 인해 끝까지 남아있다가 사직하게 된 경우가 많다. 산업의 폭풍우 속에 일어난 현상이다. 때론 달콤한 속삭임에 현혹돼 이직하는 경우도 있지만, 그럴 경우에는 회사의 실체를 파악한 후 다시 이직하게 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또한 잦은 임금 체불과 일방적인 감봉으로 생활고에 시달려 이직하는 피치 못할 사연도 많다. 그러나 사회의 눈은 이런 사연을 뒤로한 채 믿지 못할 일꾼으로 낙인을 찍게 된다.아직까지 우리 정서는 잦은 이직에 대해 아주 부정적이다. 따라서 회사를 선택할 때는 단순히 급여나 단기적인 비전만을 갖고 회사를 선택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직장은 평생 다녀야 할 대상이지 일확천금을 노리면서 일시적으로 다닐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회사 역시 단순히 이력서 상에 나타나있는 이직 사실만으로, 곧 이직할 사람이라고 단정하는 편견을 버려야 한다. 산업의 특수성을 좀더 이해하고 개개인의 사연에 귀기울여야 한다. 특히 직원들이 잦은 이직을 할 수밖에 없도록 하는 회사는 단기간의 능력만으로 사람을 채용하고 부풀린 비전과 급여로 스카우트를 하는 것을 자제해야 한다.잦은 이직은 회사 경영에 막대한 손실을 초래할 뿐만 아니라 개인에게는 지울 수 없는 오점을 남기게 된다. 먼저 개인이 이런 현실을 직시하고 현명하게 대처하는 것이 우선시된다. 그래서 필자는 한 가지 제안을 하고 싶다. 이력서를 작성할 때 잦은 이직 경력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직의 사유를 필히 기재하기를 권한다. 실제로 이렇게 이력서를 작성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철새족으로 오해받지 않기 위한 가장 손쉬운 방법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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