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업이 없어 더 진지한「벼룩(프리랜서)의 삶」

일반입력 :2002/11/02 00:00

안윤호 (아마추어 커널 해커)

‘먹이 부족’의 원인은 먹이를 필요로 하는 개체가 너무 많거나 먹이가 감소했거나 아니면 먹이에 대한 접근이 너무 어려운 경우 등이 있겠다. 먹이가 너무 멀리 있거나 포획자가 먹이를 잡을 수단이 없는 경우도 해당된다. 생태학 교과서에 보면 먹이사슬의 그림이 나오고 서로 먹고 먹히는 ‘먹이사슬’이라는 인과의 사슬이 나온다. 그와 함께 먹이와 포식자의 개체수를 표시하는 그림이 나온다. 이 그림은 먹이가 증가하면 포식자가 증가하고, 포식자가 필요 이상으로 많이 증가하면 필요한 먹이 부족으로 포식자가 다시 줄어들고 먹이가 증가하는 모습을 보여준다(먹이인 토끼와 포식자인 코요테의 그래프에서 먹이가 부족해진 코요테는 굶어죽거나 영양 부족으로 인한 다른 사인을 갖는다). 특별한 법칙은 없지만 이러한 그래프의 모양은 대부분 비슷하다. 돌고 도는 것이며 계속 변하는 것이며 끊임없는 것이다. 언제나 되풀이된다. 주역(周易)에 의하면 이 세상에 변하지 않는 것은 ‘항상 변한다’는 사실뿐이라고 한다. 코끼리와 벼룩먹고 먹히는 그래프의 한쪽에서는 더 커다란 변화들이 진행된다. 중단기적으로는 포식의 사이클이 형성되는 와중에 다른 쪽에서는 점진적인 생태계 자체의 변화가 온다. IT 산업의 돌발적 발전 역시 산업계에서는 예측할 수 없었던 변화다. 산업의 주력이 물질의 생산으로부터 지식산업과 문화산업으로 변화는 예견된 것이므로 이전부터 인구통계학적인 뒷받침이 충분한 것이었으나 본격적인 개화는 최근부터 시작됐다. 즉 변화를 피부로 느끼기 시작했다고 볼 수 있다. 지난 번에 소개했던 드러커의 『Managing in the Next Society』 같은 책들은 이러한 사회적 변화를 예견하고 인구통계학적 분석으로 풀어낸 책들이다. 레스터 C. 서로가 저술한 『지식의 지배(원제 : Build ing Wealth)』나 제레미 리프킨의 『소유의 종말(원제 : The Age of Access)』 같은 책도 거시적인 변화의 틀을 설명하고 있다. 이런 유명한 책들과는 달리 변화를 개인적인 관점에서 쓴 『코끼리와 벼룩』이라는 책이 있다(책의 제목이 특이해 보였다). 책의 저자는 경영 컨설턴트인 찰스 핸디며, 자신이 어떤 이유로 대기업이나 대학에 있지 않고 자유로운 개인이 되었는가를 설명한다. 아울러 그와 관련된 개인과 사회의 변화를 적고 있다. 이 책이 다른 경제학 책들과 다른 점은 그의 눈높이에 있다. 다른 책들이 저 높은 곳에서 경제를 조망하고 있다면 이 책의 눈높이와 시점은 사람에 맞추어져 있다. 즉 프리랜서인 자신의 눈높이에서 본 것이다. 이 책에서 말하는 코끼리는 20세기 산업문화의 주체였던 대기업 또는 대조직이며, 벼룩은 저 혼자 힘으로 살아가는 개인을 말한다. 찰스 핸디의 벼룩생활은 스스로의 결심으로 그의 나이가 49세이던 1981년에 시작됐다(찰스 핸디는 다국적 석유 회사 셸의 간부를 거쳐 런던 경영대학원 교수, BBC 방송의 경제 프로그램 ‘투데이’의 진행자와 영국 왕립예술학회 회장을 역임했다. 현대의 경제 현상과 인간성 상실 등의 문제를 쉽고 깊이 있게 전달하는 경제평론가, 사회철학자 그리고 프리랜서 작가가 직업이다. 1994년 ‘올해의 경제평론가상’을 수상한 『텅 빈 레인코트』를 비롯하여 『비이성의 시대』, 『확실성을 넘어서』, 『헝그리 정신』, 『홀로 천천히 자유롭게』 등 세계적으로 수백만 권이 팔렸다). 이 책은 1부에서 유년 시절부터 성장과정, 다국적 기업과 대학을 포함한 자신의 경험담을 적었고 2부에서는 ‘인터넷 시대의 기업 문화-자본주의의 과거, 현재, 미래’라는 제목으로 현대 사회를 분석했다. 자본주의 기업 문화의 위기와 변화의 필요성을 쉬운 용어로 적었으며 지식 사회에서 자본주의에 대해 설명했다. 그 다음 3부에서는 ‘인생 스크립트 새로 쓰기’라는 제목으로 포트폴리오 인생에 대해 조언하고 있다. 저자는 여러 고객이 발주하는 서로 다른 일로 직업을 삼는 포트폴리오 인생, 즉 프리 에이전트의 도래를 확신하며 그에 합당한 인생 스크립트를 자신의 경험을 빌어 설명했다. 이를테면 ‘출근하지 않는 아침의 시작, 포트폴리오 인생의 출발. 스스로 스케줄을 결정하고, 선택하고, 여러 우물을 파라!’ 같은 카피라이트가 등장한다. 출판사의 서평은 이렇게 시작한다. 이 책은 다음과 같은 질문으로 시작한다. 벼룩(프리랜서)과 코끼리(대기업)가 함께 뒤섞여 사는 가운데, 벼룩은 그 숫자가 늘어나고 코끼리는 숫자가 줄어드는 대신 덩치는 더 커질 것으로 보이는 시대, 이런 인터넷 시대에서 일의 세계는 어떤 모습이 될 것인가? 토지나 물건보다는 지식과 노하우에서 가치가 생성되는 이 시대에 자본주의의 미래는 무엇이며 또한 어떻게 바뀔 것인가?...그처럼 이 책이 전하는 메시지는 대단히 시사적이다. 주 5일 근무제와 고용불안이 동시에 논의되고, 안정된 수입과 소속감, 신분 유지는 점점 더 불확실해지는 가운데 여가와 성공이라는 구호를 담은 광고는 생의 윤리를 대체하고 있다. 이러한 리스크 사회에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는 다수의 관심사가 아닐 수 없다. 코끼리에서 벼룩으로저자는 스스로 은퇴하기 2년 전에 프리랜서 생활에 해당하는 ‘포트폴리오 인생’이라는 용어를 만들었다. 20세기말이 되면 포트폴리오 인생이 많아질 것으로 확신하고, 1981년에 실제로 자신도 프리랜서의 길을 가기로 작정한다. 대기업의 보호막을 떠나 스스로의 생명력으로 살아남아야 하는 프리랜서의 길을 가기로 결정한 것이다. 그는 앞으로의 변화를 자신이 직접 실행하고 체험하기로 한 것이라고 한다. 81년의 찰스 핸디는 특별히 금전적으로 여유있는 상황은 아니었으며 포트폴리오 생활을 미리 준비한 것도 아니었다. 저자가 받아온 교육은 우수한 것이기는 했으나 제 2의 인생에 도움을 주는 것은 전혀 아니었다고 한다. 글쓰기와 연설만이 재주였던 저자는 자유로운 삶을 위해 종신 재직이 어느 정도 보장된 생활을 버리고 자유로운 생을 선택했다. 그의 젊은 시절은 코끼리를 위해서 근무했다. 이 과정에서 보아온 코끼리의 문제점들을 나름대로 분석했다. 책의 1부에서는 과거에 자신이 받아 온 교육과 회사 생활이 현대 사회와 맞지 않는다는 점을 적고 있다. 2부에서는 20세기 후반의 자본주의 기업 문화와 고용 문화의 한계와 변화, 그리고 미래의 코끼리(대기업)들이 직면해야 할 도전을 적고 있다. 이전의 대기업은 사람들이 삶에서 바라는 것, 가령 생활의 안정, 평생의 공동체, 승진의 전망, 보람있는 일을 하는 기회를 제공했다. 그러나 지리적 경계선이 무너지고 통신 수단이 발달하고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회사들은 급격한 변모를 겪게 되었다. 전에는 수직과 수평 라인으로 구성된 직위와 지휘 계통으로 이뤄진 위계적 조직의 회사가 대부분이었으나 현재는 바뀌고 있다. 이른바 클로버형 회사라는 형태로 회사 인원의 3분의 1은 핵심 직원, 또 다른 3분의 1은 하청업자, 마지막 3분의 1은 파트타이머와 전문 조언가 등의 비상근 인력으로 구성된 회사가 많아지고 있다고 한다. 회사의 인적 구성이 축소되는 것은 효율적 경영을 위해 다운사이징과 아웃소싱을 행하는 기업이 증가하기 때문이다. 더 적은 인원으로 더 높은 생산량을 낼 수 있다는 사실이 리엔지니어링이나 린(lean) 생산에서 입증되었기 때문에 일정한 인원은 계약직으로 바뀌게 된다. 버추얼 기업이나 프랜차이징을 통한 분산 기업의 형태도 증가하고 있다. 또한 조직과 개인들 사이의 신뢰를 바탕으로 경제 활동을 진행하는 R경제(Relation ships)로 바뀌고 있다고 적었다. 저자는 이러한 자료를 주로 제레미 리프킨의 저서에서 원용했는데 책의 제목은 『소유의 종말』이다. 내용이 방대하기 때문에 필자로서는 이 책의 중요성만을 강조할 수밖에 없다. 아웃소싱의 예로 찰스 핸디가 인용한 예는 나이키와 인그램이다. ‘나이키는 개념을 판매한다’고 리프킨은 지적했다. 나이키에는 공장도 장비도 부동산도 없으며 모든 생산은 아웃소싱된 생산망에서 나온다. ‘사업 파트너’라는 명칭으로 동남아의 저가 생산업체를 지칭한다고 한다. 나이키가 지배하는 것은 상표와 설계도, 그리고 유통에 관한 지적재산권과 정보시스템이다. 앞으로의 기업은 점점 더 이러한 형태로 변하게 된다는 것이다. 물질의 생산보다는 상품의 브랜드 이미지나 컨텐츠가 더 중요해지고 실제로 회사들의 사업영역은 인력 관리와 고객과의 관계 구축이 더 중요한 분야가 되었다. 찰스 핸디는 중대 변화에 직면한 코끼리에 다음과 같은 해결책을 제시했다. 기업의 규모를 계속 키우면서도 소기업적, 개인적 분위기를 간직하고(연방주의), 창조성과 효율성을 잘 종합하고(연금술), 번영을 하면서도 사회적으로 용인받기 위해서 사회적 책무를 다하고, 사주는 물론이고 아이디어의 소유자에게 충분한 보상을 하는 것이다. 저자에 따르면 지식이 바로 생산수단인 지식경제 하에서 아이디어를 제품으로 바꾸는 사람들을 회사나 소유주가 지배할 수 있다는 개념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고 한다. 시간과 기술의 가치가 돈이나 주식보다 중요해지는 시기가 도래했다는 것이다. 자신의 생각이나 노하우가 반드시 회사에 귀속되어야 하는가에 대한 의문이 증가하고 그 기술과 소득으로부터 일정한 소득을 내려는 개인이 증가한다. 현재의 지적 재산권의 정의는 모호하고 불분명할 뿐 아니라 매우 다양하므로 회사의 지배력은 약해진다. 찰스 핸디에 따르면 앞으로 점점 더 많은 프리랜서들이 자신의 지식을 통제하기 위하여 회사를 상대로 수수료를 청구할 것이라고 한다. 벼룩은 노하우의 결과를 파는 것이며 노하우 자체는 벼룩에게 귀속된 것이다. 정의하기 애매한 지적 재산들은 점차 더 벼룩들에게 귀속하게 될 것이고 점점 더 많이 코끼리들에게 임대될 것이다(기존의 직원들은 노하우뿐만 아니라 시간까지도 회사에 팔았다). 결국 코끼리와 벼룩은 공존하게 된다. 이러한 공존은 일종의 생태계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드러커의 견해에 따르면 지식은 세부 전문화하고 이들은 서로 독립적이며 분산되어 있다. 필자는 드러커의 『Managing in the Next Society』에서 지식 근로자에 대해 다룬 적이 있다. 드러커는 지식 자체를 하나의 생산재로 보았다. 자본의 잉여가치 개념은 이제 지식의 잉여가치로 대체될 수 있다. 물론 둘 다 가능하다. 이들은 스스로 재생산되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마르크스의 희망이자 예언이었던 노동자의 생산수단 공유가 예측하지 못한 형태로 구현되었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현상에 대해 관심이 있는 독자들은 이미 베스트셀러인 제레미 리프킨의 『소유의 종말』을 읽어 보기를 권한다. 리프킨의 책은 새로운 산업 형태의 다양한 국면을 조명하고 있다. 앞으로는 물건을 소유하는 것보다 이용하는 것이 더 중요하기 때문에 접속과 접근을 더 중요한 개념으로 보고 있다. 그러니까 제품의 공급에서 서비스로, 소유에서 접속으로 변한다는 것이다. 생산의 효율성이 증가하다 보니 생산 단가가 내려가고 인원을 감축해도 생산성은 더 높아져서 소비를 권장할 수밖에 없게 된 사회·경제적 배경을 설명하고 있다. 이 때 생산은 중요성을 잃고 교육이나 보건의료, 그리고 서비스 업종에서 고용 인구를 어느 정도 흡수하고 부의 재분배가 새롭게 정립되는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생산의 아웃소싱을 위해 리스 산업의 번성을 설명하기도 하고 고객의 시간을 조금이라도 점유하기 위해 벌이는 경쟁의 배경을 설명한다. 문화 산업의 속성이라든가 관계의 상업화에 대한 관측을 제시하기도 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왜 지적 자산이 중요한가는 문맥 속에서 자연스럽게 읽을 수 있다. 중요하지만 뻔하게 보일 수도 있는 결론을 내리기 위해 대부분의 책들은 수백 페이지를 할애한다. 책들의 공통된 내용은 산업의 생태계가 완전히 바뀌고 있다는 사실이 명확하다는 것이다. 산업구조의 기어 변속이 일어나면서 발생하는 일들은 매우 절박하다. 구조 변화의 대상인 근로자는 삶의 구조(먹고사는 일)가 바뀐다. 벼룩이나 개인은 이러한 틈바구니의 희생양이 되기를 원하지 않는다. 먹이 사슬의 변화가 오고 있는 것이다. 프리랜서고대의 전쟁터부터 용병은 존재했다. 용병은 징병제에 의해 만들어진 군대가 아니라 프로 집단으로 계약에 의해 전쟁을 수행했다. 기사나 떠돌이 무사에서부터 용병 집단에 이르기까지 형태 역시 다양했다. 프리랜스(freelance)라는 단어는 소속되지 않은 창잡이라는 뜻으로 고대의 전쟁터에는 자주 등장했다. 프리랜스는 전쟁 중 계약이 이뤄진 군대에 가담해 전투를 수행했으며, 전쟁이 끝나서 할 일이 없어지면 일거리를 찾아 창을 들고 이리저리 다른 전쟁터로 이동했다. 프리랜서는 자신의 능력과 참여했던 전투의 경력을 스스로 인정받아야 했고 몸값은 그에 따라 달라졌다. 또한 전투가 끝나도 자신을 스스로 보호하지 않으면 안되었다. 프리랜스는 몸값도 비싸고 자유롭기는 하였으나 정규군에서 제공하는 보호와 같은 혜택은 없었고, 전투 능력의 유지와 자기 PR도 스스로 할 수밖에 없었다. 일반적으로 용병의 몸값은 매우 비쌌다. 이러한 용병은 고대에는 가장 일반적인 군사조직이었다. 고대의 국가들은 평상시 많은 규모의 정규군을 유지할 필요가 없었다. 정규군의 유지는 전쟁이 없는 수십 년간 필요 없는 지출을 강요당하는 것이었고, 일반 백성들의 생산성을 떨어뜨리는 일이었기 때문에 전쟁이 일어나기 전에 용병을 고용했다. 고대의 로마는 언제나 전쟁이 많은 나라였으므로 용병의 필요를 느끼지 않았으나 다른 나라들은 용병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았다(용병은 약간의 운용 리스크도 있어 용병 대장이었던 오도아케르에 의해 서로마가 멸망하였다). 동양에서는 춘추전국시대에 전쟁이 끊이지 않았으므로 강제 모병을 하였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용병은 과거의 전쟁에는 반드시 필요한 전투의 프로집단이었다. 근대 국가의 형태를 띄면서 군대는 전투 효율보다는 충성심과 규율이 강조되었고 용병은 비교적 소규모 또는 비정규 전쟁에서 볼 수 있게 됐다. 얼마 전부터 특별한 소속사 없이 활동하는 사진기자나 종군기자의 호칭에 프리랜스라는 용어를 붙이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스스로 자신의 활동영역(포트폴리오)을 규정하는 예술가, 기획자, 개발자 앞에도 프리랜스 또는 좀더 의인화된 용어인 프리랜서라는 수식어가 붙고 있다. 프리랜서는 특정 회사에 소속된 인력이 아니므로 스스로 자신의 필요성과 능력을 입증해야 한다. 능력의 검증은 프리랜서의 경력과 실제 성과로 판별되었다. 또 프리랜서 역시 자신을 필요로 하는 요구사항을 미리 파악하고 스스로 준비돼 있어야 한다. 이러한 조건들을 부합시키지 않는다면 프리랜서는 먹고 살기가 힘들어진다. 그러나 프리랜서에게는 자신의 시간에 대한 자유가 있다. 선택의 자유와 준비된 투자에 대한 기대와 보상도 있다. 현재의 경제 환경은 앞서 말한 이유로 프리랜서나 계약직을 만들어 내기 쉬운 입장에 있다. 안정된 고용이나 장래의 보장 같은 것은 회사들 스스로가 지킬 수 없는 약속이 되어 버렸다. 경제 여건이 급변하면서 회사들의 평균 수명이 짧아지고 있으나 지식근로자의 건강과 지적능력은 오래 유지되는 경향이 있으므로 어떠한 형태건 노동의 욕구와 고급 노동력의 수요가 발생한다. IT 산업 역시 뛰어난 개발자들을 필요로 할 것이나 노련하고 많은 수의 유능한 개발자를 회사가 오래 유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으며, 프로젝트에 쫓기는 상황에서 개발자가 자신의 시간을 교육에 재투자하기도 어렵다. 자유인과 회사 소속 사이에서 고민하는 사람은 앞으로도 많을 것이다. 포트폴리오 인생『코끼리와 벼룩』의 3장에서 찰스 핸디는 독립된 첫 해의 크리스마스에 손님이라곤 없이 그들 부부만이 앉아있던 일을 회상하며 글을 시작한다. 이른바 소속감의 상실이 일어난 것이다. 자신의 공동체를 상실한 느낌으로 외톨이가 된 느낌을 적고 있다. 그전까지는 회사나 대학이라는 공동체가 싫어서 벼룩이 되었는데 벼룩이 되고나서는 엄청난 상실감과 사회적 배제에 의한 죽음을 느꼈다는 것이다. 소속감을 잃은 후에는 예상하지 못했던 긴장감을 맛보았다고 한다. 일종의 철학적 긴장감으로 인생의 목표와 전략을 새롭게 정립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 온 것이다. 핸디의 책에서는 목표로서의 열정을 이야기하고 있다. 열정은 믿음을 만들고 삶의 목적을 지탱한다는 것이다. 열정이 없으면 꿈은 그저 부자가 되고 싶다거나 행복해지고 싶은 막연한 희망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그 다음에 프리랜서로서 가치 입증은 과거의 명성이나 경력이 아니라 최근에 한 일과 프로젝트뿐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고 한다. 과거의 일들로부터는 단절이 일어나며 상실감이 온다. 그것도 프리랜서인 자신이 시간을 배정하고 통제하면서 혼자서 많은 일을 처리해야 한다는 것과 누가 봉급을 주지도 않는다는 것을 깨달아 가면서. 찰스 핸디가 초기의 작품을 저술하면서 선택한 길은 ‘남들보다 낫기보다는 남들과는 다르게’라는 화두를 찾았다고 했다. 다양성을 인정하면서 경쟁자들보다 뛰어나기보다는 그들과 다른 길을 선택했다. 개념을 재배치하고 사물을 다른 각도에서 바라보는 공부를 했다고 한다. 그의 경영서적은 다른 서적들이 숫자와 통계로 바꾸어 놓은 사람들의 인정을 다시 따듯한 인정으로 바꾸어 놓았다는 것이다(IMF 당시 『헝그리 정신』이라는 책은 이러한 테마로 어필했다). 결국 벼룩으로서의 찰스 핸디는 코끼리 시절보다 성공적이 되었다. 벼룩을 위하여 찰스 핸디도 인정하듯이 그의 스승은 톨스토이라고 했다. 경영학 컨설턴트로서 인간성에 중심을 둔 그의 견해와 글은 분명히 다른 것이었다. 내용이 새로운 것은 아니지만 인간적 요소에 중점을 둔 그의 경영학론은 참신한 것이고 아직도 많은 독자가 있다. 앞서 장황하게 말한 2장의 요약은 지식사회에서 벼룩이 중요해지고 있다는 견해로서 지금까지 모든 경영학적 관심이 코끼리에 집중된 것과는 차이가 있다. 벼룩의 참여가 중요해지고 있으며 벼룩 역시 좋은 포트폴리오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결론은 『코끼리와 벼룩』만이 아니라 대부분의 경영 컨설턴트가 공통적으로 인정하고 있다. 하지만 벼룩이 자의든 타의든 늘어나게 되기 때문에 경쟁이 심해질 수도 있다. 제 2의 인생이라는 관점과 희소하고 중요한 자원인 인생과 자신의 시간을 구획하고 편집하는 일은 벼룩의 공부와 함께 가장 중요한 고려요소가 될 것이다. 필자는 꽤 오랫동안 벼룩적인 생활(프리랜서와 비상근 기술자문 등)을 했다. 특별한 성공이나 업적, 금전적 보상은 없었지만 나름대로는 만족하고 있다. 자족이라는 표현이 어울릴 것이다. 어쩌면 영양가 있는 코끼리를 아직 만나지 못했기에 그렇지만 보고 배운 것이 많기 때문에 그래도 재미있다. 『코끼리와 벼룩』의 테마를 고르게 된 것은 동생과의 대화에서 나온 것으로, 둘 다 건강한 벼룩과 벼룩의 사회학에 관심이 많고 중요한 테마라는 데는 전적으로 동감이다.만약 경제 환경의 변화로 벼룩이 많이 늘어나더라도 건강하고 생산성 있는 벼룩이 되기를 희망한다. 찰스 핸디의 벼룩론은 변하는 사회에 대한 하나의 대안이다. 우리는 예전에 벤처의 창업과 소호의 창업 열풍을 보았다. 그 역시 대안이었다. 그 당시 배운 것이 있다면 좋은 벤처와 소호가 쉽게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듯 좋은 벼룩도 하루 아침에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진지하게 공부하여 경쟁력을 갖춰야 할 뿐만 아니라 코끼리와도 협력해야 하고 자신의 시간과 공간을 포트폴리오로 관리해야 한다. 그리고 열정도 있어야 한다고 한다. 나름대로 진지하고 어려운 목표다. 벼룩의 삶은 백업이 없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건강한 벼룩을 위하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