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여름 우리나라에서도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AI(Artificial Intelligence, 인공지능)란 영화가 상영된 바 있다. 이 영화는 AI란 소프트웨어를 두뇌로 하는 인간과 같은 로봇 소년에 관한 이야기다. AI는 단순 반복적인 프로그램 수행을 하는 오늘의 소프트웨어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스스로 생각하고 배우는 소프트웨어를 말한다. 스필버그 감독의 히트작이었던 ET(Extra-Terrestrial)에 나오는 외계인의 이야기만큼 이러한 로봇 소년에 대한 얘기도 현실과 동떨어져 있는 환상에 가깝다. 인간 두뇌를 재창조하기에는 아직 지적 능력이나 감성적 측면에서 요원한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오늘의 AI 수준은 의사결정을 내리는 소프트웨어의 형태로 인간이 할 수 있는 일부분들을 재창조해내면서 부분적으로 존재하고 있다. 이렇게 가면 AI는 수십 년 내에 현실로 다가올 것으로 보인다.인공지능이란 말은 인간 지능(Human Intelligence)에 상대되는 말이다. 인공지능은 인간의 지능과 같은 능력을 갖는 기계를 인공적으로 만들어 내고자 하는 것이다. 인간의 지능은 여러 면에서 인공지능의 모델이 되고 있다. 인간 지능은 문제 해결 능력(Problem Solving), 학습 능력(Learning), 기억력(Memory) 등 크게 세 가지로 구분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인간의 두뇌는 수백억 개의 뇌세포로 구성돼 있는데, 보고 듣고 배운 지식이 여기에 잘 수록되고 나중에 새로운 문제 해결시 활용된다. 인간은 어머니 뱃속에서 나올 때 소위 추론 엔진(Cognitive Mechanism)이라는 것을 가지고 태어난다. 이때 갓난아기의 메모리는 거의 백지에 가까운 상태(Empty State)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아기가 가지고 태어난 추론 엔진은 주위 인간이나 환경과의 작용을 통해 끊임없이 배우며 살게 된다. 이러한 기막힌(?) 능력을 갖는 추론 엔진의 정체를 밝히는 연구가 오늘의 인지 심리학(Cognitive Psychology)의 주된 테마이다. 인간 지능은 여러 면에서 인공 지능 컴퓨터보다 뛰어나다. 그렇다고 인간 지능이 모든 면에서 완벽한 것은 아니다. 인간 지능에도 몇 가지 결점이 있다. 인간은 컴퓨터보다 계산 속도가 느리고 틀리기도 하고 잊어버리기도 한다. 하지만 컴퓨터는 인간보다 백만 배 빠른데다가 틀리지도 않으며, 한 번 기억하면 잊어버리지 않는다. 그래서 인간의 지능이 인공지능보다 모든 면에서 낫다고 할 수는 없다. 또한 인간이 인간보다 나은 추론 기능을 갖는 기계를 만들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건 조금 부정확한 표현이지만 가령 IQ가 200을 크게 넘지 못하는 인간이 IQ가 200을 훨씬 넘는 자기보다 뛰어난 로봇을 만들 수 있을까? 태양계같은 항성이 수없이 많은 광활한 우주 어디엔가 인간보다 뛰어난 생물체가 존재한다면 그들은 좀더 영리한 로봇을 만들 수도 있지 않을까?인공지능은 현재 전자 컴퓨터(Electronic Computer)의 태생적 한계를 지니고 있다. 하나하나의 정보를 수많은 전자회로의 ON/OFF 스위치의 결합으로 소위 0, 1에 대응한 BIT(Binary Digit)로 밖에 표현할 수 없어 문자적 정보는 정확하게 표현할 수 있으나 이미지나 소리 등의 비문자적(Non-symbolic) 정보는 표현하는 데 많은 어려움이 따른다. 예를 들어 우리 인간은 바둑판에서 흑백의 돌이 어울려 같은 모양을 하고 있는 패턴을 거의 직관적으로 알아보지만 컴퓨터는 돌들이 위치한 좌표 상에서 여러 흑백의 돌들이 과연 같은 모양을 하고 있는지를 일일이 계산해 보지 않고는 알 수가 없어 돌의 개수가 많아지면 컴퓨터가 계산하는 시간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오늘의 컴퓨터는 이러한 결함을 내재한 지식 표현 방식(Knowledge Representation Formalism)에 의해서 표현되는 지식을 가지고 여러 추론(Reasoning) 작용을 하게 되므로 추론 엔진 또한 근원적인 한계를 지니고 있다. 그러나 오늘날 실리콘 칩을 기반으로 한 전자 컴퓨터의 한계를 극복하려는 노력은 끊임없이 이뤄지고 있어 이의 해결이 불가능한 것으로만 보이지는 않는다. 앞으로 20∼30년 내에 양자 컴퓨터(Quantum Computer) 등의 출현이 예측되고 있다. 이는 0 아니면 1이라는 불연속적인(Discrete) 정수로 정보를 표현하는 전자적 컴퓨터와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양자 컴퓨터는 양자 간의 상호 위치에 따라 연속되는(Continuous) 모든 수를 다 표현할 수 있으므로 실리콘 컴퓨터가 갖는 근본적 한계를 뛰어 넘어 자연과 인간 세계의 모든 정보를 정확하게 표현해낼 수 있는 완벽한 컴퓨터로 기대된다. 이는 인류가 만들어낼 수 있는 최고의 기계가 될 수 있다.인공지능의 화신이 바로 로봇이다. 미국 MIT 대학의 AI 연구실에서는 Cog라 불리우는 인간 모양의 로봇(Humanoid Robot)을 연구하고 있다. 아직 초기 단계이기는 하지만 이러한 인공 지능 로봇은 보고 듣고 말하고 움직이는 등의 행동 뿐만 아니라 생각하고 배우고 문제를 해결하는 등의 지적 능력을 추가한 로봇을 목표로 한다. 산업용 로봇이 발전한 일본에서도 지난 11월 혼다에서 가장 진보된 휴머노이드 로봇의 하나인 아시모(Asimo)를 공개했다. 지난해 아이보(Aibo)라는 말하는 애완용 로봇을 출시했던 소니 또한 올해 내로 23인치 크기로 아시모의 1/3만한 SDR 시리즈 휴머노이드 로봇을 출시할 예정으로 있다. 이런 연구가 계속되면 가정에서 주어진 시간에 요리, 청소 등 집안 일을 도와주는 가정 주부 로봇, 외롭고 병든 노인들을 보호해주고 간호원 노릇을 해주는 로봇 등 생활 도우미 로봇들이 등장하게 될 것이다. 로봇은 또한 어린이들과 대화하며 놀아주는 꿈같은 친구가 될 수 있다. 물론 로봇은 나쁘게 악용될 수 있고 전쟁에 동원될 수도 있다. 그러나 로봇은 우리의 일상 생활에서 인류를 일에서 해방해 주는 인류의 동반자 노릇을 하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미국 MIT의 저명한 로드니 브룩스(Rodney Brooks) 교수나 카네기 멜론 대학의 한스 모라벡(Hans Moravec) 박사는 앞으로 40년 내에 인간에 버금가는 로봇이 출현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KAIST, 서울대 등 학계나 KIST 등의 연구소, 그리고 일부 기업에서도 인공지능과 로봇을 연구 개발하는 열기는 지속되고 있다. 이렇게 AI를 창조하려는 우리의 열정이 지속되는 한 - 꿈은 이루어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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