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의 홍수 속에 나타나는 정보의 기근과 불균형'. 이 말은 정보통신 사회에서 살고 있는 우리 세대가 얻을 수 있는 정보의 양이 어떤 수준인지를 가리키는 단적인 표현이 아닐까. 점점 많아져 가는 정보 속에서 진정 자신에게 필요한 정보를 찾아 가공할 수 있는 능력이 다른 어느 때보다 중요시되는 요즘, 세상에서 자신만의 자료를 관리해주고 언제 어디서나 정보를 가공하고 획득할 수 있는 모바일 기기야말로 현대인의 필수품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것이다.흔히 모바일 기기라고 하면 들고 다닐 수 있는 모든 장치를 뜻한다. 여기엔 노트북 컴퓨터와 PDA, 휴대전화 등이 포함되지만, 언제 어디서나 휴대하면서 정보를 획득하고 관리할 수 있는 PDA(Personal Digital Assistant)를 모바일 기기의 대표주자로 보는 데는 별로 이견이 없는 듯하다. PDA는 개인이나 업무용 정보의 저장과 검색 기능을 갖추고 있으면서 스케줄이나 주소록 등 정보를 보관하는데 주로 쓰이는 디지털화된 작은 기기를 일컫는다. PDA 대신 포켓용 컴퓨터로도 불리며, 제품 이름인 팜(Palm)을 PDA를 지칭하는 일반 명사처럼 쓰기도 한다.PDA가 처음 나왔을 때는 말 그대로 스케줄과 개인정보 관리 역할을 하는 디지털 다이어리에 지나지 않았다. 초기 PDA가 전자수첩 정도의 기능만을 갖고 있으면서도 모바일 기기의 대표주자로 자리잡을 수 있었던 원인은 뛰어난 휴대성과 다양한 활용성에 있었다. 어디서나 들고 다니면서 필요한 정보를 확인하고 기록할 수 있으며, 별도 소프트웨어를 설치하면 컴퓨터처럼 여러 가지 기능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 PDA의 가장 큰 장점.어디까지 PDA인가?요즘 나오는 PDA를 보면 정말 어디까지가 PDA인지 분간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 예전에는 프로그램을 설치할 수 있는 전자수첩 정도였으나 요즘엔 MP3와 동영상을 재생할 뿐 아니라 웬만한 PC용 프로그램도 동작시킬 수 있다. 인터넷 사용과 전자우편 주고받기는 기본 기능에 속할 정도다. 이런 PDA들은 포켓 PC(PPC, Pocket PC)라고도 불리는데, MS 윈도우 CE 운영체제를 기반으로 한 제품들이 대부분이며, 전통적인 팜 OS나 독자적인 운영체제를 쓰는 제품 중에도 이런 기능을 갖춘 제품들이 많이 있다. 포켓 PC를 보고 있자면 자그마한 노트북 컴퓨터를 보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물론 키보드도 없고(물론 예외도 있다), LCD의 크기는 아무리 커봐야 5인치를 넘지 않는 게 보통이며, 기억장치의 용량도 작다. 그러나 이들은 스프레드시트에서부터 화려한 게임까지 노트북 못지 않은 기능과 성능을 갖고 있다. 그렇다면 왜 PDA가 노트북 컴퓨터를 닮아가고 있을까? 왜 PC의 여러 기능을 모방하고 있는 것일까? 기술이 발전하면 PDA를 더 가볍고 작게 만들수록 좋은 것이 아닌가? 이런 의문이 드는 것은 당연하다. 앞서 언급했듯이 PDA는 간편하게 들고 다니면서 정보의 가공이나 획득을 목적으로 하는 장치이기 때문이다. 이와는 반대로 PDA는 더 작고 가볍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각종 기능을 첨가해 때로는 무거워지고 있는 실정이다. 가벼워지는 것을 포기하고 다양한 기능을 갖춘 종합 모바일 기기를 지향하는 PDA의 성향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소비자의 심리와 PDA 시장을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다. 분명 초기의 PDA는 휴대성을 강조한 정보 단말기였다. 하지만 '작은 크기의 PDA로 컴퓨터에서 해야할 일도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소비자의 심리를 반영하면서부터 PDA의 멀티미디어화는 계속됐다. 처음엔 휴대성을 너무 크게 희생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다양한 기능이 접목됐지만 PDA용 프로세서들의 발전으로 인해 보다 강력한 기능을 수행할 수 있게 됐다. 또 컬러 LCD가 등장하면서부터 PDA의 PC 따라잡기는 가속도가 붙게 된 것. 이렇게 PDA의 기능을 향상시키려는 노력이 있을 때쯤 MS는 포켓 PC라는 새로운 PDA용 운영체제를 내놔 이를 후원하고 있다. 결국 하나의 기기로 모든 기능을 이용하고자 하는 소비자들의 욕구가 PDA를 이토록 무겁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포켓 PC 계열의 PDA들은 인텔의 스트롱암(StrongARM) 프로세서와 컬러 LCD를 쓰는 등 뛰어난 하드웨어 제원을 통해 멀티미디어 기능 보강에 주력하고 있지만 사용 시간이나 무게, 크기 면에서는 팜 OS 계열에 비해 뒤지는 모습이다.반면 모든 소비자가 PDA의 이같은 성향을 좋아하는 것은 아니다. PDA는 크게 두 개의 진영으로 나눌 수 있는데, 하나는 팜 OS를 쓰는 전통적인 PDA 그룹과 포켓 PC 운영체제를 쓰는 멀티미디어 PDA 그룹이다. 팜 OS를 쓰는 PDA들은 대부분이 전통적인 PDA 기능에 초점을 맞추고 있으며, 여기에다 필요에 따라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을 추가해 부가 기능을 도모하는 수준이다. 이런 종류의 PDA는 하드웨어의 제원 측면에서 포켓 PC에 비해 떨어지지만 사용 시간이나 무게와 크기 면에서는 우수한 성능을 보여주고 있다. PDA의 운영 성능을 봐도 단순한 그래픽과 텍스트 위주의 팜 OS 계열 PDA들이 화려한 그래픽 위주의 포켓 PC에 비해 부드러운 모습을 보여준다.PDA가 두 종류로 나뉘다 보니 사용자층도 자연스럽게 두 갈래로 나눠진다. 조금 두껍고 무겁긴 해도 멀티미디어 성능이 뛰어나고 여러 방면으로 활용할 수 있는 포켓 PC를 선호하는 부류와 본연의 기능에 충실하면서 PDA로서의 휴대성을 중시하는 팜 PDA를 선호하는 부류로 양분되고 있다.PDA 사용자층 확대물론 두 사용자층의 성향은 다르고 일부는 다른 쪽의 사용자층에게 부정적인 시선을 보내기도 한다. 하지만 이렇듯 PDA의 목적이 다양화되면서 사용자층이 넓어지고 대중화에 도움이 됐다는 사실은 누구도 부정하지 못할 것이다. 시장 조사 기관인 데이터퀘스트에 따르면 2001년 PDA 판매대수는 1311만 1000대로 2000년의 1108만 3000대에 비해 18%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반적인 경기침체로 PC 시장이 불황을 겪었던 것과는 사뭇 다른 결과로, PDA 시장의 밝은 전망을 가능케 해준다. 한편 2000년까지 50% 이상의 시장점유율을 가지고 있던 팜 컴퓨팅이 2001년에 접어들면서 30%대로 떨어졌다. 이는 후발업체가 그만큼 성장했다는 것을 반증하는데, 멀티미디어 PDA가 미친 영향을 쉽게 짐작할 수 있게 한다.지난해 1년 동안 PDA 시장이 양적인 호황을 누린 것만은 분명하다. PDA 시장에서도 경쟁이 심화되면서 가격이 낮아지고 있는 추세를 감안한다면 이런 추세는 당분간 계속될 것이다. 아울러 PDA 시장 확대를 노리는 여러 제조사들이 PDA로 할 수 있는 다양한 기능을 개발·공급하고 있기 때문에 사용자들이 PDA를 갖고 싶게끔 하기에 충분한 동기를 만들어 줄 것으로 보인다.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포켓 PC에 비해 활용성이 떨어지는 팜 OS 계열 PDA들에게 시장 조건이 불리한 것만은 아니다. 20∼30대 직장인들은 자신에게 꼭 필요한 정보만을 효율적으로 습득하기 위해 기본 기능에 충실한 PDA를 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PDA의 기능은 개인정보의 기록과 검색에만 그치지 않고 인터넷 접속을 통한 광범위한 정보 습득 도구로까지 발전했다. 이런 PDA의 역할을 한층 강화시켜주는 것이 바로 무선 네트워크 환경이다. 올해부터 통신업체들의 핫스팟(무선 LAN 접속 지점) 서비스와 이동 중 휴대전화의 무선망을 쓰는 무선모뎀 기능이 접목될 PDA는 PDA 역사에 큰 획을 긋는 중요한 변화로 자리잡을 것이다.앞으로 풀어야 할 과제PDA가 보다 각광받기 위해서는 몇 가지 사안을 수정·보완해야 한다. 우선 기본적으로 PDA는 모바일 기기이다. 모바일 기기는 언제 어디서나 들고 다니면서 쓸 수 있어야 하는데 그러자면 배터리의 중요성이 부각된다. 현재 팜 OS 계열의 PDA는 배터리 문제가 크게 와닿지 않겠지만 온갖 멀티미디어 기능으로 무장한 포켓 PC는 상황이 다르다. 이에 각 PDA 제조사들은 앞으로 내놓을 PDA에 1000mAh 이상의 대용량 배터리를 탑재하고, LCD의 밝기를 조절해 배터리를 절약하는 한편 노트북에서처럼 실행되는 프로그램에 따라 동작 클럭을 달리해 전력 소모를 줄일 수 있는 기술을 적용하고 있다.또한 PDA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 중 하나인 언어 장벽을 어떻게 뛰어넘느냐는 것이다. PDA는 크기를 줄이기 위해 별다른 입력 장치를 두지 않고 가상 키보드나 필기 인식 입력 방식을 쓰고 있는데, 이는 언어에 따라 조금씩 입력 형태를 달리해야 하므로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현재 국내에서는 디오펜이라는 소프트웨어가 한글 필기 인식을 대행해주고 있지만 이번에 새로 나온 포켓 PC 2002에서는 아직도 몇 가지 문제를 안고 있다. 국내 PDA 사용자들이 지난해 10월 4일에 발표된 포켓 PC 2002를 최근에 와서야 쓸 수 있었으며, 아직도 완벽하지는 않다. 음성인식 인터페이스를 채용할 운영체제에서도 이런 문제는 그대로 다가온다. 실례로 PC에 탑재되는 윈도우 XP 영문판에는 음성인식 소프트웨어가 들어 있어 음성으로 컴퓨터를 제어하는 것이 가능했지만 한글판에는 인식률의 문제로 제거됐다. PDA 사용자층이 늘어날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개개인에 대한 정보가 방대하지 않더라도 디지털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있어 종이로 만들어진 다이어리보다 간편하고 다양한 기능을 갖춘 PDA를 마다할 이유는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몇 가지 단점만 보완된다면 PDA가 우리 생활에서 없어서는 안될 핵심 기기로 자리잡을 날이 머지 않았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