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 기회는 충분하다. 하지만 시장 상황은 불투명하다.” 현재 해외 비즈니스를 추진중인 SI 업체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지난해부터 국내 SI 시장 포화로 새로운 수요처를 모색했던 SI 업체들에게는 올해가 해외 진출의 기반을 마련하는 원년이 되고 있다.
주로 동남아, 중국 시장에 포진된 해외 SI 사업은 기회가 될 수도 있지만 엄청난 위험을 부담해야 한다는 고민을 안겨준다. SI 업체들은 위험을 최소화하면서 향후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 올해 교두보를 마련해야 한다는 고민에 빠져 있다.
현대정보기술의 해외사업본부 중국사업팀 박용희 수석은 “위험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현지 채널 구성이 급선무다. 철저한 현지화로 지역 전문가를 통한 유통망을 선점해야 한다”고 말한다.
현대정보기술은 지난해 베트남 파키스탄 중앙은행을 비롯해 농협은행, 이집트 경찰청 등에 제법 굵직한 SI 프로젝트를 진행해 왔다. 현대정보기술이 해외에서 금융 SI에 첫발을 내딛게 된데는 국내 SI 경험이 해외에서도 그대로 인정받고 있다는 배경에 기인한다. 동남아 지역 위주로 뱅킹 SI 프로젝트를 진행해 왔던 현대정보기술은 이를 계기로 레퍼런스 사이트를 확대해 나갈 계획.
해외 비즈니스를 주도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LG CNS, 삼성SDS, 쌍용정보통신, SKC&C도 이러한 맥락에서 크게 비껴가지 않는다. LG-EDS시스템에서 LG CNS로 사명을 변경한 LG CNS는 올해 주력 사업으로 제조 기반의 컨설팅, 해외 비즈니스를 꼽고 있다.
LG CNS 글로벌마케팅사업부 해외마케팅팀 정재우 차장은 “해외 정보망을 위해서는 상사와 정부기관, 현지 에이전트를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 자사의 위험률을 최소화하기 위해 가망 지역에 자치 사무실을 두고 현지에서 사업 기회를 끊임없이 탐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필리핀, 캐나다, 중국 북경, 광주 등지에 사무소를 개설한 LGCNS는 올해 안에 2∼3군데의 사무소를 전진 배치할 계획이다. 필리핀 등기부 전산화와 말레이지아 BPO 사업을 추진했던 LGCNS는 올해의 결실이라면 얼마 전 중국 ECHON사와 설립한 ‘ECHON-LG 컨설팅 인포메이션’의 설립이다.
철저한 현지화라는 슬로건에 걸맞게 LG CNS는 ECHON과의 다년간에 걸친 비즈니스 협의를 통해 본격적인 해외 SI 사업의 교두보를 확보했다.
ECHON과 LG CNS가 각각 55:45의 비율로 합작 투자한 협력사는 오는 3월부터 중국 광주 지역에서 비즈니스를 진행할 계획. 올해 전체 매출의 10% 선인 1300억원의 매출을 해외 시장에서 확보할 생각이다.
글로벌 IT 기업으로 가는 필수 코스
중국 현지에 130명의 인원을 확보로 먼저 진출한 삼성SDS의 해외 비즈니스도 본격화 될 전망이다. 얼마 전 중국을 방문한 바 있는 삼성그룹의 이건희 회장은 중국을 바라보는 관점에 대해 “단순히 프로젝트를 위한 사업 기회로서가 아니라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전환점이라는 점을 인식, 장기적인 관점에서 사업을 진행할 것”을 임원들에게 전달한 바 있다.
삼성SDS 해외전략팀 오귀세 과장은 “지난해 6개 분야의 IT 소프트웨어 현지화 작업을 마친 상태다. 지난 15년간 공공·민자 영역에서 추진한 실무 구축 경험을 기반으로 해외 사업을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SI 업체들의 해외 사업 추진 현황

삼성SDS 해외사업2팀 백인호 차장은 “자본과 기술, 관리 등 3대 요소의 융합이 해외 사업의 승패를 좌우하는 주요 요소다. IT 비즈니스를 위해 3명이 100명의 인력을 운영한다는 사실에 관계 부처에서도 놀라고 있다. 이러한 경영 관리에 대한 노하우가 현지 업체들에게 설득력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장기적인 측면에서 해외 사업은 현재로선 프로젝트 위주겠지만, 2010년경이면 오히려 모기업보다 커질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 국내에서 통제하는 수동적인 비즈니스 형태가 아니라 현지 법인으로 자체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 나가겠다는 전략이다.
오귀세 과장은 “실적 위주의 영업으로 단기적인 실익은 얻을 수 있겠지만, 거시적인 관점에서 승산이 없다. 얼마 전 중국 청하대학교와 MOU 계약 이후 청하동방 기술연구소와 공동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현지 기업들에게 꾸준히 노하우를 전수해 자체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 상호 시너지 효과를 높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삼성SDS는 북경에 위치한 110명 규모의 현지법인을 비롯해 상해, 광주 등 5개 지역에 사무소를 개설했다. 얼마 전 중국건설부와 합작해 스마트카드 칩 자동화를 통한 인민은행 인증 시스템을 구축, 업계로부터 인정을 받은 바 있다.
쌍용정보통신은 최근 캄보디아 행정전산망 구축 프로젝트에 자사의 그룹웨어 엔라이즈 오피스 수출을 계기로 동남아 지역에 대한 교두보를 확보하고 있다.
앞으로는 국방 SI 분야의 강점을 살려 국방정보화 분야와 토지정보시스템, 가스관리시스템, 도시정보화시스템(UIS : Urban Information System) 등의 사업에도 적극 진출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기존 해외사업팀을 확대, 개편해 특수사업개발팀을 신설했다. 쌍용은 방글라데시 가스배관 시설물관리시스템 구축 프로젝트를 수행중에 있다.
SI 업체들이 해외 시장에서 중국에 특히 크게 관심을 갖고 있는 것은 향후 성장 가능성 때문이다.
지난해 SI 업체에서 자체 조사한 중국 IT 시장은 325억 위안(한화 5.2조원)으로 전년 대비 30% 성장한 규모이며 올해는 640억 위안, 2003년경이면 784억 위안으로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위험은 협력사 통해 최소화
현재는 하드웨어 비중이 크지만 IT 시장의 급속한 상승세를 감안할 때 네트워크 응용 시스템, 인터넷 사업, 빌링, 전자상거래, 물류관리, 건물, 도시 인프라 등으로 사업 범위가 점차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 토종 업체들의 시장 지배력은 중소기업에 편중돼 있어 대기업의 시장 참여가 저조한 실정이다.
시장 수요 측면에서 바라보면, 중국이라는 시장이 국내에서 부진했던 사업 성과를 탈피하고,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는 새로운 기회일 수 있다. 하지만 개척하기 힘든 도전의 땅이라는 양면성을 갖고 있다. 중국 IT 시장 진출을 위해서는 현지 사정에 밝은 정보원, 협력사 구축이 급선무다.
또 정치가 불안한 국가일수록 적정한 마진을 확보하기 어렵고 하루아침에 프로젝트가 뒤집어지는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 SI 업체의 한 관계자는 “일단 현지에 도착하면 벽을 느낀다. 의사 소통도 문제지만 어디서부터 방향을 잡아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하게 된다. 최근에는 에이전트를 통해 프로젝트 정보를 얻고 제안서를 제출하기도 하지만, 대부분 허위 정보로 그칠 공산이 크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중국의 경우 관료체제라는 습성 때문에 결제 라인이 복잡하고, 프로젝트 수요에 비해 거둬들이는 실익 수준이 낮으며 정확한 수요처를 찾는 것이 거의 불가능한 상황이다. 협력사를 통해 이러한 위험 요소를 줄이는 것이 효율적인 방법이라고 업체들은 지적한다.
SI 업계 관계자는 “협력사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비교적 권위 있는 IT 업체와의 조인을 통해 불안 요소를 제거할 수 있다. 최근 중국 관료 조직에도 30∼40대 전문가, 해외 유학파 등 신진 세력들이 점차 확산되고 있기 때문에 합리적인 방법으로 설득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중국 IT 기업의 성장도 매우 빠르다. 삼성SDS의 오귀세 과장은 “일단 방향만 설정되면 추진 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솔루션 비즈니스로의 변화는 시간 문제”라고 전한다. 결국 국내 기술력을 따라잡는 것은 우리에게는 위협이 될 수 있기 때문에 현재의 기술력을 기반으로 전진 기지를 빠르게 선점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과거 중동 바람과 함께 붐을 일으켰던 건설 현장 중심의 해외 사업 이후 IT 시장에서 제2의 해외 진출 러시가 일어나고 있다. 새로운 기회의 땅이지만 신중을 기하지 않을 수 없는 사업이다.

삼성SDS 오귀세 과장은 “장기적인 전략과 비전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인내가 무엇보다도 요구된다. 많은 기업들이 해외에서 열악한 환경 조건 때문에 고생하고 있다. 해외 시장에서는 동종 업체끼리 공동 영업망을 형성하는 등 공존공생할 수 있는 환경이 더욱 요구된다”고 말했다.