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발표된 정보통신부 조사에 따르면, 국내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 가입자 수는 지난 6월 말 기준으로 921만 명에 이르렀다고 한다. 이 같은 수치는 지난 3월말 878만 명보다 43만 명이 늘어난 것으로, 아직도 매 달 평균 15만 명이 늘고 있는 셈이다. 현재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를 꾸려가고 있는 기술로는 ADSL을 비롯해 HomePNA, TLAN, 이더넷 기반 서비스, B-WLL, CATV, 위성을 통한 인터넷 접속 서비스 등 다양하다. 하지만 단시일내 이와 같은 성과를 거둘 수 있었던 동력은 뭐니뭐니해도 그간 모뎀 통신에 질려 있던 사람들에게 너무나 매력적으로 다가온 ADSL이 있었기 때문이다.하지만 많은 이들이 지난해부터 포스트(post) ADSL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국내에서 ADSL은 이미 포화상태로 접어들었으며, 한계를 보이고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물론, 그 한계라는 것은 사용자들 스스로가 느끼는 한계는 분명 아니다. 서비스 업체 입장에서 수익성과 매출을 확보하는데 있어 과거와 같은 재미를 ADSL이 줄 수 없다는 의미일 것이다. LLU 부진으로 G.SHDSL 잠잠이에 VDSL(Very-high-data-rate Digital Subscriber Line)이나 G.SHDSL(G.Symmetric High-speed Digital Subscriber Line) 등 새로운 기술이 물망에 올랐었다. G.SHDSL은 ITU에서 표준(G.991.2)으로 발표했으며, 대칭형 DSL 기술로 1쌍의 구리선에서 192Kbps∼2.312Mbps를 지원해 기존 DSL 버전에 비해 2∼3배 정도 빠르다. G.SHDSL의 가장 큰 특징은 다양한 DSL 기술의 장점을 채택했다는 것이다. 따라서 대역폭/거리 적응성, 스펙트럼 적합성, 장애 복구 기능을 제공해, 다중 음성 전송, 인터넷 액세스, 리모트 LAN 액세스를 위한 비즈니스 애플리케이션에 적합하다. 특히 비교적 단거리로 제한돼 있던 기존 DSL 기술을 개선해 데이터의 장거리 전송이 가능하다. 하지만 G.SHDSL은 기업의 전용회선을 대체하는 것을 목표로 하기 때문에 ADSL의 주류인 가정 대상의 시장과는 다소 다르다. 해외에서는 G.SHDSL과 VDSL이 함께 성장해 가고 있는 것과 달리 국내에서는 G.SHDSL은 다소 뒷전으로 밀린 상황이다. 이는 정보통신부가 시장 활성화 차원에서 지배적 통신업체인 KT의 가입자망을 후발서비스 업체들이 자유롭게 임대해 사용할 수 있도록 한 가입자선로 공동활용제(LLU)가 지지부진하면서 서비스에 대한 매력도가 떨어졌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으로 볼 수 있다. 내년 VDSL 표준 확정 예상이에 따라 대세는 VDSL로 기울어진 상황이다. VDSL은 ADSL이 비대칭 전송만을 지원한 것에 비해 대칭과 비대칭을 모두 수용할 수 있으며, 무엇보다도 FTTH(Fiber To The Home)로 진화하는데 있어 가장 적합한 기술이라는 측면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광 네트워킹은 가입자 가까이 갈수록 속도는 올라가지만 채널 비용이 높아지기 때문에 VDSL과 같이 유사한 기술을 이용하는 것이 비용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VDSL은 xDSL 계열 중 가장 고속의 액세스 속도를 제공한다. 1Km 이내 비대칭 전송 속도로 하향 최대 52Mbps까지 가능하며, 대칭 전송 속도 최대 26Mbps까지 이론상 보장된다. 사용 주파수 대역은 20MHz까지 가능하다. 전송거리는 300m, 0.9km, 1.35km를 지원한다. VDSL은 여러 가지 범위 내에서 적용이 가능한데, 크게 두가지로 나눌 수 있다. 하나는 10Mbps 이상의 가입자 접속과 다른 하나는 건물내나 건물간 전화선을 통한 고속 LAN 연결이다. 하지만 VDSL의 약점 중 하나는 아직 표준이 확정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QAM 방식과 DMT 방식이 ITU-T의 표준으로 채택되기 위해 경쟁하고 있는 가운데 표준은 내년쯤 확정될 것으로 예상된다(표). 하지만 장비 개발 업체들은 각각의 표준별로 적합한 상용 제품들을 이미 내놓은 상황이다. 국내 통신업체들은 VDSL이 거론된 당시만 해도 예상보다 빨리 진행하려는 계획을 세웠었지만, 실제로는 2001년 중반까지는 다소 관망하는 자세로 돌아섰었다. 하지만 정부 차원에서 2005년까지 세계 최고 수준의 정보통신 이용환경을 구축한다는 초고속정보통신망 고도화 기본계획이 수립되면서 분위기는 다소 반전됐다. 정통부는 2005년까지 정부 2조5000억 원, 민간 17조 원 등 약 20조 원의 자금을 투입해 전국 1600만 가구 중 84%인 1350만 가구에 평균 20Mbps급의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내용을 밝힌 바 있다. 현실적으로 지금까지 나온 기술 중에서 평균 20Mbps를 지원할 수 있는 것으로는 VDSL이 가장 유력하다. 올해 초 KT는 자사의 사이버 아파트 구축 프로젝트인 엔토피아의 일환으로 VDSL 장비를 구매했으며, 데이콤도 최근 장비 공급업체를 선정, 본격적인 VDSL 네트워크 구축에 나서고 있다.
서비스 업체들 서서히 VDSL 서비스 시작하나로통신은 실제 구매에 들어가지는 않았지만 장기적인 비전에 VDSL의 수용을 포함시키고 있다. 하나로통신의 현재 가입자 네트워크는 크게 FTTx, HFC, 그리고 무선의 세가지 형태로 이뤄지는데, VOD와 같은 대용량 멀티미디어 서비스 제공을 위해, 각 서비스 네트워크의 대역폭을 확장시키고 나아가 모든 서비스 네트워크가 통합된 FTTH 네트워크를 구성할 계획이다. 먼저, ADSL 서비스를 중심으로 하는 FTTx 네트워크의 경우, 광전송 네트워크 대역폭을 확장하고, 일부 대규모 APT 단지를 중심으로 VDSL을 구축하고 중소형 빌딩을 대상으로 가입자 측까지 직접 광 케이블로 연결되는 PON 네트워크 기반을 조성한다는 전략이다. 현재 VDSL 시스템은 구조에 따라 ATM 기반 VDSL 장비와 IP 기반 VDSL 장비(패킷 스위칭 기반 VDSL 장비)로 나눌 수 있다. 사실 VDSL 기술은 ADSL 기술의 차기 기술로써 구조 자체를 ADSL 시스템의 것을 거의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으로 시작했다. 따라서 VDSL 시스템도 마찬가지로 VDSL 상위 계층에 ATM을 두고 있다. 초기 미국 업체 제품은 모두 ATM 기반의 VDSL 장비로 이런 제품이 일부 미국 내에서 상용화된 상태다.
IP 기반 VDSL로 대세 기울어하지만 이런 흐름과 별도로 ATM 기반 장비의 단점이 노출되면서 ATM 기반이 아닌 IP 기반의 VDSL 장비가 출현하게 됐고, 현재 거의 대부분의 제품들이 IP 기반의 VDSL 장비로 바뀌게 됐다. 즉, 인터넷 서비스는 IP 기반 구조의 VDSL 장비가 가장 유리하기 때문에 ATM 기반 VDSL 구조의 표준화 진행 상황과 상관없이 대부분의 업체에서 VDSL 장비를 IP 기반으로 개발하게 된 것이다. ATM 기반 시스템은 DSLAM 개발업체 및 ATM-PON 개발업체에서 주로 접근하는 장치 구조이며, IP 기반 시스템의 경우 소규모 중소업체에서 개발하는 신규 시스템이 주를 이루고 있다고 한다. 물론 국내에서도 IP 기반 시스템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이들 시스템은 동선기반 EFM(Ethernet in the First Mile)에 적합한 장치형태로, VDSL이 이더넷의 물리적인 전달기술로만 적용될 수 있다. 장비 업체들은 그동안 VDSL의 가능성에 대한 이야기만 무성할 뿐 실제적인 국내 수요가 없어 애태우고 있었다. 그러다 지난해 말부터 적은 물량이긴 하지만 서비스 업체들의 VDSL 서비스가 일단 시작됐다는 것만으로도 숨통이 뜨인다는 반응이다.하지만 내수 물량이 아직은 턱없이 적은 실정이다 보니 일본, 동남아 등 DSL 도입을 막 시작한 해외 시장 공략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VDSL은 여러 면에서 ADSL보다 진보된 기술이긴 하지만 아직도 몇 가지 문제들을 안고 있다. 우선은 여러 형태의 노이즈와 라디오 주파수에 의해 발생하는 간섭 현상 특히, 종단되지 않은 전화잭에 의한 채널특성 변화 등 복잡한 효과를 나타내므로 네트워크 운영이 쉽지 않다는 문제가 있다. 그것 외에도 VDSL 장비 개발 업체들은 VDSL 장비 시장이 케이블 장비와 같이 국산 장비 개발업체들이 몰락했던 과거를 답습하지 않을까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VDSL 장비 가격이 시장이 본격화되기도 전에 폭락을 거듭하고 있다는 점이다.
VDSL은 ADSL에 비해 적은 물량일 수밖에 없는 것을 감안할 때 이에 대한 개선이 나오지 않으면 우려가 현실이 될 가능성이 높다. 한편에서는 VDSL이 과연 ADSL의 다음 기술로 가장 적합한가에 근본적인 의문을 제시하고 나선 업체들도 있다. 밀집주거지역 즉, 아파트와 같은 곳은 MDF로부터 1Km가 넘는 곳이 많기 때문에 VDSL이 최선이 아닐 수 있다는 것이다. 패러다인은 포스트 ADSL인 VDSL을 겨냥한 기술로 이더룹(EtherLoop)을 선보이고 있다. 특히 내년에 100Mbps를 지원하는 이더룹 2가 나오면 본격적으로 시장 확대에 나선다는 전략이다. 이더룹은 이더넷에 기반을 두고 있는 기술로 기존의 전화 회선을 통해 2Km 거리 지원에 20Mbps 속도를, 3Km에 10Mbps 기술을 보장할 수 있는 기술이다. PON도 마지막 액세스 기술의 종착지점으로 꼽히고 있다. 전화선 액세스 네트워크로 수용할 수 있는 대역폭은 이미 VDSL 기술로서 한계점에 다다랐고, 동축 가입자 액세스 네트워크의 경우 마찬가지로 고질적인 셀(Cell) 분할 문제 등의 근본적인 한계점이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삼보정보통신 마케팅팀의 이재영 주임은 “광 분배망을 수동소자만으로 구성하고, 트리(Tree) 형태의 PON 구조를 채용함으로써 전체적인 광 선로의 길이를 줄여, 신뢰성이 높고 저렴한 액세스 망을 구축하는 것이 수년 이내에 부상할, 가입자 망에서의 가장 큰 이슈가 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대역폭 십분 활용할 새로운 컨텐츠 개발 시급지금껏 살펴본 바도 그렇지만 포스트 ADSL에 대한 논의는 초기에는 다분히 기술 그 자체에 집중되는 양상이었다. 즉, ADSL보다 빠르고, ADSL보다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기술이 과연 무엇인가가 관건이었다. 이에 대한 해답으로 대부분의 사람들이 의심할 여지없이 VDSL을 꼽았다.
하지만 최근에는 포스트 ADSL에 대한 논의가 다소 새로운 측면으로 발전하고 있다. 즉, 속도가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ADSL을 단순 인터넷 접속을 위한 용도로 사용했던 것에서 벗어나 보다 다양한 컨텐츠를 통해 수익을 올릴 수 있는 방안이 무엇인가 하는 것이다. 여기에서도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ADSL로만 충분하다는 의견과 VDSL와 같은 새로운 기술이 필요하다는 것이 그것이다. VDSL을 선택하는 것을 서비스 업체들이 주저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도 기술적인 완성도 측면보다는 과연 VDSL의 속도를 십분 활용할 만한 컨텐츠 개발이 이뤄질 것인가 하는 점이었다. 최근 VDSL을 이용한 시범 VOD 서비스들이 늘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VDSL은 고유의 제공 서비스가 부족하다는 평가다. 특히나 VOD와 같은 영상 서비스를 이야기하고 있지만 ADSL로도 충분하다는 의견도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 하나로통신이 ADSL을 통한 VOD 시범 서비스에 들어가 눈길을 끌고 있다. 하나로통신은 서울, 경기지역 200여 가입자를 대상으로 ADSL 초고속 인터넷 기반의 ‘TV VOD 시범서비스’를 본격 제공하고 있다. TV VOD 서비스는 하나로통신의 초고속 인터넷 백본 네트워크에 VOD 서버를 설치하고, ADSL이 설치된 가정의 TV에 셋톱박스를 연결해 다양한 종류의 컨텐츠를 비디오급 이상의 우수한 화질로 즐길 수 있게 해주는 서비스다.하나로통신은 8Mbps ADSL 프로보다는 2Mbps 속도의 ADSL 라이트 서비스 가입자가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고 한다. 하나로통신 관계자는 “시장의 수요를 부추기는 것은 한계가 있다. 시범 서비스 하면서 시장 조사도 하고, 조사 결과를 보고 상용 서비스를 계획하고 있다”고 한다. 향후 포스트 ADSL의 최대 경쟁자는 디지털 케이블 TV 서비스가 될 것이다. 디지털 케이블 TV 서비스는 기존 아날로그 기반의 케이블 TV 네트워크를 디지털 기반 네트워크로 전환, 고품질의 방송 서비스를 제공함은 물론, 초고속인터넷 서비스, VoIP, VOD, 홈쇼핑 등 다양한 양방향 부가 서비스 이용도 가능한 서비스이기 때문이다. 이제 포스트 ADSL에 대한 논의는 점차 기술의 문제를 떠나 사용자들의 소비 형태와, 수익성 그리고 적합한 컨텐츠의 확보로 옮겨갈 것으로 전망된다.참고 자료_ TTA 저널 80호 VDSL / DSL 포럼 2001 세미나 자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