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스템 엔지니어에 대한 진실 혹은 거짓말

일반입력 :2002/06/05 00:00

김지영 기자 기자

IT 분야 전반을 고려할 때 SE(System Engineer)의 정의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그리고 통신회선을 사용자의 요구에 맞게 적절히 조합해 설계, 설치, 유지보수하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또 다른 의미에서 현업 SE들은 SE를 단적으로 영업, 개발자, 고객들의 접점이라고 정의한다. 현업 SE들을 만나본 결과 내릴 수 있었던 결론 하나는 SE는 한마디로 사람을 움직이는 일을 하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때문에 훌륭한 SE의 조건 1순위는 기술적인 능력도 경험도 아니다. 그것은 바로 사람들을 잘 조화시킬 수 있는 능력이다. 그런 기본기가 전제된 상황에서 얼마나 신기술에 빠르게 대처하고 관심을 가지는가에 따라 SE의 능력은 달라진다.원래 SE라는 말은 시스템 엔지니어링(System Engineering)에서 파생된 것인데, 시스템 엔지니어링이란 주어진 조건에 맞게 최적의 시스템 모델을 만드는 것을 뜻한다.최근에는 SE를 System Engineer에 초점을 맞추기 보다는 오히려 고객과의 접점이라는 것을 강조해 Sales Engineer 혹은 Customer Engieer의 의미로 사용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국내에서는 SE라는 용어보다는 기술지원이라는 표현을 아직까지는 더 많이 사용하고 있다. 루슨트의 최경수 부장은 "더 이상 System Engineer란 말은 의미가 없다. 이제는 Sales Engineer의 시대다. 단순히 장비 판매가 아니라 기술적인 부분과 영업의 결합이 이뤄지고 있는 것"이라고 말한다. 노력한 만큼 가치가 인정되는 SESE는 업체의 성격에 따라 조금씩 하는 일이 달라지며 그 가치에 대한 평가도 다르다. NI 업체의 SE는 가장 중요한 일을 하는 핵심 인력으로 대접받고 있는 반면, 개발업체나 해외 벤더에서 SE들은 해당 업체의 시각에 따라 그 가치를 인정받을 수도, 아니면 개발자나 영업사원에 비해 상대적으로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SE들의 업무를 세분화해 보면 그 역할에 따라 필드 지원, 기술담당, 프로젝트 관리, 컨설턴트로 나눌 수 있다. 기업 입장에서 볼때 필드 SE는 영업이 제품을 판매할 때 필요한 지원을 하기 때문에 사전 영업의 성격이 강한 반면, 기술담당 SE는 시스템의 작동에 필요한 기술을 지원하는 사후 지원의 성격이 짙다.컨설턴트는 새롭게 주목받고 있는 SE의 한 부류로, 프로젝트와는 별개로 네트워크 기술이나 정책과 관련된 방향을 제시하고 상담하는 일을 하게 된다.노동부 산하의 중앙고용정보원이 제시하고 있는 SE의 업무를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현 시스템 문제 분석, 시스템 장단점 고찰, 시스템 개발의 경제적·기술적 타당성 조사, 사용자의 정보요구사항 분석·통신 장비와 주변기기 성능비교, 기종선정, 소프트웨어의 외주개발은 물론 시스템을 누가 사용할 것인가, 시스템 운영절차는 어떻게 할 것인가 결정·파일과 데이터베이스는 어떻게 구성·운영할 것인가 ·막대한 인력, 자원, 자금, 시간이 투입되는 시스템 개발의 타당성 조사. 즉, 기술적인 한계나 운영상의 어려움, 시스템 개발기간의 촉박성, 예산상의 한계와 법적인 문제들에 대해 분석.·시스템 개발이 조직에 가져다주는 이익을 설명하고, 투자의 정당성을 입증·시스템 분석에서 나온 결과를 토대로 현 시스템의 단점이나 문제점을 보완 혹은 새로운 시스템을 개발하기 위한 실제적 작업을 수행.·사용자가 만족할 수 있는 여러 가능 설계 대안 제시. 각 대안의 장·단점을 비교해 가장 유리한 대안을 선택. 개념적 설계를 실제적인 물리적 시스템 구조로 변환시킬 수 있는 구체적인 설계SE들은 어떤 부분에 주력했나에 따라 미래 모습도 변화될 수 있는데, 영업적인 성격이 강한 일을 할 경우 컨설턴트로 빠질 가능성이 높고, 장비 설치를 잘하는 사람은 주로 프로젝트 매니저로 성장할 가능성이 높다. SE가 하는 일에는 시스템이나 네트워크 분석, 네트워크 설계, 유지 보수, 그리고 컨설팅 등 많은 것들이 포함돼 있다. 이들의 일은 회사의 규모에 따라 중복될 수도 혹은 독립적일 수도 있다. 규모가 작은 회사일수록 SE의 일을 세분화해 인력을 수용할 여유가 없기 때문에 필요에 의해 SE가 모두를 해야 하지만, 규모가 큰 회사는 각각의 일을 세분화해 전문 SE를 구분하기도 한다.과거에는 SE가 하대받는 직종 중 하나였다. 이는 SE에 대해 단순히 인스톨하고, 버그나 잡고, 레포트를 해주는 수준의 사람들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그 견해가 바뀌고 있다. 스스로 노력하는 SE에 대해서는 그만큼 가치를 인정해주는 세태가 형성되고 있다.

정확하고 빠른 판단력은 SE의 필수요건SE의 전공은 딱히 정해져 있는 것은 없지만 일정 정도 프로그래밍이 가능해야 하며, 운영체제에 대한 지식, 하드웨어, 데이터베이스 등을 다룰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 때문에 전산학, 컴퓨터공학, 정보처리 관련학과를 선호하는 편이다. 그러나 사실 이런 기술들은 잘 정비돼 있는 IT 교육 기관을 통하면 키워질 수도 있는 일반적인 요소에 불과하며, 현업 SE들이 하나같이 입을 모아 말하는 SE의 자질은 사람과 사람을 융화시키는 자질과 민첩성이다. SE는 개발자, 영업사원, 고객 등 여러 사람들과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다양한 피드백을 받게 되고, 이것을 각각 필요한 곳에 전달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물론 이 과정에서 단순히 앵무새마냥 들은 것을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경중과 타당성을 따져서 전달해야 한다.인젠의 성지현 대리는 "SE로서 더욱 발전하기 위해서는 내가 알고 있는 지식을 다른 사람이나 동료들과 주고 받는 것이 필요하다. 아무리 SE가 뛰어나다고 해도 모든 분야에서 다 잘할 수는 없다. 그렇다면 결국 다른 전문가와의 협력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말한다.또 하나의 요소로 민첩성이 꼽히는 것은 다음과 같은 이유다. 장비를 셋업하다 보면 잘 안풀리는 문제들이 있는데, 이것이 과연 자신이 잘 몰라서 생기는 문제인지 아니면 제품의 문제인지를 잘 파악할 수 있어야 한다. 그 이유 여하에 따라 해결 방법도 달라야 할 것이며, 원인 파악이 제대로 안 된다면 제대로 된 해결책 또한 나올 수 없는 것이다. 기록으로 히스토리를 남겨라초기에 SE로 입사하게 되면 주로 난이도가 낮은 수준의 프로그램이나 정기적 또는 기본적인 프로그래밍 작업을 수행하게 되며, 선배 SE를 따라다니면서 고객을 관리하는 법, 문서 작업 등에 대해 익히게 된다. 여기서 단순히 시스템을 설치하는 수준의 SE로 끝날 것인가 아니면 시스템을 분석하고 설계하고 평가하는 전문 SE가 될 것인가는 전적으로 자신의 노력 여하에 달려 있다. 물론 단숨에 그런 지위에 올라갈 수는 없으며 최소 3년에서 최대 6년 이상의 시기는 거쳐야 한다. 이 수준이 되면 PM(Project Manager)이 되거나 컨설턴트로 일할 수 있게 된다. 만약 SE가 적성에 맞지 않는 경우 영업으로 빠지는 경우가 많은데, 특히나 최근에는 기술영업을 고객이 선호하고 있기 때문에 더욱 그런 경향이 짙다. SE가 자신을 개발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 중에서 하나로 꾸준한 문서 작업을 들 수 있다. 매일매일 겪게 되는 장애나 설치 상의 오류, 고객 응대 등에 대한 히스토리를 기록한 문서가 SE에게는 재산이 될 것이다. 코스모브리지의 김성훈 실장은 "깔끔하게 정리할 필요는 없으며 노트북이나 메모지에 스크립트를 작성하는 수준이면 된다. 이것이 쌓이다 보면 결국 SE에게는 재산이 될 것이며, 차후에 후배를 받더라도 그 후배에게 넘겨줄 데이터가 생기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는 "그렇지 않은 SE라면 결국 후배가 들어온다고 해도 잘 따라다녀라는 말 외에는 줄 것이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이크레프트의 신동열 과장은 "SE로서 보다 빨리 성장하고 싶다면 좋은 선배와 좋은 동료를 만나야 한다. SE라는 직업은 일을 하면서 배우는 것이 많다"고 말한다. 루슨트의 최경수 부장은 "물론 지금도 SE 초기 시절에는 커맨드를 입력하고 통신이 되게 하는 그 정도 수준을 거쳐야 할 것이다. 하지만 점점 SE로서의 경력이 쌓이면서 왜 해당 커맨드가 필요한지, 다른 장비는 어떤지에 대한 의문과 연구가 따라야 하며, 여기에 필드에서의 경험이 쌓이면서 비약적인 발전을 할 수 있는 것"이라고 충고한다. 그는 SE를 잘 할 수 있는 사람은 단적으로 말해 '새것을 신기하게 여기는 사람'이라고 말한다. 개발업체에서 SE와 개발자의 관계는 회사의 성패를 좌우할 만큼 중요하다. SE와 개발자 사이에 있어서 가장 이상적인 형태는 상호 간에 의견을 주고 받고 그것을 수용해서 재생산할 수 있는 마인드가 갖춰지는 것이다. 개발자와 SE 간의 피드백이 개발의 성공 열쇠개발업체는 개발자들에게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경우가 대다수다. 뛰어난 개발자일수록 회사내 공헌도가 높아질 것이며, 공헌도가 높아질수록 빠질 수 있는 딜레마는 피드백을 스스로 봉쇄하게 된다는 점이다. 즉, SE가 고객을 통해 얻은 정보를 우습게 알고, 혹은 SE는 필드에서 제품을 설치하다 만나게 되는 개발자의 실수를 용납하지 못한다면 해당 기업은 발전을 기대하기 어렵다.하지만 이 문제를 단순히 개발자의 아집이라고 나무라기 전에 SE 스스로도 문제가 없는지를 살펴야 한다. 개발자가 SE의 의견을 무시할 수밖에 없는 몇 가지 상황이 있는데 그중 대표적인 것은 SE가 객관적인 데이터를 제시하지 못하는 경우다. 필드를 뛰고 온 SE가 고작 한다는 말이 ‘장비가 몇 번 죽더라’의 수준이라면 그것은 결국 불평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실력있는 SE라면 왜 죽었는지, 모듈의 어느쪽이 죽었을 것 같다까지도 추정할 수준이 돼야 하는 것이다. SE가 그런 수준의 데이터를 제시하기 위해서는 사전에 SE와 개발자 간에 제품에 대한 프로그래밍을 공유할 수 있는 분위기를 회사에서 조성하는 것이 필요하다. 김성훈 실장은 "개발자 수준까지 알수는 없을지언정 블록 다이어그램 정도는 알아야 한다. 즉, SE에게도 보드를 주고 기본적인 애플리케이션을 만들어볼 수 있는 기회를 줘야 하는 것이다. 이는 물론 상용 제품을 개발하는데 동참하라는 의미가 아니다. SE가 스스로 애플리케이션을 만들어보는 과정에서 많은 것을 느끼고 익힐 수 있도록 하라는 것이다. 결국 이런 것들이 쌓이게 되면 필드에 나갔을 때 그렇지 못한 SE에 비해 순발력이 빨라지는 것은 당연지사다”라고 말한다. 백발성성한 SE를 기대한다SE에 대한 전망은 대체로 밝은 편이다. 그것은 네트워크 분야뿐 아나라 IT 분야 전반적인 기술의 추세가 통합과 더불어 단순화의 방향으로 가기 때문에 이 같은 일을 수행할 SE의 가치가 더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중앙고용정보원은 향후 5년간 SE의 고용이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기업의 구조조정과 국내외적 경영환경의 변화를 통해 새로운 정보 시스템의 도입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고, 정보통신관련 기술 혁신이 급속히 진행되고 있어 앞으로 SE의 역할이 상당히 중요해질 것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많은 SE들이 매니저급으로 성장하게 되면 영업이나 독립이라는 방법을 택하게 된다. 코스모브리지의 김성훈 실장은 이에 대해 SE가 하는 일이 아무래도 육체적인 부분이 많이 따르기 때문일 것이라고 지적한다. 김 실장은 "국내에서 많은 SE들이 40을 넘기지 못하는 것은 젊을 때 너무 혹사를 당하다보니 소명의식이나 이런 것들이 빨리 사라지는데도 있다. 이런 전반적인 분위기가 바뀌어야 환갑까지도 일하는 SE가 등장할 수 있을 것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