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문규의 아이디어 스푼] DVD 직접 만들기「만만치 않네」

전문가 칼럼입력 :2003/02/18 00:00

최문규

미국의 한 TV 광고를 보면 태평양의 어느 섬에서 하객도 없이 결혼식을 올리면서 촬영한 동영상을 바로 편집해서 미국에 있는 부모에게 DVD로 보낸다. 부모가 이 DVD를 거실 TV로 보면서 눈물을 흘리는 장면이 클로즈업된다. 집에서 쉽고 빠르게 DVD를 제작할 수 있다는 이른바 '홈 메이드(Home Made) DVD'에 대한 광고다.‘집에서 굽는’ DVD에 대한 열기는 미국 애플에서 수퍼드라이브(DVD-R)를 장착한 파워맥 G4를 출시하면서 시작됐다. 애플의 신형 아이맥이나 파워북 G4 일부 모델에 수퍼드라이브가 장착돼 있어 iDVD와 iMovie 소프트웨어를 활용하면 캠코더로 촬영한 동영상을 마음대로 편집해 DVD미디어로 굽는 것이 가능해졌기 때문이었다. 이같은 열기는 일본까지 이어져 소니를 중심으로 ‘Home Made DVD’라는 브랜드를 내걸고 바이오 데스크톱 제품군과 일부 노트북에 DVD-R/RW이나 DVD+R/RW등의 드라이브를 장착하기 시작했다. 올해부터 국내 PC제조업체들도 DVD-R 등을 채택한 제품을 출시할 예정으로 이 열기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캠코더로 촬영한 영상은 테이프로 보관하는 것보다 DVD로 보관하는 것이 나은 이유는 같은 디지털 방식이라도 테이프에 보관하는 것이 불편하고 온도 등의 이유로 테이프에 손상이 갈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손쉽게 볼 수 있는’ 접근성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거실에 DVD플레이어가 있다면 쉽게 DVD를 통해서 예전에 촬영해 놓은 것을 찾아볼 수 있으며 보관하기도 편리할 뿐만이 아니라 다양한 편집효과를 가미해 재미있는 장면을 저장해 놓을 수도 있다.그렇다면, 최근 ‘Home Made DVD’를 외치는 많은 제조업체들이 말하는 것처럼 집에서 DVD를 만드는 작업은 얼마나 쉬울까? 필자는 집에서 사용하는 데스크톱PC(펜티엄 4 2.0GHz)에 DVD+R/RW를 장착해 캠코더로 촬영한 동영상 클립들을 DVD타이틀로 제작하는 일에 도전해보기로 했다. 리코의 DVD+R/RW제품과 IEEE1394보드를 데스크톱에 장착하고 MS 무비메이커와 네오DVD라는 프로그램을 설치하는 것으로 준비를 마쳤다. 그런데 큰 기대를 갖고 DVD를 제작하려던 필자는 처음 시작부터 난관에 부딪혔다. 필자의 캠코더는 소니의 IP220K라는 마이크로MV제품인데 이 제품은 미니DV라는 형식을 사용하는 다른 캠코더와 달리 전용 소프트웨어(무비쉐이커)를 사용해야만 캡처와 편집이 가능했기 때문이었다. 필자가 겪은 두번째 난관은 편집시 음성이 제대로 캡처되지 않는 문제였다. 이도 오랜 시행착오 끝에 조절판의 체크버튼 하나를 눌러 해결할 수 있었다. 이어서 필자가 구입한 DVD미디어가 +가 아닌 -를 지원하는 미디어였기 때문에 다시 바꾸기까지 정작 DVD를 굽기 시작하기도 전에 이미 엄청난 시간과 노력을 낭비하고 말았다. 본격적으로 캡처와 편집을 통해서 DV-AVI라는 형식의 파일클립으로 만드는 시간은 거의 반나절이나 걸렸다. 1시간짜리 DVD의 편집 과정을 마치기까지 걸린 시간은 무려 하루. DVD를 굽는 시간도 만만치 않게 걸렸다. 한마디로 쉽지 않은 과정이었다.손쉽게 감동적인 DVD를 거실에서 보기까지 클릭 한번이면 된다는 식의 광고와는 거리가 있어 보였다. 필자가 이 정도인데 컴맹 수준인 대개의 부모들이 만일 DVD를 굽는 작업을 하고 싶어한다면? 생각해볼 것도 없이 불가능할 것이다. 여기서 또하나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가 바로 DVD기록 방식이 통합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DVD+R진영과 DVD-R진영 그리고 DVD-RAM진영으로 나뉘어져 따로 미디어를 생산하고 있어 소비자들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구입부터 DVD에 대한 정보가 그다지 많지 않은 현실임을 고려한다면 집에서 DVD를 손쉽게 구워 부모님에게 보내드린다는 것은 그야말로 먼나라 이야기처럼 들린다.비디오클립들을 하나둘씩 모아서 이를 편집해서 DVD로 볼 수 있다는 점은 분명 매력적이다. 하지만 필자가 경험했듯이 ‘집에서 손쉽게 제작할 수 있는 DVD’라는 개념은 아직 쉽지 않은 ‘전문적’인 작업 영역에 속한다. 향후 DVD의 보급이 늘어나고 집에서 손쉽게 DVD를 편집할 수 있으려면 좀더 기다려야 할 것 같다. @

*본 칼럼 내용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