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같은 가상공간 만든다

일반입력 :2002/11/11 00:00

한배선 기자

또 의류매장에 진열돼 있는 양복 모양과 색깔뿐 아니라 천 질감까지 확인하고 난 뒤 의류를 구매할 수도 있게 된다.그동안 소비자들은 인터넷 쇼핑을 통해 원격지 상품을 구매했으나 상품 질과 상태를 눈 외에는 확인할 수 있는 길이 없었다. 그러나 이제 촉감이나 입맛까지도 느끼게 하는 몰입형 가상공간(Tangible Space) 쇼핑시대를 눈앞에 두고 있다.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은 2011년까지 21세기형 디지털 라이프 시대를 열기 위해 40여 명의 박사급 연구원을 규합해 몰입형 가상공간 구축(Tangible Space Initiative) 프로젝트에 착수했다.이를 위해 KIST 내 정보기술, 영상미디어기술, 로봇기술, 제어기술, CAD-CAM 기술 등 5개 연구팀이 한데 뭉쳤다.이 프로젝트 책임을 맡고 있는 시스템 연구부 박세형 박사는 "현재 부분적인 기술이 세계 각국에서 개발되고 있지만 이처럼 관련 분야가 총동원돼 집중적인 연구에 착수한 것은 한국이 처음"이라며 "21세기 디지털 라이프를 여는데 앞장 서겠다는 각오로 임하고 있다"고 말했다.이 프로젝트는 지난 9월 26일 경주에서 열린 국제가상시스템ㆍ멀티미디어 학술대회 때 발표돼 참석자들에게서 비상한 관심을 불러모았다.KIST가 개발중인 이 기술은 기존 가상현실에 실감성과 현실성을 부여 하는 시도로 여기엔 탠저블 에이전트(Tangible Agent)가 등장한다.이 탠저블 에이전트(TA) 도입이 바로 기존 가상공간과 몰입형 가상공간간 커다란 차이점이다.TA는 시간ㆍ공간적 제약으로 직접 가서 경험할 수 없는 현실세계 영상 시각 촉감 소리 환경 등 다양한 정보를 컴퓨터에 전달해준다.또 사용자가 컴퓨터에 지시한 정보를 현실세계에서 인간 대신 수행하는 기능을 하게 된다.따라서 지금까지 사용자는 컴퓨터 속에 짜인 세계만을 보여주는 가상 현실을 만나는 데 만족했지만 앞으로는 컴퓨터와 대화가 가능한 몰입형 가상공간을 대할 수 있게 된다.몰입형 가상공간은 쇼핑뿐 아니라 몰입형 가상미팅, 몰입형 교육 등에도 활용될 수 있다. 멀리 떨어져 있는 사람들끼리 나누는 대화에서 상대방 눈빛과 감정을 읽어낼 수 있다.또 몰입형 교육에서는 역사의 현장에 앉아 있는 듯한 느낌에서 고적 답사교육을 받을 수 있게 된다. 외국으로 유학간 아들의 잠자리를 서울에 있는 어머니가 돌보는 것도 가능하다.이 같은 디지털 라이프를 구현하는 데 필요한 가장 핵심 기술은 인간과 가상공간의 유기적 연결을 위해 실감성과 인식기능이 부여된 탠저블 인터페이스(TI) 분야와 현실세계에서 인간을 대신해 느끼고 반응할 수 있는 탠저블 에이전트(TA) 기술 분야다.박세형 박사는 몰입형 가상공간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분야의 첨단기술이 필요하기 때문에 일본과 미국 등지에서 가장 앞서 있는 기술을 소화 흡수하고 있다고 말했다.가상공간을 연구하는 프로젝트는 이전까지도 많았지만 이번 연구는 KIST의 많은 연구진이 참여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