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길현의 닷컴 쪽지] 마시마로와 토토로가 한 판 붙는다면

전문가 칼럼입력 :2002/04/19 00:00

지디넷코리아

최근 차세대전투기(자전거?) 도입에 대해 우리나라의 모 대통령과 미국의 모 대통령 간의 가상 통화내용을 풍자한 라디오 방송이 단연 화제다. 이 내용은 mp3 파일로 만들어져 삽시간에 퍼져나갔고, 불과 한달 여만에 1000만명의 네티즌에게 알려졌다. 마치 전염성 강한 신종 바이러스처럼.그간 인터넷에는 이와 비슷한 강도의 전염성 바이러스가 퍼진 적이 몇 번 있었다. 패러디 매체의 진수로 불리는 딴지일보, 문화전반에 엽기라는 코드를 부여했던 마시마로(mashimaro), 상상을 초월하는 음치가수 이재수의 'Still Loving You' mp3 파일, 포복절도 복고풍 영화 '다찌마와 리' 등등. 이들은 모두 탄생지가 인터넷이라는 점이 성공의 핵심 요인이었다. 왜냐고? 인터넷이라는 비옥한 환경 덕택에 저렴한 비용(Price)으로 작품을 만들어낼 수 있었고(Product), 열성적이고 자발적인 바이러스 유포자들(새로운 소식이나 정보가 생기면 친구에게 말하지 않고는 못 견디는 사람들을 일컫는 말. 세스 고딘의 책 '아이디어 바이러스'에 나오는 개념)이 돈 한푼 받지 않고 친구나 동료(Place)에게 무차별 살포하는 엄청난 규모의 마케팅 활동(Promotion)을 대행했기 때문이다. 이렇게 인터넷에서 얻은 인기를 발판으로 오프라인의 캐릭터, 출판, 음반, 영화 산업에 진출해 돈을 벌거나 유명해질 수 있었던 게 사실이다. 그 중에서도 가장 성공한 사례를 꼽는다면 아마 마시마로가 아닐까 싶다. 한때 엽기토끼로 더 알려졌던 마시마로는 탄탄한 스토리보드에 감칠맛 나는 캐릭터, 플래쉬(Flash)라는 혁신적인 동영상 저작 툴이 합쳐져 순식간에 인터넷 세상의 명사가 되었고, 7편의 에피소드가 소개되기까지 그 재기 발랄함과 엽기적인 코드에 탄복한 수많은 네티즌들이 새로운 에피소드를 학수고대하는 지경까지 이르게 됐다. 순수 인터넷 캐릭터 마시마로의 사업적인 가치가 각광을 받은 것은 물론이다. 우연한 기회에 캐릭터 라이센싱 사업권을 확보한 회사의 담당자와 나눴던 대화의 하이라이트는 '디즈니랜드처럼 마시마로 테마파크를 만드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이며, 어디에 테마파크를 세울 것인지 궁리 중'이라고 진지하게 말했던 대목이다. 마시마로는 여러모로 특별했다. 첫째는 인터넷이라는 토양에서 탄생하고 대중화된 첫 번째 캐릭터라는 점이다. 미키마우스나 토토로, 포케몬처럼 먼저 영화나 TV를 통해 친숙해진 캐릭터가 아니다. 두 번째는 미국의 월트 디즈니, 일본의 도에이가 신작을 발표하기 위해 인력을 총동원하는 식의 대규모 프로젝트 결과물이 아니라는 점이다. 마시마로를 만들어내는 데는 거대 자본이 투입되지 않았으며, 이것은 영세규모의 자본 혹은 소호라도 인터넷을 발판으로 캐릭터 산업을 펼칠 수 있다는 좋은 반증이 되는 것이다. 네티즌의 사랑에 힘입어 인형, 완구, 패션, 화장품, 장식용품, 생활용품, 문구용품에 이르기까지 순식간에 캐릭터 도입이 가능한 모든 제품들에 마시마로가 등장하고 어느덧 1년이 조금 넘는 시간이 흘렀다. 지금은 어떤가? 팬시점에서 마시마로는 어느 귀퉁이로 밀려났는지 좀처럼 눈에 띄지 않는다. 점원에게 물어봤더니 요즘 마시마로를 찾는 사람은 거의 없고 '푸카'를 찾는단다. 미심쩍어 확인해본 검색엔진의 검색어 상위랭킹에서도 마시마로는 더 이상 찾아볼 수가 없다. 검색어 순위는 때론 네티즌의 성향을 여과 없이 보여주는 거울과도 같다. 가까운 일본의 예를 보자.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1988년작인 '이웃집 토토로'의 흥행을 기초로 만들어진 캐릭터들의 경우 '애니랜드'라는 특정 유통채널을 통해서만 구매할 수 있으며, 적용 상품의 범위와 가격, 수량까지도 철저하게 통제함으로써 아직까지도 갖고 싶어하는 캐릭터로 자리잡는데 성공하고 있다. 이와 반대로 마시마로는 핸드폰 액세서리 가게와 무수한 팬시점, 문구점, 자동차 용품점, 할인 마트에까지 동시 다발적으로 대량 공급돼 소비자의 눈에 너무 많이(!) 노출됨으로써 불과 1년 만에 스스로 몸값을 떨어뜨리고 말았다. 늦었지만 이제라도 적정량의 상품을 공급해 대기 수요를 조절하는 공급전략과 유통채널의 정비, 소비자들에게 가치있는 캐릭터로 자리잡기 위한 프로모션 전략들이 다시 검토되어야 할 때이다. 그렇지 않을 경우 마시마로가 언제 모든 진열대에서 사라져 재고품 창고에 쌓이게 될지 모를 일이다. 기억해보면 마시마로는 최근 몇 년 사이 인터넷이 만들어낸 가장 멋진 컨텐츠이자 바이러스였다. 게다가 오프라인의 캐릭터 산업과 연결돼 장기적인 성공을 거둘 뻔한 첫 번째 사례다. 지금이라도 마시마로가 인터넷에서 탄생한 성공적인 캐릭터 산업의 원형으로 기억될 수 있도록 더욱 분발했으면 한다.근데 마시마로 에피소드 8편은 언제쯤 볼 수 있을지. 혹시 아시는 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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